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변호사 조들호, 이 드라마 참 괜찮네
- 문화/문화와 방송
- 2016. 4. 15. 07:30
'약자에게 법은 공편한가?'는 질문에 우리는 고개를 끄덕이지 못한다.
사람은 법 앞에 평등하게 대우를 받을 수 있다고 말한다. 약자나 강자나 모두 법 앞에서는 똑같은 잣대로 죄를 처벌받고, '죄는 미워하되 사람을 미워하지 말라는 말'에 따라 그 사람을 보는 것이 아니라 '죄' 하나를 바라보며 법은 행해져야 한다고 말한다. 그것이 법치주의 사회의 기본이념이다.
그런데 우리가 사는 세상은 과연 그럴까? 법 앞에서 우리는 강자와 약자 모두 평등하게 대우를 받고, 똑같은 잣대로 죄를 처벌받으면서 사람이 아니라 죄만 바라보고 있을까?
글쎄. 다른 사람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지만, 나는 '그렇다.'고 고개를 힘주어 끄덕일 수가 없다. 적어도 내가 사회복무요원으로 근무한 법원에서 본 재판은 어느 정도 법이 평등하게 사람들을 대우를 해주었다고 생각하지만, 그 사람의 경제적 지표에 따라서 대응 가능한 방법이 크게 달랐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돈 있는 사람이 더 좋은 변호사를 고용해서 법 앞에서 유리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이러한 사실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벗어나서 사는 수밖에 없다. 그게 우리가 사는 자본주의 사회이고, 법 앞에서 우리가 최대한 공정한 평등을 받을 방법이다.
문제는 이것이 아니다. 돈 있는 사람들이 좋은 변호사를 고용하는 게 아니라 권력과 언론과 결탁하여 약자를 절대적으로 위협한다는 사실에 있다. 법을 악용해서 약자를 괴롭히거나 법적 보상 절차를 밟아주지 않으면서도 법적인 처벌을 받지 않는 문제가 빈번하게 발생한다는 것이 우리 사회의 문제다.
ⓒ동네변호사 조들호
얼마 전에 우연히 <동네 변호사 조들호>이라는 드라마를 보게 되었다. <동네 변호사 조들호>의 주인공 조들호는 원래 검사였지만, 권력의 뒤를 캐다가 역으로 검사자리에서 쫓겨나게 된다. 그는 한순간에 노숙자로 전락해서 피폐하게 살아가지만, 친한 동생의 죽음을 목격하고 변호사로 재기한다.
이 작품은 권력에 대한 복수 드라마가 아니다. 검사 자리에서 나름대로 '의(義)'를 추구하다가 거리로 내몰린 주인공이 변호사가 되어 약자를 변호하며 권력에 맞서는 저항 드라마다. 어쩌면 '복수'가 들어간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이번 화요일에 본 드라마의 분위기로 보건대 저항이 옳다고 생각한다.
지난 11일과 12일에 방영된 내용은 임대차 보호법을 악용한 건물주의 갑질을 소재로 사용했다. 건물주의 갑질은 우리가 자주 들을 수 있는 사회 문제 중 하나다. 오죽하면 아이들이 자신의 장래희망으로 '하느님보다 높은 건물주'이라는 말을 할까. 크고 작은 갑질은 우리 사회에 아주 깊이 침투해있다.
특히 법을 조금 모른다고 생각하는 사람에게는 자본을 가진 사람의 행패는 대단하다. 돈이 최고의 가치로 대우받는 세상에서 사람은 돈보다 늘 못한 존재다. 우리 법정에서는 돈 있는 사람은 죄를 저질러도 집행유예에 그치지만, 돈 없는 사람은 사소한 죄라도 오랫동안 복역할 때가 많다.
무엇보다 약자에게 법은 더욱 잔혹하게 적용되어, 사회에서 재기할 기회조차 박탈한다는 데에 큰 문제가 있다. 만약 이번 <동네변호사 조들호 6회>에서 조들호가 변호를 서지 않았다면, 감자탕집을 비롯한 영세 상인은 거리로 쫓겨날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쫓겨난 그들은 어떻게 살아가겠는가.
ⓒ동네변호사 조들호
<동네 변호사 조들호>는 이들이 가진 약함을 정면에서 보여주고, 법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악용하는 힘 있는 사람들에게 저항했다. 그래서 나는 이 드라마가 참 괜찮다고 생각했다. 매번 말이 법 앞에서는 평등하다고 하지, 실제 법정 앞에서는 지식과 권력과 돈 있는 사람이 유리하니까.
그렇다고 이를 잘못되었다고 말할 수 없다. 사회적으로 힘 있는 사람이 그렇게 자신이 가진 것을 활용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앞서 말했던 것처럼, 그것이 부당한 일을 당했을 때가 아니라 악의적으로 이용하여 약자를 괴롭히는 것이 잘못된 것이다. 당신은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동네 변호사 조들호는 약자의 편에 서서 당당히 권력자의 법을 악용하는 일에 저항한다. 우리는 모두 그의 시원한 사이다 같은 발언에 통쾌해 하고, 법은 저렇게 적용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드라마의 주인공 조들호를 응원하고 싶어 하는 이유는 모두 우리가 법 앞에서 약자인 걸을 알기 때문이 아닐까.
불과 며칠 전에 치러진 총선에서도 법의 이런 모습은 볼 수 있었다. 후보자 간의 흑색선전과 후보자의 거짓 공약, 그리고 본인은 그런 의도가 아니라고 하면서 뻔뻔하게 개입 의사를 보여준 어느 인물. 같은 자리에 앉았던 다른 분은 말에 조금이라도 흠이 있으면 흠씬 두들겨 맞았는데 말이다.
나는 <동네 변호사 조들호>의 원작 내용을 전혀 알지 못한다. 앞으로 조들호는 권력과 자본의 결탁에 저항하여 어떻게 해나갈지, 과연 각종 범죄를 저지른 마이클 정과 그 뒤에 있는 권력을 무너뜨릴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법의 기준을 약자의 눈높이까지 낮춰 지키고자 하는 조들호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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