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 부러뜨리는 남자를 위한 협주곡을 읽고
- 문화/독서와 기록
- 2016. 4. 2. 07:30
"역시 이사카 코타로!"이라는 감탄이 저절로 나온 소설
얼마 전에 수평 사고 문제를 다루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수평 사고 문제는 우리가 평소 문제 해결을 위해서 접근하는 수직 사고와 달리 조금 더 생각지 못한 부분까지 생각해야 하는 문제다. 때때로 추리 요소가 들어간 소설을 읽다 보면 수평으로 넓게 그린 작품을 만나는데, 이번에도 그런 소설을 읽었다.
바로 이사카 코타로의 소설 <목 부러뜨리는 남자를 위한 협주곡>이라는 작품이다. 이사카 코타로의 작품은 언제나 작은 퍼즐 조각이 하나둘 이야기에서 나오고, 작품의 마지막 장을 읽으면서 그 작은 퍼즐 조각들이 정말 멋지게 맞춰진다. 그때마다 '와우!'라고 감탄하며 재미를 곱씹어보게 된다.
이것은 내가 '이사카 코타로'라는 작가의 작품을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다. 그의 작품은 모두 하나같이 묘하게 사람을 이야기에 몰입하는 여러 매력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항상 그의 작품은 독자에게 상상할 수 있는 퍼즐 조각을 보여준다는 점이다. 이번 <목 부러뜨리는 남자를 위한 협주곡>도 그랬다.
<목 부러뜨리는 남자를 위한 협주곡>에 실린 작품은 장편 소설로 쓴 작품이 아니라 모두 독립되어 있던 작품이었다. 그런 일곱 개의 작품은 신비한 연결 고리를 가진 책으로 만들었는데, 정말 이렇게 이야기가 연결될 수 있다는 점에 놀랐다. 단편 하나하나를 읽어가며 저절로 웃음이 지어졌었다.
목 부러뜨리는 남자를 위한 협주곡, ⓒ노지
목 부러뜨리는 남자를 위한 협주곡, ⓒ노지
개인적으로 내가 <목 부러뜨리는 남자를 위한 협주곡>에서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왕따를 당하는 소년을 도와준 오인받은 남자의 이야기, 돌고 돌아서 첫사랑이 끝내 인연으로 연결되어 있었던 것을 몰랐던 한 부부의 이야기, 사슴벌레의 세계를 두고 논하는 우리 사회와 인간에 관한 이야기였다.
이사카 코타로의 작품은 이야기 자체를 따라가면서 읽는 재미도 있지만, 그가 작품에서 묘사한 일본 사회가 직면한 어떤 상황에 냉소적으로 말하는 부분이 꽤 읽을 만 하다. 특히 나는 그의 이야기가 일본 사회의 어떤 기류를 다소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내용인데도 한국과 닮아 쓴웃음을 지었다.
그중 한 가지가 아래에서 읽을 수 있는 이야기다.
"저는 학교에서도 과거의 전쟁에서 끔찍한 사례를 많이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해요. 일본이 당사자였던 전쟁을 다루면 이것저것 복잡한 문제가 얽히니 다른 국가의 전쟁 사례를 이용해 전쟁이 얼마나 끔찍한지, 질서가 없으면 일반 시민의 생활이 얼마나 엉망이 되는지, 국가에 얼마나 손해인지 가르쳐야 합니다."
"그러면 뭐 좋은 일이 있나?"
"조금 더 피해가 적은 다른 방법, 말하자면 교묘한 수단으로 이길 방법을 찾으려 하겠지요. 그게 훨씬 국가에 도움 되는 일입니다. 전쟁을 하면 돈을 번다고 하지만, 그건 자국이 전쟁터가 되지 않고, 장기전이 아닐 경우예요. 그런 건 생각도 않고 바로 거친 소리를 하는 사람은 믿을 수 없습니다. 전쟁에 반대하다니 넌 애국심이 없느냐, 그렇게 말하는 사람은 잘못됐어요. 국가를 생각한다면 일단 피해가 적은 전략을 선택해야 하니까요." (본문182)
현재 일본에서 아베는 전쟁할 수 있는 국가를 추진하고 있고, 극우의 혐한 시위와 갖은 군국주의에 대한 발언은 갈수록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일본 사회의 이런 모습을 비판하는 사람이 많은데, 막상 한국을 돌아보면 한국도 일본과 거의 다르지 않다. 지금 '애국'을 말하는 몇 정치인이 그렇기 때문이다.
북한의 위협에 맞서 핵무장을 해야 한다거나, 전쟁할 각오를 해야 한다거나, 이런 의견에 반대하는 너는 빨갱이라고 한다거나. 정말 한국과 일본은 숙적 관계가 아니라 둘도 없는 죽마고우라고 말하더라도 전혀 의심할 여지가 없을 정도다. 게다가 두 나라의 지도자가 이런 말을 좋아하는 것인지.
지금도 총선을 앞두고 전쟁과 북한이라는 두 단어를 꺼내 들고 있다. <목 부러뜨리는 남자를 위한 협주곡>에서 읽은 "국가를 생각한다면 일단 피해가 작은 전략을 선택해야 하니까요."이라는 말을 그런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다. 도대체 무엇이 국가를 위한 전략인지 생각해보라고 말이다.
그 이외에 '미팅 이야기'를 꽤 흥미롭게 읽었다. 20대 대학생이지만 미팅과 전혀 인연이 없는 삶을 살고 있어 미팅 과정에 대한 흥미도 있었지만, 여기서 하나둘 언급되는 수평 사건이 대단히 흥미를 느끼게 했다. 이번 작품에서 다른 이야기와 풀어가는 방식도 달랐고, 등장인물도 무려 6명이었으니까.
특히 '미팅 이야기' 마지막에 가서 딱 맞춰지는 퍼즐은 쾌감마저 들었다. 이 마지막 이야기로 책의 마지막 장을 넘기면서 '아, 역시 읽기를 잘했어. 재밌었어!'이라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이사카 코타로의 팬이라면, 봄을 맞아 재미있는 소설을 찾고 있다면, 이 책을 조심스럽게 추천해주고 싶다.
한번 읽기 시작하면 저절로 계속 다음 장을 읽게 되고, 냉소적이지만 해학을 담은 여러 표현은 웃음을 짓게 한 <목 부러뜨리는 남자를 위한 협주곡>. 이 작품 이후 한국에서 읽을 수 있을 그의 다른 작품이 기다려진다. 마지막으로 책에서 읽은 이야기에서 인상적인 마지막 한 글을 남긴다.
사토 와타루가 입을 열었다. "전쟁이나, 사건, 사고, 질병은 어딘가에 끊임없이 존재합니다. 우는 부모들, 슬퍼하는 아이들, 세상에는 그런 사람들이 넘쳐 나지만 우리는 자기의 시간을, 자기의 인생을, 자기의 일을 똑바로 완수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자기 생각만 하면 된다거나, 남의 일은 알 바 아니라고 개의치 않는 것과는 또 다르지만요."
"야, 못난이, 그럼 어떻게 해야 돼?" 기지마 노리코가 상대를 존중하는 건지 모욕하는 건지 모를 태도로 묻자, 사토 와타루는 싫은 내색 하나 비치지 않고 얼굴을 일그러뜨리며 말했다. "어떻게 하면 될지 모르니 여러 문제를 고민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어느 작곡가가 죽기 전에 아이들에게 이런 말을 남겼답니다. '사람은 저마다 주어진 악보를 필사적으로 연주하는 것밖에 모르고, 그럴 수밖에 없다. 옆의 악보를 훔쳐볼 여유도 없다. 자기 악보를 연주하면서도 남도 제대로 연주하기를 바랄 뿐이다.'"
(본문 3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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