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베라는 남자, 최악의 순간에 되찾은 삶의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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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해 문화의 전당 비상설영화 상영작 <오베라는 남자>를 보다


 나는 영화관에 가는 횟수가 1년에 2회 미만일 정도에 불과하다. 영화에 관심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막상 영화관까지 가서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 영화가 별로 없다. 최근에 유행하는 영화 <곡성>을 영화관을 찾아서 보고 싶다고 생각했지만, 영화 티켓값이 올라서 굳이 보러 갈 정도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아마 올해도 2회 미만이 되지 않을까 싶다. 멀게는 8월 4일에 개봉하는 애니메이션 극장판 <명탐정 코난 순흑의 악몽>을 볼 예정이고, 가깝게는 6월 30일에 개봉하는 애니메이션 극장판 <키즈모노가타리>가 만약 근처 영화관에서 개봉하면 볼 예정이다. 뭐, 결국은 내가 극장을 찾는 이유는 이렇다.


 그래도 종종 블로거들이 칭찬하거나 문화 코너에서 추천작으로 올라오는 영화에 관심을 둘 때가 있다. 이번에 김해 문화의 전당 비상설영화로 본 <오베라는 남자>가 그 대표적인 사례 중 하나다. 김해 문화의 전당은 매달 비상설영화 프로그램을 통해 영상미디어센터에서 목, 금, 토 9회 상영한다.


 일반적으로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것보다 싼 5,000원에 영화를 볼 수 있고, 그냥 유행에 따라서 인기 있는 영화 상영이 아니라 한 번쯤 볼만한 문학적 가치가 있는 영화를 상영하는 게 특징이다. 책으로 <오베라는 남자>를 많이 들어봤지만, 읽어본 적은 없어서 금요일(24일)에 찾아서 영화를 보았다.




 <오베라는 남자> 작품에 대한 정보를 사전에 전혀 접하지 않았기 때문에 어떤 작품인지 몰랐는데, 그 탓에 영화의 도입부에서 조금 놀랐다. 주인공인 오베 할아버지(이하 오베)가 스스로 목을 매달고 죽으려고 했기 때문이다. '도대체 왜 그러는 거지?'이라는 놀라움도 잠시, 그에게 벌어진 여러 일은 웃음이 나왔다.


 첫 번째 시도에서는 바로 옆집에 이사를 오면서 후진을 못 하는 가족의 차를 대신 후진해주고, 두 번째 시도에서는 도움을 받았던 가족이 감사 인사를 하러 오면서 무산되었다. 그렇게 번번이 죽으려고 했던 오베 할아버지는 계속 사람과 엮이며 하루하루 더 살게 되었는데, 그 장면이 상당히 재밌게 그려졌다.


 그 과정에서 오베는 먼저 세상을 떠난 배우자 사냐의 묘에서 "살기보다 죽는 게 더 힘들어. 빌어먹을. 이제는 고양이까지 빌붙었어." 등의 말을 할 정도였다. 그렇게 작품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소박한 삶을 이웃과 함께 살아가는 오베를 중심으로 밝은 분위기로 계속 그려졌다.


 <오베라는 남자> 작품은 오베가 사는 현재를 그리기도 하고, 젊었을 적의 모습이 오버랩으로 전환하며 아버지와 보낸 소박한 일상과 결혼을 하게 된 사냐를 만나서 보낸 일상을 그리기도 했다. 죽으려고 할 때마다 교차해서 보여주는 지난 시간과 다시 현재에서 새롭게 만나는 시간은 더욱 돋보였다.



 먼저 떠난 샤나를 따라서 죽으려고 했던 오베는 심성이 착해 계속해서 주변 이웃을 돕다가 삶을 이어가게 되고, 그 와중에 고양이를 떠맡아 기르거나 이웃집 아이들을 돌봐주거나 커밍아웃을 한 청년에게 집에 머물 수 있도록 해주는 등 사람과 엮이게 된다. 혼자였던 그에게 사람과 살아가는 이유가 싹트기 시작했다.


 열차에 치여 죽으려다 열차에 치일 뻔한 사람을 구하기도 하고, 자신의 동네에서 한때 겨루기도 했던 친구를 강제로 데리고 가려고 하는 공무원과 맞서기도 한 오베는 다시 살기로 마음먹는다. 사냐가 사라지면서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한 그에게는 사람이 생겼고, 남루한 일상에 웃을 수 있는 일 생겼다.


 소소하게 살아가는 사람의 사는 이야기를 다룬 <오베라는 남자>는 한 인물을 중심으로 하여 평화롭거나 행복하게 살아가는 일이 어떤 삶인지 동화 속 풍경처럼 그린다. 요즘처럼 상업성이 중요시되는 영화가 난무하는 시대에 확실히 이런 작품은 살면서 한 번은 볼만한 좋은 작품이라고 생각했다.


 만약 김해 문화의 전당 비상설영화로 <오베라는 남자>가 없었다면, 이 좋은 작품을 놓칠 수도 있었다고 생각하니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김해 문화의 전당 비상설영화는 매달 작품이 바뀌고, 흥행을 따라가는 게 아니라 <오베라는 남자>처럼 한 번 보면 의미가 있는 작품으로 구성되어 있다.


 만약 김해에 거주하고 있다면, 김해 문화의 전당 비상설영화를 때때로 체크해보는 일도 나쁘지 않을 것이다. 금요일(24일)에도 몇 명의 시민이 영상미디어센터를 찾아 영화를 관람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비록 영화를 보고 나면 스크린을 본 탓에 목이 뻐근하지만, 그 이외에는 나쁜 점이 없었다고 생각한다.


 김해 문화의 전당의 7월 비상설영화 정보는 아래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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