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는 인문학을 공부해야 하는가

인문학은 사람의 행동과 결정에 묻고, 깊이 생각하는 질문이다.


 인문학의 필요성은 언제나 대두하지만, 우리는 막상 인문학이 왜 필요한지 잘 이해하지 못한다. 그냥 인문학적 사고, 인문학적 교양 등의 말로 어중간하게 인문학을 이해하며 인문학을 만나려고 한다. 그 탓에 우리는 인문학을 그저 소비 심리에 따라 움직이는 형태로 인문학을 소비하는 경향이 짙다.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가 한창 유행할 때 많은 사람이 책을 샀을 것이다. 아마 EBS 채널을 비롯한 유튜브와 다양한 경로를 통해 마이클 샌델 교수의 수업을 들어보았을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그 이후에 꾸준히 인문학 강의를 들으면서 인문학을 고민해본 사람이 몇 명이나 있을까.


 이것은 소비에 급급한 점을 지적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나에게 대한 질책이기도 하다. 나도 그 당시에 <정의란 무엇인가>를 읽으면서 여러 복잡한 상황에서 문제를 제기하는 일을 즐겼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그런 태도가 줄어들었다. 하지만 그래도 인문학은 손이 닿는다면, 언제나 손을 뻗으려고 했다.


 마이클 샌델 교수의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은 <정의란 무엇인가> 이후 다시금 인문학에 재미를 붙이는 계기가 되었다. 다른 책을 꾸준히 읽다가 우연히 알게 되어 읽은 피터 싱어 교수의 <물에 빠진 아이 구하기>는 우리가 겪는 사회와 정치를 조금 더 깊이 있게 생각해볼 수 있도록 해주었다.


이런 장소에 있고 싶다, ⓒ노지


 나는 인문학을 작게라도 다루는 책을 만날 때마다 '정말 우리에게는 인문학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약 12년 동안 일방통행의 획일적인 수업을 듣고, 무려 대학교와 대학원에서도 대체로 짧게는 2년에서 6년까지 또 일방통행의 획일적인 수업을 듣기 때문이다.


 우리가 듣는 수업에서는 '왜?'라는 질문을 던져보고, 그 질문과 상황에 대해 깊이 고민해보는 과정이 너무 부족하다. 그저 수업을 듣고, 내용을 외우고, 시험을 치고, 합격하지 않으면 다시 또 시험을 치는 일을 무한히 반복할 뿐이다. 이 과정에서 지식은 늘어날지언정, 다른 일을 생각해볼 수 있을까.


 아마 답은 '그렇지 않다.'일 것이다. 그렇게 한 방향에서 시작하여 또다시 한 방향으로 흐르는 과정은 절대 우리가 다른 시선에서 사회 문제와 정치 문제를 들여다 보도록 해주지 않는다. 늘 같은 방향으로 바라볼 수밖에 없게 되면, 우리는 마주한 문제의 해결책을 찾기가 대단히 어려워진다.


 비판적인 사고, 혹은 인간의 행동과 판단에 질문을 던지는 게 인문학이라는 학문이다. 그리고 우리는 행동과 판단에 질문할 수 있어야 더 나은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지금처럼 의견을 구하는 일 없이 오로지 일방 통행을 강요하는 시대에는 더욱더 인문학이라는 학문과 접근이 우리에게 필요하다.


삼각형, ⓒ노지


 위 도형은 우리에게 익숙한 삼각형이다. 인문학을 접한 사람은 이 삼각형 하나만으로 2시간이 넘도록 토론할 수 있다. 삼각형 세 각의 합이 180도가 되는 이유가 무엇인지, 이 삼각형이 이등변 삼각형 혹은 정삼각형이라고 어떻게 판단할 수 있는지 같은 수학적 접근으로 시작해서 다양한 접근이 가능하다. 


 나는 이 삼각형을 보았을 때 '피라미드 구조의 우리 경제'와 함께 '삼권분립이 무너지는 우리 정치'의 모습을 곧장 떠올렸다. 이렇게 정치와 경제를 이야기 소재로 꺼내면, 우리는 정말 치열하게 문제 제기하고 답을 찾기 위한 과정을 통해 창의적인 생각을 하거나 더 나은 해결책을 고민할 수 있게 된다.


 그래서 나는 우리가 인문학을 공부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인문학은 단순히 철학을 익히는 고리타분한 학문이 아니다. 우리 실생활에 어떻게 인문학을 끌어들여 문제를 고민하고, 사회적 합의를 통해서 더 나은 결과를 만들 수 있는지, 한 개의 시선이 아니라 다른 시선으로 보는 학문이다.


 그냥 받아들이고 사는 것도 바쁜 세상에서 쓸데없이 질문하는 게 바보 같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우리는 질문을 하지 않으면, 앞으로 나아갈 수 없다. 정해진 답을 쫓으면 그냥 그렇게 살 수 있겠지만, 질문 없이 우리는 '나'가 누구인지도 모르고, 다른 생각과 질문이 필요한 자리에 설 수 없게 된다.


 질문하지 않는 리더는 얼마나 어리석어질 수 있는지 우리는 한국의 상황을 통해 여실히 볼 수 있다. 질문은 많은 세계적 석학들이, 많은 성공한 사람이 인생에 있어 가장 중요한 사항으로 말한다. '인문학'은 그 질문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학문이다. 질문은 우리가 늘 마주해야 한다.


 때때로 부는 인문학 열풍에 우리가 열렬히 환호하는 이유는 이런 질문을 외면하지만, 누군가 한 번 하기 시작하면 따라서 할 수 있기 때문이 아닐까. 그동안 질문하지 말고 시키는 대로 해야 했던 시대에서 우리는 답답함을 느꼈을 것이다. 막상 하고자 하니 어려운 인문학, 삼각형처럼 조금 더 간단하게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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