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풍vs버니 샌더스 열풍, 승자는 누구일까?
- 시사/사회와 정치
- 2016. 2. 13. 07:30
총선 불과 2개월 앞둔 한국에 부는 두 개의 소용돌이 '북풍'과 '버니 샌더스 열풍'
지금 미국에서는 버니 샌더스 열풍이 불고 있다. 우리에게 익숙한 정치인 힐러리와 대등, 아니 어쩌면 그 이상이 될지도 모르는 버니 샌더스는 한국에서도 여러 좋은 의미로 해석되어 정치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우리도 샌더스 같은 사람이 필요하다.'는 말이 나오는 게 그 영향 중 하나다.
미국에서 버니 샌더스 열풍이 거세게 부는 이유에 대해서 많은 해석이 있다. 그중에서도 가장 와 닿는 풀이는 '미국의 젊은 세대가 기성 정치에 신물이 났기 때문!'이라는 해석인데, 개인적으로 이런 부분은 우리 한국에서도 적용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도 이미 기성 정치에 신물이 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샌더스 같은 인물이 없어 '다 그저 그렇다.'라면서 고개를 가로젓고 있다. 그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다. 총선을 앞두고 여당에서는 '전쟁'이라는 단어를 꺼내 자꾸 자극적인 보도를 일삼고, 야당에서는 그런 여당을 비판하면서도 존재감이 좀처럼 드러나지 않으니까.
한국은 북한의 위성 발사 사건과 개성 공단 폐쇄와 함께 모든 흐름이 여당 중심으로 돌아가는 추세다. 이미 총선의 커다란 판을 뒤흔들 정도로 여당과 박근혜 정부는 북풍을 강하게 일으키며 사람들 사이에서 위기감을 꼬드기고 있다. 그동안 밝혀진 그들의 치부를 보는 시선을 돌리고자 안간힘을 쓴 것이다.
Sanders at a town meeting in Phoenix, Arizona, July 2015
물론, 내가 생각하는 이런 사고방식이 지나치게 한쪽으로 치우친 탓일 수도 있다. 얼마 전에 발행한 글에 달린 댓글처럼 내가 그냥 앞도 뒤도 안 보고 여당을 비판하는 것일 수도 있다. 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나 또한 '나는 지금 왜 이 일을 비판하는가?'는 질문을 해보았고, 언제나 답을 명확히 내렸다.
그것은 잘못되었기 때문이다. 북한이 위성 발사를 통해 국제 협약을 위반한 일이 발생했으니 우리는 조금 더 신중하게 행동할 필요가 있었다. 하지만 다짜고짜 미국과 사드 합의를 하겠다고 일방적인 통보를 하니 중국이 불쾌한 감정을 감추지 않았고, 일본은 '얼씨구~' 하면서 박수를 치고 있다.
더욱이 여당 정치인 중 일부는 '전쟁'이라는 단어를 꺼내 들며 북한이라는 카드를 정치판에서 유용하게 사용하고자 안달이 난 것 같다. 그들이 진심으로 나라를 걱정한다면, '핵 무장이 필요하다.'이라는 멍청한 의견이 아니라 조금 더 생각하고 말과 행동을 조심히 해야 하지 않았을까?
내가 보기에 이것은 국제 사회에서 쏟아진 한국의 민주주의 위기 같은 논제를 피하고, 나라 안팎에서 현 정부와 여당에 쏟아지는 비판을 피하고자 고른 선택지라고 생각한다. 안팎이 시끄러울수록 시민들의 불안감은 커지고, 중요한 선거를 앞둔 정치인들의 자질에 덜 신경을 쓸 확률이 높으니까.
어디까지 가설이다. 가설인데도 불편하다. 나는 미국에서 분 버니 샌더스 열풍이 올해 우리나라에서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생각했다. 지난 박근혜 정부 4년 동안 워낙 많은 문제가 발생한 탓에 대학생만 아니라 중·고등학생 마저 거리로 나와서 목소리를 내는 모습이 있었다. 얼마나 답답하면 그랬을까!
버니 샌더스 열풍 중심에는 젊은 세대의 적극적인 참여와 함께 기성 정치인에 대한 비판이 녹아 있다. 우리도 충분히 이번 2016년에 그런 바람이 일어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러나 이번 북한과 관련한 일이 연이어 무거워지면서 다시 그 고리타분한 기성 정치인의 목소리가 더 커졌다.
그들은 한사코 국방비 강화를 주장하고, 시민이 있어야 나라가 있는게 아니라 나라가 있어야 시민이 있을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전쟁, 핵, 핵 무장 같은 사람들에게 공포심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단어를 적절히 사용하여 연일 자극적인 보도를 통해서 기성세대의 집약을 기대하고 있다.
불과 몇 년 만에 나라가 이렇게 뒤틀어질 수도 있는지 놀랍다. 이번 북한 사건을 두고 대테러 방지법을 비롯한 경제 개혁안을 통과하려는 움직임. 우리는 또 한 번 당할지도 모른다. 기성세대 어른은 '네가 뭘 안다고 설쳐?'라며 정치에 관심을 보이는 젊은 세대를 벌써 나무라기 시작했다.
젊은 세대 중에서도 보수의 편을 드는 사람들은 '빨갱이 새끼들'이라며 조심스러운 행동이 필요하다거나 개성공단 폐쇄를 비판하는 주장에 비판을 가하고 있다. 일베 같은 사이트에서는 신 나서 떠들고 있을지도 모른다. 만약, 지금 시점에서 핵전쟁이 발발한다면, 도대체 우리 중 누가 살아남을 수 있다는 말일까.
참으로 바보 같은 일이고, 소설 속에서나 읽을 것 같은 일이다. '말도 안 되는 소설 쓰지 마라'면서 비판하면서도 핵 무장을 언급하고, 전쟁이 일어날 수도 있으니 북한에게 어떤 협의도 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 정치인과 그것을 지지하는 사람이 더 바보 같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가?
과연 한국에서도 미국의 버니 샌더스 열풍이 불어닥칠 수 있을까? 자신들이 손에 쥔 것을 놓지 않으려는 기성 정치인에 맞서 우리는 앞으로 일정에서 중요한 모의고사인 총선에서 어떤 결과를 보게 될까? 우리 한국은 남북 관계는 더욱 악화하고, 국제적 위치와 경제도 흔들리고 있는 위기에 놓인 상황이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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