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팅 오버, 지난 10년 간의 인생을 다시 산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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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오늘의 기억을 가지고 10년 전으로 돌아가면, 우리는 더 행복해질 수 있을까?


 사람은 누구나 한번은 '인생을 다시 살고 싶다.'고 생각할 때가 있다. 뒤늦게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일을 발견하여 '다시 과거로 돌아가 이 일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고 생각하거나 커다란 실수를 한 자신을 탓하며 '다시 과거로 돌아가 실수를 하지 않는, 후회 없는 인생을 살고 싶다.'고 생각하게 될 때가 그렇다.


 나는 26살의 나이에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딱 그 생각을 했다. 다시 10년 전으로 되돌아가서 10년 전부터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했다면, 나는 지금 손이 닿을 수 없는 꿈으로 그리는 피아니스트를 향한 길을 걷고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10년 전에서 다시 살아보고 싶었다.


 오늘 내가 기억하는 10년 전의 나는 정말 볼품없는 녀석이었다. 내가 생각해도 왕따를 당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다. 언제나 혼자서 모든 것을 하려고 하는 고집이 셌고, 사람을 두려워해서 어울리지 못하는 데다가 몇 대 맞으면 곧장 울음을 터뜨리는 중학생 같지 않은 중학생이었으니까.


 '애가 좀 모자라서 맞았다.'고 아이들이 폭력을 쉽게 정당화하고, 담임 선생님조차 그런 말을 거리낌 없이 할 수 있는 아이로 있었다. 그런 삶을 지내면서 나는 더욱 사람에 대한 불신을 강하게 품었고, '글'을 쓰는 일을 하기 전까지 무엇하나 '나'를 마주하거나 받아들이지 못하는 삶을 살았다고 생각한다.


 만약 내가 10년 전으로 되돌아간다면, 나는 그런 절차를 밟지 않은 채로 다른 인생을 살 수 있을까? 피아노를 열심히 연습해서 피아니스트가 되고, 열심히 공부해서 더 좋은 대학에 가고, 아직 경험해보지 못한 연애를 하며 '겉으로 행복하다.'는 이미지가 풍기는 삶을 살 수 있을까?


눈을 뜨면 새로운 아침이라면, ⓒ노지


 갑작스럽게 10년 전으로 돌아가는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오늘 소개할 소설 <스타팅 오버>는 주인공이 문득 10년 전의 삶으로 되돌아간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주인공은 뭐하나 부족할 것 없이 행복한 삶을 살고 있었는데, 그는 문득 눈을 떴을 때 '10년 전으로 되돌아온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는 10년 후의 기억을 그대로 가지고 있어 '영재' 소리를 들으며 승승장구할 기회가 있었다. 하지만 그는 두 번째 인생에서 첫 번째 인생을 그대로 되풀이한다. 모든 것을 되풀이하려고 했던 그의 10년은 첫 번째 인생과 똑같아야 했는데, 그의 두 번째 인생은 첫 번째 인생의 행복과 달리 끊임없이 추락했다.


 한 가지 나쁜 일이 다른 나쁜 일을 부르고, 그것이 또 다른 나쁜 일은 불러들이는 식으로 그의 삶은 완벽히 첫 번째 인생과 어긋나버렸다. 도대체 어디에서 무엇이, 어떻게 잘못되었는지 그는 알지 못했다. 그러다 우연히 그는 자신이 살았던 인생과 똑같은 삶을 사는 인물을 발견한다.


 남자 주인공은 자신의 대역인 듯한 인물을 쫓으며 그를 죽이려고 마음먹기도 하지만, 그 과정에서 전혀 다른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남자 주인공 자신이 선택한 선택지가 잘못되었고, 자신이 갖지 못했다고 생각한 가장 행복한 선택지는 바로 곁에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것이다.


 그 인물은 남자 주인공과 마찬가지로 두 번째 인생을 살아가고 있는 '히이라기(女)'였다. <스타팅 오버>는 이 과정을 남자 주인공의 독백과 주변 인물과 대화를 통해서 아주 섬세하게 그리고 있다. 책을 읽어가는 동안 남자 주인공 독백에 많은 공감을 했으며, 마지막에 가서 답이 옆에 있다는 사실에 놀라기도 했다.


스타팅 오버, ⓒ노지


 소설 <스타팅 오버>는 두 번째로 산 인생은 최고로 행복했던 나날이었던 첫 번째와 달리 최악의 나날을 보내는 주인공의 이야기다. 독백 형식으로 써내려가는 그의 감정과 질문과 마주한 현실은 건조하게 느껴지면서도 진한 감정이 담겨 있었다고 생각한다. 이야기의 마지막 결말도 대단히 인상 깊었다.


 책을 읽으면서 나는 주인공이 두 번째 인생에서 겪은 이야기에 나를 비춰보기도 했고, '내가 지금 10년 전으로 돌아가게 된다면, 나는 이런 실수를 하지 않을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해보았다. 그저 나을 것이 없는 인생의 반복이 될 거라면, 10년 전으로 돌아가더라도 인생에 아무런 의미도 없을 테니까.


 하지만 책을 읽으면서 뜻밖에 변화의 단서는 항상 주변에 있다는 것도 상상할 수 있었다. '상상'은 '생각'과 다른 의미다. 생각은 어떤 선택지를 고민해보는 일이고, 상상은 어떤 선택지를 선택했을 때 일어날 수 있는 일을 상상해보는 것이다. 과연 그 선택지를 선택했을 때, 지금의 나는 어떤 사람일까?


 <스타팅 오버>는 돌고 돌며 찾아 헤맸던 선택지를 비로소 알게 되는 주인공의 이야기다. 우리는 언제나 한 번의 선택으로 끊임없이 연쇄 작용을 겪는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한 번의 선택을 통해서 두 번의 선택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언제나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다. 지금 바로 눈앞에.


 지금 내가 사는 삶에 허무한 감정만 가득하다면, 10년 전으로 돌아가 다시 선택의 순간으로 돌아가 정답만 선택해 삶을 완벽한 생각대로 살고 싶어 할지도 모른다. 대학 복학 후에 커다란 공백이 마음속에 생긴 나는 다시 선택하고 싶었다. 진짜 배우고 싶은 것, 멍청한 나를 만든 실수와 잘못한 일들을….


 선택은 지금도 가능하다. <스타팅 오버>의 주인공은 한 번의 선택 실수가 연쇄적으로 불행을 불렀다고 생각했지만, 그토록 원했고 찾았던 선택은 바로 가까이에 있었다. 시작부터 끝까지 냉소적인, 건조한 문장으로 주인공이 보내는 시간과 시선을 따라가며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었던 좋은 작품이었다.


 마지막으로 책에서 읽은 마지막 이야기를 남긴다.


자신의 어리석음 탓에 모든 것이 망가져 가는 과정을, 나는 이 10년간 보아왔어. 마치 역병을 몰고 다니는 역신이 된 것 같은 느낌이었지. ……다만 그렇기에 나는 알고 있어. 우리는 좀 더 제대로 살 수 있을 거라고. 미묘한 차이로 사람은 변해버리고, 바뀔 수 있다는 것을. 사람의 앞길 따위 알 수 없는 법이야. 단 그것이 의미하는 바는, 이후로 우리가 행복질 수 없는 이유도, 어디에도 없다는 얘기지. '이제까지 그랬으니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라는 생각은 버려도 돼." (본문 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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