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선을 지키는 일본과 지키지 않는 한국
- 시사/사회와 정치
- 2016. 5. 19. 07:30
일본에서 10년 동안 산 아저씨가 말한 한국와 일본 도로의 차이점
한국에서 차를 타고 이동하거나 평범히 두 발로 걷다 보면 정말 길이 엉망이라는 사실을 쉽게 눈으로 볼 수 있다. 길은 차량이 다니기 쉽도록 설계가 되었지만, 길가에 붙어서 불법주차를 한 많은 차량 때문에 2차선이 1차선이 되거나 4차선이 2차선이 되어버리는 우스꽝스러운 상태이기 때문이다.
어디를 가더라도 우리는 쉽게 이런 모습을 볼 수 있다. 많은 사람이 모이는 번화가, 사람들이 거주하는 아파트와 주택 골목 사이에는 차들이 빼곡하게 주차되어 있어 차량 한 대도 지나가기 힘들 정도다. 만약 이런 곳에 화재가 발생한다면, 절대 소방차는 화재 발생 장소에 쉽게 들어갈 수 없다.
지난 15일 서울에서 나는 한 택시 아저씨와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KBS 공개홀에서 서울역까지 가는 동안 차가 꽤 많이 밀리고 있었는데, 아저씨는 이렇게 차가 밀리는 이유가 '도로가 좁기 때문이 아니라 자기 꼴리는대로 아무 데다 주차한 차 때문이에요.'이라며 도로 상태에 대해 말씀을 하셨다.
나도 공감하는 이야기라 아저씨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주고받았다. 아저씨는 일본 후쿠오카에서 10년 동안 사셨는데, 일본과 비교하면 한국의 도로는 정말 엉망이라고 말씀하셨다. 확실히 일본은 세계 어디에 내놓더라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깨끗한데, 그 이야기를 대화체로 옮기면 다음과 같다.
아저씨 : 차가 왜 이렇게 막히는 것 같아요?
나 : 음, 비가 오니까 너도나도 전부 차를 끌고 와서 그런 게 아닐까요?
아저씨 : 아니에요. 저 도로 좀 보세요. 도로는 차들이 쉽게 다닐 수 있게 설계되어 있는데, 불법 주차한 차들 때문에 차들이 제대로 순환이 안 되어서 그래요. 저렇게 불법 주차만 안 해도 차 막힐 일이 없습니다.
나 : 확실히 그렇죠. 제가 사는 곳에서도 2차선이 불법 주차 차들 때문에 1차선이 되거나 쉽게 움직이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저씨 : 일본에는 절대 이런 일이 없어요. 일본에서는 이렇게 하면 바로 차가 견인되기 때문에 아무 곳이나 주차를 할 수가 없어요. 그런데 한국은 모두 지 X 꼴리는 데로 주차한다니까요. 그러니까 이렇게 불법 주차가 많고, 도로는 엉망이고, 차가 밀리는 겁니다.
나 : 일본은 그런 부분이 정말 확실해서 좋아요. 제가 알기로 일본은 차를 사려면 개인 주차 공간이 있어야 한다고 하더군요.
아저씨 : 네. 그건 맞는데, 한 달 정도 계약한 주차장이 있어도 가능합니다. 그 이후에는 자신이 주차하고 싶은 곳에 주차하면 되는데, 보통 아무 데나 주차하면 견인되기 때문에 집과 멀더라도 꼭 지정 주차장에 주차해야 해요. 그런데 한국은 모두 집 가까이에 주차하려고 하니까 보기 좋지 않죠.
한국에서는 견인을 당하거나 딱지를 떼이면 '아, 왜 내 차만!?'이라며 뭔가 개인적인 손해를 본 느낌이 강하게 들어요. 생각해보세요. 다른 차는 다 그대로인데, 내 차만 불법주차 딱지가 떼이거나 견인을 당했으니까요.
하지만 일본은 그렇지 않습니다. 일본은 모두 똑같이 어느 차라도 불법주차를 하면 견인되고 딱지도 떼이기 때문에 '아, 내가 잘못했구나. 다음부터는 절대 그러지 말아야지.'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모두 똑같이 법적인 처벌을 받거든요. 나만 손해 보는 게 아니라 모두 똑같은 거죠.
저도 한 번 견인을 당한 적이 있습니다. 급히 집에서 가지고 나와야 할 서류가 있어서 정말 잠시 30분도 안 되는 시간을 집 앞에 주차했었어요. 그런데 집에서 나오니까 차가 없더라고요. 결국, 경찰서에 가서 차가 있는 곳까지 안내받고, 그곳에서 벌금 물고 차를 가지고 왔습니다. 일본은 이 과정도 정말 친절해서 기분이 상하지 않고, '내가 잘못했으니까 벌금을 문다.'는 느낌이에요. 하지만 한국은 다르죠.
저는 그 일 이후에 꼭 잠시 주차하더라도 지정된 주차장에 주차했습니다. 한국은 어디를 가더라도 불법 주차로 길이 엉망입니다. 저기 압구정 같은 곳에서 불나면 소방차 못 들어가요. 어떤 때는 택시도 못 들어가는데, 불나면 소방차는 사이렌 울리면서 '타고 있구나!' 하다가 나중에 가서 피해 확인만 하면 될 정도예요. 저쪽은 불나면 모두 자기가 알아서 꺼야 해요. ……
(옆에서 같이 신호를 기다리는데 정지선을 지키지 않는 차를 보면서) (위 사진은 다른 사진)
아저씨 : 한국은 이렇게 정지선도 안 지키죠. 하지만 일본은 대체로 잘 지킵니다. 왜 그렇다고 생각하세요?
나 : 음, 한국인의 급한 성질 때문에 그런 게 아닐까요?
아저씨 : 물론 그럴 수도 있지만, 가장 큰 문제는 신호등의 위치에요. 저기 신호등 보세요. 이건 예외로 정지선이랑 신호등이 같은 위치에 있지만, 보통 한국에서는 신호등이 한 도로 건너 있잖아요? 아, 저기 있네요. 저렇게 신호등이 한 도로 건너 있으니 차들이 정지선을 무심코 지나가는 겁니다. 만약 정지선과 신호등이 같은 곳에 있으면, 정지선에 차를 세울 수밖에 없어요. 정지선을 넘어버리면 신호가 안 보이니까요. 신호를 못 보면 어떻게 출발합니까?
일본은 모두 정지선과 신호등이 함께 있습니다. 도로 건너에 있는 경우는 잘 없죠. 그래서 일본은 한국보다 정지선을 잘 지켜요. 제가 일본에 10년 살다가 한국에 다시 왔을 때 바로 앞에 신호등이 없어서 당황했었어요. 저는 운전도 일본에서 배웠거든요.
지금 한국 운전면허 시험 보십시오. 그게 운전면허 시험이에요? 그냥 조금만 차를 몰 줄 알면 그냥 운전면허를 줘서 교통 사고율을 높이려고 하는 거예요. 한국이 OECD 국가 중에서 교통사고율이 1위였는데, 2위로 밀려났거든요. 그래서 1위 자리를 다시 차지하려고 운전면허를 이렇게 막 그냥 퍼주고 있는 겁니다.
그리고 여기 도로 보세요. 비가 오니까 정지선이랑 도로 차선이 전혀 보이지 않습니다. 원래는 형광 물질이 들어가서 보여야 하는데, 위에서 형광물질 비용은 받아놓고 중간에 다 떼먹었어요. 먼저 지 주머니에 넣고, 남은 거로 형광물질을 넣거나 안 넣거나 하는 거죠. 일본에서는 밤이 되면 다 비치는데, 한국은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나 : 맞아요. 저도 어머니랑 부산에 잠시 차를 몰고 간 적이 있었는데, 비 때문에 전혀 보이지가 않았습니다. 유턴해야 해서 신호등이 있는 근처에 차를 잠시 세웠는데, 거기가 도로 한복판이더라고요. 선이 보여야 뭘 똑바로 세우지, 밤에 비도 오니까 하나도 안 보이더라고요.
(* 이 글은 기억에 의존하여 재구성한 것으로 100% 일치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 동영상은 내가 겪었던 비 오는 날의 모습. 차선이 거의 보이지 않았다.
이렇게 아저씨와 긴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서울역에 갔다. 일본과 비교하면 아직 고쳐야 할 부분이 많은 한국의 현실은 이 글을 읽는 대부분이 부정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내가 직접 보더라도 한국도로는 정말 엉망이다. 불법주차 차량이 많고, 정지선은 지키지 않고, 차선은 보이지도 않고.
단순히 이것을 개인의 문제로 치부할 게 아니라 사회문제로 접근하고, 나만 손해 본 느낌으로 처벌이 이루어져서는 안 된다. 똑같이 불법주차를 했으면 모두 딱지를 배부하거나 견인을 해야 하고, 최근에는 조금 바뀌는 모습을 볼 수 있는 정지선과 신호등 동일 선상에 놓는 것도 확대되어야 한다.
택시 아저씨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면서 '한국은 200년 후면 사라질 나라'는 이야기도 했는데, 그 이유는 더는 아이를 낳을 수 없는 환경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아이 한 명을 낳아서 대학까지 보내려면 1억5천 정도의 돈이 드는데, 요즘 사람은 절대 그 비용을 부담할 수 없으니까.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복지 정책이 개선되어야 하는데, 복지 얘기만 하면 '종북 좌파'로 욕을 먹기 때문에 이루어지기 힘들다는 상황에 공감했다. 그리고 아저씨는 성남시의 복지를 이야기하면서 그렇게 이루어져야 한다고 했는데, 현 박근혜 대통령이 성남시를 괴롭히는 게 참 화난다고 하셨다.
'왜 하필 우리와 앙숙인 일본과 비교하느냐'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우리는 이렇게 옆에 있는 나라와 비교해도 모자란 부분이 많다. 박근혜 대통령은 북유럽 선진 모델을 말하면서도 필요한 제도는 추진하지 않고, 민영화를 통해 회복하겠다는 헛소리를 하고 있다. 심상정 의원이 했던 비판이 정말 통쾌하다.
"복지를 위해 증세가 필요하다'는 원내대표를 자른 분이 스웨덴 모델을 말하면 지나가던 소가 웃을 일이죠. 걸핏하면 유럽의 헤르츠 개혁이니 여러 이야기를 하는데 정말 이런 말씀드리기 그렇지만, 너무 무식한 이야기를 함부로 하시는 거죠."
정지선을 지키는 일본과 지키지 않는 한국의 차이. 단지 이 작은 차이를 통해 도로와 사회를 들여다보면 부족한 많은 부분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일본도 모자란 부분이 많고, 한국도 모자란 부분이 많다. 하지만 서로 좋은 부분은 배워서 바꿔나가야 하지 않을까? 자전거 도로도 함께 말이다. (매번 말만 자전거 선진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