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 욕망하다, 담백하고 유쾌한 글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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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글과 거칠면서도 애정있게 그려진 그림으로 생활이 담겨 있는 에세이


 글을 쓰면서 내가 가장 부러워하는 것은 그림을 그리면서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이다. 짧은 글을 써서 그림으로 분량을 채울 수 있다는 점이 부럽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긴 글로 담아야 하는 메시지를 짧은 글과 한 개의 그림으로 담아서 사람들에게 쉽게 전달할 수 있다는 게 무척 부럽다.


 요즘 우리 시대에 책 읽는 사람이 줄어들고, 긴 글을 읽는 사람이 줄어들고 있다고 한다.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볼 수 있는 기사는 모두 제목 하나로 '읽을 것인가, 읽지 않을 것인가'가 1초 이내에 독자들의 선택을 받고, 글의 길이와 사진으로 끝까지 읽을지 말지를 2~3초 이내에 결정을 내린다.


 과연 이런 시대에서 블로그에 꾸준히 긴 글을 아낌없이 쓰는 나는 살아남을 수 있을까? 어떻게 해서라도 뒷글을 읽고 싶도록, 자연스럽게 이야기에 빠질 수 있도록 글을 적으면서 내 이야기를 담으려고 하지만 참 쉽지 않다. 연예인 사진 한 장과 '이 연예인과 만났어요.' 하면 훨씬 쉬울 것 같다.


 실제로 연예인을 만나지 못하니 그림으로 그리면서 이야기를 담을 수 있다면 참 좋을 것 같은데, 머리는 완벽하게 그리는데 손이 그리지 못해서 글만 적고 있다. (웃음) 이번에 읽은 <아저씨 욕망하다>이라는 책은 짧은 글과 거친 펜 자국이 있는 그림으로 독자를 사로잡은 부러운 책이었다.


아저씨 욕망하다, ⓒ노지


아저씨 욕망하다, ⓒ노지


 위 이미지를 통해서 간단히 몇 개의 장면만 보더라도 '이 사람 정말 재치있게 글을 잘 적었다.'는 생각을 할 수 있다. 나처럼 8문단이 넘어가지 않는 글인데도 의미가 확 와 닿고, 글만 읽으면 심심한 기분이 들어 '재미있다'는 감정이 채워지지 않을 수 있는데 그림이 있어 환상의 조화를 이룬다.


 술과 미녀를 좋아하는 평범한 아저씨의 사소한 욕망 일기라고 소개하는 한국콘텐츠진흥원 만화애니캐릭터팀 과장 김정경 씨의 이야기는 참 매력적이다. 글을 읽으면서 구수한 느낌을 받고, 경험해보지 않은 일도 공감이 될 정도로 핵심 키워드를 잘 포착해서 재미있게 잘 표현했다.


 <아저씨 욕망하다> 책을 읽으면서 역시 그림을 그리면서 글을 쓸 수 있으면 좀 더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는 글을 쓸 수 있다고 생각했다. 작가의 글을 통해서 작가가 지금 행복하게 지내고 있다는 사실과 미녀에 대한 아련함을 담은 감정을 공유하며 '나도이랬지.'라며 나이가 들었다는 걸 체감했다.


 삶의 연륜이 부족한 걸까? 아직 20대 중반을 살고 있으면서도 나는 경험해보지 못한 일이 많다. 바보 아니고는 한 번은 해본다는 연애는 한 번도 해보지 않았고, 주야장천 책만 읽거나 애니메이션을 보면서 '여자친구는 모니터 너머에 있어.'라며 항변하며 살아가는 게 지금의 내 인생이다. 아하하.


아저씨 욕망하다, ⓒ노지


아저씨 욕망하다, ⓒ노지


 그런데도 작가의 어떤 이야기에 쉽게 공감이 되는 모습은 참 웃긴 일이다. 술을 전혀 마시지 않으면서도 술 이야기에 공감하고, 연애를 해보지 않았어도 연인처럼 사는 이야기에 마음이 가고, 미녀의 이야기와 모습에 눈이 가는 것은 지금 내가 작은 외로움을 느낀다고 무의식중에 생각하는 걸까?


 요즘은 이상하게도 어디를 가면 미녀들이 눈에 들어온다. 늘씬하게 잘 빠진 몸매와 보면 긴장이 되는 얼굴은 '사진 한 장 찍고 싶다' '그림으로 그려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니, 왜 도대체 연애는 생각하지 않는 걸까. 그건 내가 부족하다는 걸 알기 때문이고, 아직 별다른 관심과 용기가 없기 때문이다.


 <아저씨 욕망하다>를 읽으면서 그런 솔직한 욕망에 대해 생각해보면서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를 통해 웃을 수 있었다. 아직 내 상처를 다 치료했다는 자신이 없어서, 아직 사람에게 상처받는 일이 어려워서, 아직 두근거리며 여자 손을 잡아본 게 언제인지 기억도 나지 않아서 더 웃었던 것 같다. (웃음)


 오늘 아침 지하철에서 옆자리에 앉은 연보라색과 하얀색으로 꾸민 한 미녀가 체온을 기대며 고개를 어깨에 살짝 기대며 잠들었다. 분명히 같은 대학생일 텐데 그저 침묵하며 잠시 체온을 공유하다 내려야 할 역에서 미련 없이 내렸다. 만약 이 책의 작가라면 이를 어떻게 그림으로 그렸을까.


아저씨 욕망하다, ⓒ노지


아저씨 욕망하다, ⓒ노지


 없는 것을 부러워하기보다 그냥 있는 것을 잘 지키면서 살자. 글을 쓰면서 나는 그림을 그리지 못하지만, 지금 열심히 피아노를 배우고 있으니까. 언젠가 내 책을 통해 사람들과 만날 일이 있으면 짧은 곡 하나를 연주하며 책을 소개하고 싶다. 그때는 피아노 공연과 책 쓰기 두 개의 꿈이 모두 이루어진 순간일 테니 행복하겠지.


 비가 올 듯 말 듯 한 무거운 월요일 아침에 버스를 타고 가면서 읽고, 대학에서 수업 시작하기 전에 읽고, 수업이 없는 공강 시간에 읽은 에세이 <아저씨, 욕망하다>. 책 읽기에 1시간 30분도 걸리지 않았지만, 이야기는 쉽게 빠져들어 작가의 독특한 글과 그림에서 쉽게 빠져나올 수가 없었다.


 지난 임시휴일을 합쳐 4일을 쉬고 다시 일주일을 시작한 사람, 남의 일에 불과한 임시휴일에도 일하고 주말에도 제대로 쉬지 못하고 다시 일주일을 시작한 사람에게 이 책을 추천해주고 싶다. 당신이 아저씨가 아니더라도 재치있게 잘 표현한 저자의 글과 그림은 무거운 피로를 덜어줄 수 있다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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