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타일러를 만든 비밀
- 문화/문화와 방송
- 2016. 4. 22. 07:30
비정상회담의 가장 똑똑하다는 멤버 타일러을 만든 비밀은 '질문'
<비정상회담> 출연진 중에서 미국에서 온 타일러는 정말 한국 사람이 보더라도 '헉'소리가 나올 정도로 한국어를 잘한다. 한국인도 잘 쓰지 않는 표현을 종종 사용하고, 서울대에서 유학 중인 그가 보여주는 여러 재능은 '도대체 타일러는 어떻게 자랐기에 저렇게 될 수 있었을까?'는 궁금증을 자아낸다.
이번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미국편>에서 타일러의 그 비밀을 엿볼 수 있었다. 미국이 개방적인 나라인 사실을 모두 알고 있겠지만, 사실 자본의 크기에 따라 교육 환경이 극과 극으로 나누어지는 미국에서 좋은 교육을 받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다. 교육에는 자본, 학교, 가정 이렇게 세 박자가 맞아야 한다.
타일러 집은 그 세 박자가 어느 정도 맞아떨어졌다. 그렇다고 한국처럼 어릴 때부터 영재 교육을 하기 위해서 값비싼 사교육 학원에 다니면서 입시 공부를 하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다양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해주었다. 피아노, 그림, 발명 등 다양한 분야에서 호기심을 충족시킬 수 있도록 해주었다.
한국 사람이 똑똑하다, 성공했다고 말하는 기준은 모두 외부에서 형식적인 결과로 나타날 때 말한다. 그 사람의 성적이 아주 뛰어나거나 그 사람의 연봉이 아주 높을 때. 딱 그 두 가지 케이스로 구분하여 한국 사람은 '똑똑하다, 성공했다.'이라는 두 말을 사용한다. 그런데 타일러의 집은 그렇지 않았다.
타일러는 자율적인 분위기 속에서 스스로 하고 싶은 것을 했고, 언제나 가족과 많은 질문을 통해 대화를 나누면서 궁금한 점을 알아가는 과정 자체를 즐겼다. 그래서 그는 한쪽으로 치우친 괴짜 천재가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지식을 배우면서 오늘은 한국에서도 즐겁게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타일러의 비밀은?,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미국편
한국의 영재 교육은 솔직히 다양성과 자율성이라는 두 단어를 찾아보기 어렵다. 언제나 책상 앞에 앉아서 남다른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 선행학습에 시간을 투자해야 하고, 의자에서 엉덩이를 떼고 바깥에서 무언가를 하려고 하면 항상 부모님과 선생님께 혼날 각오를 해야 한다. 그게 한국의 현실이다.
그래도 기본적인 것은 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 나도 그 의견에는 동의한다. 그런데 그 기본적인 것이 한글보다 영어를 먼저 배우고, 초등학교 때부터 특목고 준비에 들어가고, 중학교 때부터 강제로 자율학습을 하거나 고등학교 수험 과정을 하는 건 좀 아니지 않을까? 이건 학대에 가까운 행위다.
미국은 개인의 자율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기본적인 교육이 제대로 않은 사람이 많다는 외부적인 결과와 비교하면 한국의 기본적인 교육 제도는 상당히 좋다. 오바마가 늘 한국 교육에서 배워야 한다고 말하는 점도 이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 한국은 너무 지나치게 기본의 범위를 넓혔다.
나는 어릴 때 영어를 제대로 배운 적이 없어 중학교에 들어가서야 영어 알파벳을 좀 읽을 수 있게 되었다. 초등학교 시간 때 배운 영어는 하나도 몰랐다. 지금은 그때 어떻게 했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다. 중학교 교과서에 실린 'It's a very nice.'이라는 글 밑에 '잇츠 베리 나이스'라고 적어서 공부했다.
그 이유로 학교 반 아이들에게 "얘 좀 봐라. 영어도 못 읽어서 이렇게 한글로 적어둔다."라며 놀림을 당하기도 했지만, 그 놀림은 한순간의 일이었다. 어떤 방식으로 공부하든,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받을 수 있으면 상관없기 때문이다. 억지로 하는 공부와 동기를 가지고 스스로 한 공부는 결과가 다르다.
노력을 보는 학교의 교육관,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미국편
지난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미국편>에서는 타일러의 집과 타일러가 다닌 P 고등학교를 통해서 이런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직접 선택해서 하고, 어떤 제약 없이 배우거나 도전할 수 있는 과정이 정말 멋졌다. 뭐, 외양간 청소는 다소 "오 마이갓!"이었지만 말이다.
하지만 외양간 청소 또한 상당히 의의 있는 일이었다. 공동체 의식을 기르고, 노동을 통해서 배울 수 있는 특별한 가치를 직접 느낄 수 있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P 고등학교는 그 일을 한 학기 동안 하지 않으면 졸업할 수 없는데, 토익 점수로 졸업을 불가능하게 하는 한국의 대학과 너무 다르다.
한국의 초·중·고등학교에서는 공동체 의식과 서로 배려할 줄 아는 자세를 기르기 위해서 수련회 혹은 군대 체험 캠프 같은 일정을 소화한다. 나는 정말 이런 게 불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자율성과 존중을 배제하고, 일단 명령하는 대로 따라 하게 하는 획일적인 가치관에 아이들의 사고를 좁히기 때문이다.
그런 곳에서 서로 협업을 하면서 유대가 깊어지고, 고생을 해보면서 배울 점이 알게 된다고 주장할지도 모른다. 물론, 일부 그런 결과가 있을 수도 있다. 하지만 강압적인 명령 아래에서 자율 의지가 제한당하고, 그곳에서도 경쟁을 통해 남보다 먼저 앞서도록 가르치는 데 도대체 뭐가 긍정적인 걸까?
타일러의 다양성을 존중하는 환경은 우리의 환경과 너무 달랐다. 타일러는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녹화 중에서 "'똑똑함'이라는 건 그냥 궁금증이라고 생각해요. 새로운 것을 알고 싶은 궁금증의 근원이라고 생각해요. 새로운 것을 알고 싶어 하는 태도가 아닐까요?"이라는 말을 했다. 타일러가 제시한 가치와 우리 교육이 가진 가치는 정반대였다.
타일러가 말하는 똑똑함은?,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 미국편
나는 내가 한 일 중에서 학교 공부에 얽매이지 않고, 읽고 싶은 책을 꾸준히 읽어나간 점과 애니메이션과 만화를 통해서 꿈을 사상하는 일을 즐긴 게 가장 자랑스러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하나의 정답을 쫓아 살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의 나는 이런 글을 쓸 수 있고, 다양하게 하고 싶은 일을 해보고 있다.
나는 타일러만큼 똑똑하지 않고, 타일러만큼 큰 무대에서 활동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그와 마찬가지로 하고 싶은 일인 피아노 연주, 사진 촬영, 책 읽기, 글쓰기 등 다양한 활동을 온전히 자신의 의지와 호기심으로 접근했고, 하나씩 채워나가면서 내일이면 과거일 오늘을 나를 위해 사용하고 있다.
'나는 뭘 하고 싶은 걸까?, '나는 정말 이것으로 만족하는 걸까?', '그 일을 꼭 해야 해?', '내가 왜 대학에 다녀야 해?', '내가 좋아하는 걸 뭘까?', '내가 좋아하는 일로 먹고살 수 있을까?'등 모든 일에 나는 늘 질문했고,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고민하면서 나 자신과 대화를 통해 답을 찾으려고 했다.
타일러는 어릴 때부터 집에서 부모님과 그렇게 질문을 주고받는 환경에서 자랐고, 학교는 자율적인 학교에서 스스로 프로젝트를 세워 도전할 수 있는 경험을 쌓았다. 많은 책을 읽으면서 지식과 지혜를 얻었고, 발레와 합창단을 비롯한 다양한 일을 하며 경험이 주는 또 다른 지식을 배워나갔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의 타일러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그 또한 궁금증을 가장 중요한 요소로 말했고, 이것은 우리가 청소년 때가 아니라 앞으로 살면서도 가져야 할 자세라고 생각한다. 질문하는 법을 잊어버리게 되면, 사람은 무료한 삶 속에서 온건한 쾌락을 느낄 수 없다. 그건 너무 최악이지 않을까?
지금 질문해보자. 질문은 우리 자신을 돌아보게 하고, 좀 더 나아진 오늘의 내가 될 수 있도록 해준다. 타일러를 만든 질문의 힘. 우리가 살면서 삶에 의문을 가지는 일은 이상한 게 아니라 더 나은 나를 위한 당연한 일이다. 질문하는 사람만이 문제를 마주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사람이 될 수 있는 법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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