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카 월드의 대표작,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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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카 코타로의 모든 팬이 기다려 온 최고의 대표작,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


 집에 있는 책장의 책들을 하나둘씩 살펴보다가 문득 '도중에 읽기를 멈췄던 책'과 '책장에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책'에 눈이 갔다. 확실히 오래전에 읽은 책이 있기도 했지만, 5년에서 6년 전에 읽은 책이 다시 읽고 싶어져서 몇 권을 꺼내서 다시 읽기 시작했다.


 얼마 전에 블로그에 소개했던 《눈먼 자들의 도시》도 그렇게 읽었던 소설이고, 오늘 이야기할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도 그런 식으로 다시 읽게 된 소설이다. 이 책은 내가 즐겨 읽는 작가 이사코 코타로의 작품이라 '기억에 남아있지 않은 게 더 이상한 작품'이었다.


 그런데 책을 펼치니 왜 내가 이 책의 내용을 기억하지 못 했는지 알 수 있었다. 나는 이 책을 끝까지 다 읽지 않았던 거다. 이 책을 구매했던 시기에 분명히 라이트 노벨을 읽느라 이 책을 초반부만 읽고 덮어둔 것 같았다. 왜냐하면, 책갈피가 초반부에 끼워진 상태로 거의 새 책이었으니까.


 그래서 지금 읽을 라이트 노벨도 씨가 말랐고(14년 9월 신작 라이트 노벨이 오지 않았다.), 어려운 책보다 소설을 읽고 싶어 이 책을 책장에서 꺼내 다시 읽기 시작했다. 처음 이 책을 읽었을 때에는 어떤 기분이었는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정말 흥미로운 기분으로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 ⓒ노지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는 시나가 이사를 온 집에서 가와사키라는 한 입주민과 만난 부분에서 이야기가 시작한다. 가와사키는 시나가 혼자 흥얼거리던 딜런의 'Blowin' in the world'라는 노래를 듣고 말을 건넨 것이었는데, 그는 어떤 일을 도와달라고 시나에게 요청한다.


 그 일이 평범히 새로운 입주민을 알리기 위한 작은 티타임 같은 파티(무슨 라이트 노벨도 아니고)이었다면 당황하지 않았겠지만, 가와사키가 시나에게 부탁한 일은 "외국인에게 선물할 대사전이 필요하니 서점을 같이 습격하자"는 일이었다.


 정말 갑작스러운 부탁이었지만, 이 사건은 정말 놀랍도록 긴 이야기를 함축적으로 담고 있는 부탁이었다. 서점이 의미하는 것과 대사전이 의미하는 것, 그리고 서점을 털자는 이야기 자체가 가지고 있는 그 모든 건 과거의 어떤 일이 관여되어 있었던 거다.


 내가 이사카 코타로의 작품을 좋아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하나의 사건에 숨은 깊은 이야기를 정말 잘 표현하고 있어서다.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는 현재와 과거를 번갈아가며 독자에게 들려주는데, 독자는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놓치지 않게 몰입하게 된다.


 이사카 코타로의 독특한 이 서술방식은 흥미도 잃지 않게 해주어 책을 읽는 즐거움을 더해준다. 아마 《사신치바》라는 이사카 코타로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그 작품을 읽어본 사람은 그의 독창적인 이 방식을 정말 마음에 들어 할 거다. (작가는 다르지만 나미야 잡화점도 비슷한 형식이다.)



 또한 내가 이사카 코타로의 작품에서 무엇보다 마음에 드는 건 작품 내에서 찾아볼 수 있는 신랄한 정치에 대한 비판이다. 오래전에 내가 블로그에 소개했던 《마왕》, 《사막》 두 개의 작품에서도 현 일본 정치와 미국을 직·간접적으로 비판하는 내용이 있었다. 당연히 이번에도 마찬가지였고.


"물어봐도 돼?"

가와사키에게는 여유가 있었다.

"뭐야?"

한편 나는 움찔대고 있엇다.

"서점을 습격하면 왜 안 되는데?"

농담으로 말하는 줄 알았는데 그는 무척이나 진지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버, 법률에 위배돼."

이것은 법학부 학생인 사람으로서 할 만한, 칭찬받을 만한 대답이었다.

"이런 말 들어 봤어?"

가와사키가 득의양양하게 말했다.

"정치가가 잘못하고 있으면, 그 세계의 정의는 모두 잘못된 것이라는 말."

"어?"

"지금 일본의 정치가들이 옳다고 봐?"

"난 투표권 없는데."
"일본의 정치가는 옳지 않아. 즉, 법률은 잘못 됐어." (p54)


 이건 이사카 코타로의 작품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매력 중 하나다. 이런 매력이 있기에 일본의 젊은 세대 중에서 많은 사람이 그의 작품을 즐겨 읽는 게 아닐까? 무엇보다 그의 독특한 구성과 이런 설정은 책을 읽는 즐거움을 느끼게 해줘서 평소 책이 서툰 사람도 쉽게 즐기며 읽을 수 있다. (게다가 한국도 비슷한 상황이고.)


《집오리와 들오리의 코인로커》는 시작부터 '뭐지? 어떻게 되는 거야?'는 흥미를 유발하며 작품에 몰입하도록 했고, 조금씩 드러나는 사건의 본질은 작품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했다. 그리고 마지막 결말 부분에서는 "역시 이사카 코타로!"라는 말이 저절로 나오게 했다고 생각한다.


 좀 더 작품에 관해 자세히 이야기하고 싶은 심정이지만, 이 이야기는 여기서 줄이고자 한다. 책은 누구나 쉽게 즐기며 '재미있다'고 말할 수 있는 책이라 아직 이 책을 읽어 보지 않았다면 '꼭 한 번쯤 읽어보라.'고 추천해주고 싶다. 절대 후회하지 않을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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