6년 만에 돌아간 대학의 1학기를 보낸 후일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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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만날 수 있었던 대학 캠퍼스와 공기, 그리고 시험과 시간


 이번 2016년 3월에 나는 내가 다녔던 부산외국어대학교에 복학했다. 2010학년도에 한 학년을 다녔으니 거의 6년 만에 대학으로 돌아온 것인데, 6년 만에 돌아온 대학은 새로운 자리에 새로운 건물로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6년 만에 온 대학은 아는 사람도 없었고, 주변의 학생들은 대체로 나보다 나이가 어렸다.


 대학 복학을 하는 초창기 시절부터 꽤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다. 졸업에 필요한 학점과 시스템을 이해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었고, 졸업하기 위해서 필요한 인증시험이나 절차에 관해서 욕을 내뱉을 정도로 화를 내며 짜증을 내기도 했다. 모든 게 낯설었던 나는 과연 내가 잘 지낼 수 있을지 걱정이었다.


 하지만 대학은 생각보다 일찍 적응되었다. 김해에서 부산까지 통학을 하다 보니 시간이 지날수록 체력이 떨어지기는 했지만, 학교에서 강의만 듣고 오는 터라 딱히 부딪히는 일도 없었다. 대학 수업은 중.고등학교 시절과 마찬가지로 담당 강사의 이야기를 '가'부터 '하'까지 들으면서 외우는 일이었다.


 그중에서는 이해를 필요로 하는 수업이 있기도 했고, 사회적으로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수업이 있기도 했고, 다양한 사람을 만날 수 있는 수업이 있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가장 만족한 수업은 현대 사회와 생활법률의 노동법 수업이었다. 노동자로 살아갈 우리에게 필요한 기본을 배울 수 있었다.


 그렇게 수업이 익숙해지기 시작할 때쯤에 느닷없이 중간고사 기간이 찾아왔다. 솔직히 6년 만에 마주하게 된 학교 시험이라 도대체 어떻게 공부해야 할지 몰랐고,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일을 병행하다 보니 강의 시간 외 추가 공부에 투자할 시간이 거의 없이 시험을 쳤다.



 시험 기간에 나는 <3색 볼펜 읽기 공부법>을 최대한 활용했는데, 중간고사 시험은 생각보다 좋은 결과를 맞지 못했다. 그래도 한 과목당 2시간에서 3시간 정도의 시간을 투자해서 전날 공부를 하고, 수업 시간에 집중해서 들은 시간 투자로 치른 것으로 생각하면 꽤 선전한 결과라고 생각한다.


 평소 수업 시간이 3색을 볼펜으로 가장 중요하다고 체크한 빨간색 부분에서 일본어 문법 문제는 거의 다 출제가 되었지만, 안타깝게도 모르는 부분은 몰라서 답을 적을 수 없었다. 그리고 타 과목 또한 처음 마주한 시험이라 난이도와 교수님의 스타일을 몰라서 우왕좌왕하다가 중간고사를 끝냈다.


 솔직히 시험에 진지하게 공부를 한 적이 없어서 중간고사는 흐지부지 지나갔고, 점점 더워지는 날씨 속에서 나는 대학에서 시간을 보내는 데에 익숙해졌다. 학교로 오는 동안 버스와 지하철에서는 책을 읽거나 부족한 잠을 잤고, 강의가 비는 딱 1시간에는 또 책을 읽거나 글을 쓰면서 시간을 보냈다.


 원래 계획은 학교에 가는 4일 중에서 1시간씩 비는 시간이 있는 3일은 학교 공부 내용을 바로 복습을 하려고 했지만, 애초 계획과 달리 블로그와 관련된 일을 투자했다. 대학에 다니면서 내가 배우고 싶은 일본어를 배우는 건 재밌었지만, 평소 내가 보내는 시간의 스타일을 바꾸고 싶지 않았다.


 그 탓에 시험 성적은 어중간한 상태가 되어버렸지만, 학교에서 배우는 자세는 철저하게 했다고 생각한다. 절대 수업 시간에 졸지 않으려고 했고, 모르는 부분을 배워가면서 이해하고, 암기 방식에서 벗어나 나 나름의 스타일로 복습을 하면서 생활에 적용하려고 했다. 그게 내 공부 방식이었다.



 기말고사는 중간고사에서 시험이 어떤 형식으로 나오고, 교수님이 어떤 스타일을 고집하는지 알 수 있어 조금 편하게 준비했다. 준비를 철저히 했다고 말하기보다 항상 보내는 것처럼 아침에는 피아노 연습을 하고, 오후에는 책을 읽고, 저녁에는 글을 옮겼고, 야구를 보면서 다음날 치를 시험 책을 곁눈으로 읽었다.


 그 시험 결과가 위에서 볼 수 있는 성적표다. 솔직히 'A' 항목은 세 개 정도 나오지 않을까 싶었지만, 가장 쉽게 접근한 노동법 시험 말고는 'A'를 찾아볼 수가 없었다. 'B+'를 받은 두 과목 일본어 문법과 JPT 일본어는 나름 3시간 가깝게 투자해 내심 A를 기대했지만, 막상 결과가 좋지 못했다. 중간 때 못 쳐서 그런 걸까?

(대학 시험은 기말고사에 중간고사가 합산해서 나오는 듯하다. 사실, 잘 모른다. 아하하.)


 한일번역 시험은 중간고사에 거의 반타작을 해버려서 이번 기말고사로 'B'를 받았다고 생각하고(이 시험은 교수님의 의도대로 답을 적기가 조금 어려웠다.), 거짓말 하나 보태지 않고 30분도 공부를 하지 않은 일본어 멀티미디어와 포토샵 시험은 단순한 기초지식으로 'B' 성적을 어렵게 받았다.


 만약 한 번 더 시험을 칠 수 있다면, 조금 더 형식을 분석해서 'B+'를 받은 과목은 적어도 'A' 수준으로 끌어올릴 수 있지 않을까 싶다. 뭐, 이것도 욕심이라고 생각한다. 중·고등학교 때의 내신 시험과 마찬가지로 암기가 무엇보다 중요했던 시험에서 시험 대비 공부 시간이 2~3시간에 불과했으니까. (중학교 때는 20배는 더 했는데….)


 그래도 이 정도의 결과를 얻을 수 있었던 건 강의 시간이 집중하고, 지금은 예전과 달리 짧고 효율적으로 공부하는 법을 알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하아, 이렇게 자신 있게 말해도 성적은 좋지 않았으니 2학기에는 역시 복습 시간을 늘려야 할 것 같지만, 그때가 되면 또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대학생의 본분은 공부라고 말하겠지만, 솔직히 나는 대학생이라고 하더라도 공부에 매진하는 것보다 하고 싶은 일에 더 시간을 투자하고 싶었다. 어머니의 주장과 사회 출발의 기본 토대를 가져야 한다는 압박에 못 이겨 대학에 돌아갔지만, 할 수 있는 선에서 공부를 병행하며 시간을 나를 위해 투자했다.


 덕분에 좋아하는 강의를 위주로 들을 수 있어 적절히 시간을 투자했고, 시험 결과 또한 그렇게 나쁘지만 않았다고 생각한다. 2학기에는 6년 만에 돌아와 거의 처음 하다시피 접한 대학 시스템을 좀 더 효율적으로 활용하여 더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을 것 같다. 근거 없는 자신감이지만, 그런 확신이 든다.


 개인적으로 대학에서 몇 교수님이 계속 취업 운운하는 이야기가 불편하기도 했고, 1학기가 끝날 때가 되어서 말 한두 마디를 다른 사람과 붙일 수 있어 아쉽기도 했지만, 나 나름대로 충실하게 1학기를 보냈다고 생각한다. 왕복 3시간을 최대한 활용하려 했고, 쓸데없는 시간은 최대한 줄이려고 했다.


 2학기가 되면 시스템 이해 말고는 모든 게 또 초기화될 것 같지만, 딱히 상관없는 일이다. 2학기에는 좀 더 재미있게 수업을 들으면서 학교에서 지원하는 해외 프로그램을 이용해서 새로운 기회를 손에 쥐고 싶다. 이번 7월 말에 그 한 조각으로 일본에 가게 되었지만, 섣부른 판단인가 싶어 걱정된다.


 반(半) 히키코모리로 지내면서 사람과 항상 거리를 적절히 떨어져서 유지를 해왔고, 지금도 지나치게 가깝지 않고 지나치게 멀지 않게 유지하고 있다. 대학에 돌아간 1학기 동안 주변 사람과 말은 거의 섞지 않았고, 혼자서 시간을 보내는 일을 유지했다. 과연 7월 말 일본 일정은 잘 풀어질 수 있을까?


 모르는 사람에게 지나치게 회피성 인간 알레르기 증상이 나타날 때가 종종 있어 무척 걱정된다. 그래도 요 1학기 동안 잘 보냈으니 작은 도전이라고 생각하고 해보고 싶다. 이번을 계기로 자신감을 조금 얻을 수 있게 된다면, 2학기에도 분명히 눈앞에 있는 크고 작은 새로운 기회를 잡을 수 있을 테니까.


 무료할 때도 있었고, 배우는 재미가 있기도 했던 6년 만에 돌아간 대학의 1학기. 지금은 2학기 등록금을 걱정하느라 이래저래 머리를 굴리고 있는데, 지금은 그저 이렇게 지나온 시간을 정리하면서 맞이할 2학기에 좀 더 멀리 내다볼 수밖에 없을 것 같다. 결국, 이런 게 사람이 살아가는 모습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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