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개성공단 사태가 아직 남일로 느껴지시나요?
- 시사/사회와 정치
- 2016. 2. 15. 07:30
어제보다 더 거세지는 북풍 속에서 말라가는 개성공단 기업과 한국 경제
북한의 로켓 발사 사건 이후 한국과 북한의 대립은 커지고 있다. 한국은 개성공단 철수라는 강수를 두었고, 북한은 개성공단 자산 동결이라는 맞수로 대응했다. 이 과정에서 이득은 본 사람은 아무도 없고, 개성공단에서 일하거나 거래를 하거나 투자를 한 중소기업 상인들은 아주 큰 피해를 보았다.
홍용표 통일부 장관은 개성공단을 통해 벌어들인 수익을 핵무기와 장거리 미사일 개발에 사용한 증거가 있다면서 개성공단 철수가 정치적 행위임을 주장했다. 하지만 증거는 공개하지 않았고, 이후 브리핑에서 사용한 단어는 어디까지 '판단'이라는 단어라 우리는 여기서 과연 신빙성이 있는지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판단했다.'는 명명백백하게 확실한 사태가 아니라 어떤 자료로 유추해보면 그렇게 결정할 수 있다는 의미로 사용되는 말이다. 즉, 이것은 통일부가 명백하게 주장할 수 있는 증거를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지만, 신빙성을 가졌다고 볼 수 없다. 더욱이 언제나 불통을 고집하며 일방적인 주장을 펼쳐 의심은 커질 수밖에 없다.
정부는 개성공단 사태로 피해를 보는 중소기업에 지원을 해주겠다고 했지만, 지원 대상에서 입주 기업과 계약을 맺은 기업은 빠져 있어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이미 파산을 피하기 어렵다고 말하는 개성공단 입주 기업인들이 많고, 계약을 맺었던 거래 업체도 납품을 앞두고 망연자실한 상태다.
자료는 정말 있는가, ⓒJTBC
이번 일은 우리에게 심각한 문제다. 그런데 아직 이런 일을 남일 보듯이 하는 사람이 많다. '북한이 로켓? 미사일을 쏘아 올렸다고? 그래서 뭐? 나랑 무슨 상관있어?'라며 상관없는 일이라고 말한다. 개성공단 사태도 이미 너무나 익숙해진 남북의 갈등이라 '또 이러다 말겠지.'이라고 생각한다.
솔직히 나도 마음 한구석으로는 그렇게 생각한다. 남북의 소소한 갈등은 오래전부터 있었고, 항상 총선을 앞두고 갈등이 구체적으로 드러났다 풀리는 일이 패턴이었다. 그래서 이전과 마찬가지로 무사태평하게 생각할 수 있지만, 지금 상황은 좀 더 개선되는 게 아니라 악화하고 있다.
이미 한국의 주가는 바닥을 향해 미끄럼틀을 타고 있고, 중국이 한국과 미국이 손잡고 사드 배치를 하는 것은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목적도 있다며 크게 반발하고 있다. 중국이 만약 한국에 불쾌한 감정을 표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경제적으로 제약을 가하게 되면 큰 손실을 우리가 입게 된다.
개성공단 철수 사태로 피해를 본 중소상공인에게 우리는 '빨갱이랑 사업한 게 잘못이지!'이라며 아무렇지 않게 생각했다. 하지만 우리는 그들만 피해를 본다고 생각해서는 안 된다. 중국발 피해가 한국에 직접 미치게 되면, 많은 기업이 어려워지는 동시에 대량의 실업자가 발생할 수 있다.
물론, 이 의견은 어디까지 '그럴 수 있다고 판단한다.'는 잠정적 가설이다. 중국이 우리와 대북 압박에 협력하여 북한이 경제적으로 어려움에 부닥치게 해 고개를 숙이게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흐르는 신냉전 상태라고 말하는 상황을 보면, 도저히 그런 일은 우리가 상상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북한은 한사코 자신들은 우주 연구를 위해서 위성을 쏘아 올린 실험이라고 말한다. 한국은 그런 이중적 해석으로 자신을 옹호하는 북한을 이대로 당할 수 없다며 전작권도 없으면서 북한의 도발에 더 강한 도발로 맞서고 있다. 그것도 앞도, 뒤도 생각하지 않는 무리수를 두면서 말이다.
북한의 로켓 발사 기술에 러시아의 부품이 제공했다는 한국의 발표에 러시아는 이를 강하게 부정하며 한국에 공개 사과를 요구하는 일도 벌어졌다. 도대체 이번 정부는 어디까지 멍청한 모습을 보여주며 나라의 품격을 떨어뜨릴까? 명확한 증거도 없이 일단 내뱉고 보는 게 참 대견하다. 그렇지 않은가?
아직도 우리는 북한 개성공단 사태가 남일로 여기고 있을지도 모른다. 솔직하게 우리는 나와 직접 어떤 관련이 없는 이상 그럴 수밖에 없다. 그게 인간이라는 존재다. 매번 있었던 남북 갈등은 한차례 긴장감을 불러오고 말았지만, 이번에는 막대한 경제적 피해가 예상되는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과연 우리는 이대로 가도 좋은 걸까? 만약 한국에 사드 배치가 확정된다고 해도 국내에서는 계속 많은 논란(위치 선정과 비용 문제)이 일어날 것이고,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외교적 마찰을 겪을 수밖에 없게 된다. 나는 지금 우리 정부가 무리수를 던지는 게 아니라 우리 시민을 먼저 생각했으면 한다.
개성공단을 통해서 오고 가던 남북의 교류가 그 가치를 잃어버리지 않기를 바란다. 수년 동안 개성공단에 근무하면서 일한 사람들, 그리고 남북 관계를 좁히기 위해서 최선을 다한 역대 정부의 노력이 이 멍청한 정부에서 도루묵이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충분히 우리는 할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연일 자극적인 보도를 일삼는 정부와 여당, 그리고 그들의 꼬리를 물고 열심히 내뱉는 언론에 휘둘리지 않는 '성숙한 시민'이 되어야 할 것이다. <내부자들>에서 말한 것처럼, 개·돼지에 불과한 대중에서 멈춰 있으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이대로 있는 것뿐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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