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밥그릇 싸움하는 국회의원에게 고합니다.

우리 시민이 당신과 당신의 당을 선택한 이유는 그게 아닙니다.

 여러 결과가 나온 4월 13일에 치러진 총선이 지나고, 빠르게 시간이 흘러갔다. 새누리당 압승이 예상되었던 4월 총선은 새누리당이 과반 좌석은 물론, 제1당이 되는 것도 허락하지 않으면서 그동안 얼마나 많은 시민이 새누리당의 오만한 행동을 더는 두고 볼 수 없었는지 나타난 결과라고 생각한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 당이 뜻밖의 결과를 얻었다고 해서 그것이 온전한 지지를 의미하지는 않는다. 새누리당을 지지했던 몇 분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당이 아니라 인물을 보고 사람을 뽑았다.'고 말했다. 아마 이번에 비례대표 좌석을 결정한 당 득표율을 보면 안심할 수 없다는 사실을 쉽게 알 수 있다.

 나는 이번 4월 총선을 통해서 커다란 변화가 일어나는 것으로 기대하지 않았다. 그래도 조금씩 뭐라도 바뀌는 모습을 정치인들이 보여주며 시민을 생각하는 행동을 할 것으로 기대했다. 아마 이번 4월 총선에서 사전 투표를 하거나 투표 당일 투표소를 찾은 사람은 모두 비슷하지 않았을까?

 그런데 4월 총선이 끝나고 나서 표를 얻어 당선된 정치인 중 일부는 아직도 행동을 고치지 못하고 있다. 시민들의 뜻을 겸허히 받아들이겠다는 대구에서 탈락한 새누리당 김문수 후보를 비롯하여 새누리당 내부 인사들은 아직도 무엇이 가장 잘못되었는지 이해하지 못한 채 싸움을 이어가고 있다.

 여당은 총선 패배 원인을 놓고 싸운다고 치자. 도대체 야당은 뭐하는 꼴인가. 원내 1등을 차지했다고 하더라도 여전히 내부에서 세력 싸움을 멈추지 못하고 있다. 총선 준비 과정에서도 김종인이 셀프공천을 비롯한 행동을 벌이더니, 이제는 아예 대놓고 욕심을 드러내며 다시 밥그릇 싸움을 시작했다.

불편한 동침 문재인과 김종인, ⓒ오마이뉴스

 야당은 여당이 못해서 총선에서 이긴 것이지, 마치 자신들이 너무 잘나서 이긴 것으로 착각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특히 나는 김종인 대표의 발언과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정청래 전 의원이 말했던 대로 이번 총선에서 김종인이 없었더라도 더민주는 승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어디까지 이것은 결과론에 지나지 않는다. 야당이 밥그릇 싸움을 한창 벌이면서 친노 비노 나누어서 서로에게 손가락질하고, 한 명은 일부 세력을 데리고 나가서 새 당을 만들어서 '새 정치를 하겠습니다.'고 말하는 시점에서 김종인 대표가 과감한 컷오프를 하면서 조용해진 것은 사실이니까.

 하지만 야당이 앓았던 문제는 해결한 것이 아니라 보류를 했다는 점인데, 총선이 끝나자 '이제 중요한 일은 끝났으니까, 다시 한 번 네가 옳은지 내가 옳은지 싸워보자.'라며 밥그릇 싸움이 벌어졌다. 여당이 총선 패배를 두고 싸우는 시점에서 좀 잘해야 하는 야당이 똑같이 엉망인 모습에 기가 막힌다.

 나는 내가 사는 김해 지역의 후보 됨됨이를 보고 어떤 인물을 선택했지만, 당은 현 더불어민주당을 선택하지 않았다. 당 지지율이 낮게 나오면, 더불어민주당에 소속된 사람들이 '아, 사람들이 우리를 좋게 보지 않는구나.'라며 경각심을 느낄 줄 알았는데 지도부는 여전히 막무가내식이었다.

 하물며 이번 총선에서 가장 무거운 책임감을 느껴야 할 여당 출신 대통령은 아직도 남 탓을 하면서 헛소리를 하고 있다. 지금 그 눈에는 아직도 자신이 과거 아버지처럼 대통령을 더 할 수 있다는 망상이 눈에 보이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어찌 이렇게 시민을 위한 움직임을 보여주지 않고 있는 걸까.

박근혜 남탓, ⓒjtbc 정치부회의

 나는 총선이 끝나고 나서 다시 밥그릇 싸움을 시작한 국회의원을 비롯한 정치인에게 고하고 싶다. 우리가 당신을 뽑은 이유는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 어려워진 이 위기를 바꿀 수 있는 노력을 하라는 뜻이지, 당신의 얄팍한 권력 야욕을 위해서 우리 세금을 쓰라고 뽑은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현재 헬 조선으로 불리는 한국에서 20대 대학생으로 사는 나는 올해 꼭 반값등록금을 구체화해서 법안을 시행할 수 있었으면 한다. 새누리당은 올해 총선을 앞두고 '반값등록금을 실현했습니다.' 같은 헛소리를 적은 현수막을 걸었는데, 20대 대학생인 내가 느끼기에 전혀 그런 점이 없었다.

 확실히 국가장학금으로 등록금의 1/5 정도 지원을 받으면서 없는 것보다 나았지만, 여전히 대학등록금은 부담이 컸다. 이번 등록금은 1년 동안 열심히 모아서 한 학기 등록금을 냈지만, 절반의 시간으로 마련해야 하는 2학기 등록금은 어떡하란 말인가. 도대체 뭐가 반값등록금인지 되묻고 싶다.

 이런 의견을 내가 주장하면, 어떤 사람은 '공부 못해서 국립대를 가지 못한 네 탓이다. 왜 남 탓을 하느냐? 그리고 장학금을 더 받고 싶으면, 올 A+ 받을 정도로 공부만 하면 되지.'이라고 말한다. 물론 어느 정도 일리 있는 말이지만, 과연 그것을 일반론으로 정리해서 모든 대학생에게 적용할 수 있을까?

 맨날 술과 담배를 하며 아무 생각 없이 대학교에 다니면서 하루하루를 허비하는 대학생도 있겠지만, 적어도 절반 이상의 대학생이 공부에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며 취업 걱정을 하면서 대학에 다니고 있다. 최저임금에 미치지 못하는 열정페이를 받으면서 일하거나 부모님 일을 돕는 사람도 있다.

 우리는 그런 상황에 놓인 사람을 가리켜 흙수저라고 말한다. 그 흙수저 삶에서 벗어나 사람 대우를 받으며 살 수 있는 공무원이 되고자 대학생들이 열을 올리는 이유를 왜 모르는 걸까. 이번에 투표에 참여한 20대 청년들은 이런 상황을 개선해달라고 당신을 뽑았지, 밥그릇 싸움을 하라고 뽑지 않았다.

 제발, 똑바로 해주기를 바란다. 더민주당 김종인 대표는 자꾸 욕심을 드러내면서 뭐라도 하나 더 해먹으려고 하지 말고, 지지해준 시민과 당을 위한 선택이 무엇인지 생각하기를 바란다. 당신의 이기적인 행동은 조금이라도 남아있는 야당에 대한 믿음과 기대를 저버리게 하고 있으니까.

 부디 드라마 <어셈블리>에서 보았던 정치공학이 아닌 시민을 먼저 생각하는 국회의원의 모습을 볼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대통령은 제발 반성 좀 하십시오. 어찌 그렇게 뻔뻔하게 고개를 들고 국회 탓을 하면서 자신의 행동을 돌아보지 않습니까. 정말, 여왕이 되려고 하는 건 아니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