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라는 말이 이젠 부담이 되는 시대

한때 우리가 정으로 불렀던 가족 아닌 가족, 지금은 어떨까요?


 외국인이 한국에 와서 놀란 문화 습관 중 하나는 식당에서 한국 사람들이 "이모! 여기 주문!"이라면서 음식을 시키는 모습이라고 한다. 내 가족도 아닌데 '이모, 삼촌, 어머님' 같은 말로 서로를 부르는 모습은 '우리'라는 단어로 나와 타인을 함께 엮는 한국은 누구나 그렇게 가족처럼 부를 때가 있다.


 내 집 같은 직장, 우리는 모두 가족이다… 이런 말은 한국 어디를 가더라도 쉽게 들을 수 있다. 대학교, 직장, 어떤 단체모임이라도 서로 호형호제를 하고, '우리가 남이가?'이라는 말로 마주 앉은 거리의 폭을 좁혀 친하게 지내고자 한다. 그래서 한국에서는 밥 한 끼 먹으면 가족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다.


 한국의 유독 특별한 이런 가족 문화는 오래전의 '공동체 문화'에서 출발한다. 한 마을에서 서로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자주 왕래를 했던 한국은 그렇게 모두가 가족처럼 지냈다. 우리는 이 과정에서 특유의 단단한 연결을 '정'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한국의 대표적인 장점 중 하나로 손꼽힌다.


 그러나 마냥 좋은 점이라고 말하기에 우리는 '가족'이라는 단어는 개인에게 너무 많은 속박을 가지고 있다. '우리가 남이가?'이라는 말로 부정부패를 지르기도 하고, '너와 나는 가족처럼 지냈는데, 그런 것도 하나 해주지 못하느냐?'면서 선택에 대한 심리적 부담감을 주기도 한다.


우리가 남이가, 가족이지! , ⓒ노지


 가족. 부부를 중심으로 하여 혈육으로 이루어진 집단을 뜻하는 말이지만, 우리가 사는 한국 사회에서는 '가족 같은 기업'처럼 가족이라는 말을 사용하는 곳이 많다. 정말 가족 같은 기업은 한 사람, 한 사람을 가족처럼 대우하고 있는지 우리는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지난 7일에 방송된 <김제동 톡 투유>에 출연한 빅데이터 송길영 대표는 "가족 같은 직장이라면서 어떻게 가족을 그렇게 함부로 잘라요?"이라는 말로 날카로운 일침을 가했다. 이 말을 들었을 때, 정말 손뼉을 '탁!' 하고 칠 정도로 고개를 끄덕였다. 가족 같다면서 어떻게 함부로 자르거나 폭행할 수 있을까.


 한국 사회에서는 '우리는 가족 같은 사람들이다. 내 집처럼 편하게 생각해라.'는 말을 듣는다. 그런데 막상 어떤 집단에 들어가더라도 내 집처럼 편하게 지낼 수 없다. 가부장적인 집처럼, 권위주의적인 경향이 심해서 개인의 의견을 들어주지 않거나 상사의 의견이 전체의 의견이 될 때가 많다.


 분명히 가족이라는 말은 '서로 친밀하게 지낸다.'는 뜻으로 사용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어느 사이에 집단에서 특정한 행동과 선택, 생각을 지나치게 강요하면서 일종의 속박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개인의 자율성을 지나치게 침해하는 이기적인 집단을 어떻게 서로 존중하고 배려하는 '가족'으로 부를 수 있겠는가.


당연한 예절은 마땅히 지켜야 하는데…, ⓒ노지


 한국은 남의 시선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나라다. 남의 시선을 의식하느라 혼자서 밥을 먹지 못하는 사람이 있고, 어른의 말에 함부로 따지지도 못하고 선택을 포기해버릴 때도 있다. 가족이 보험을 한다고 해서 보험에 가입하고, 핸드폰 통신사를 옮기고… 마냥 좋은 모습이라고 생각할 수 없다.


 가족은 공동체의 하나다. 한국 사회에서는 기업, 대학, 동아리, 모임, 동창회 등 다양한 곳에서 서로 거리가 조금만 집혀지면 '우리'라는 말을 쓰는 가족이 된다. 하지만 그 말 한마디에 부정부패가 생기고, 개인의 인간성을 외면하는 비인간적인 일이 발생한다는 점을 우리는 외면해서는 안 된다.


 우리 사회에서 이제 가족이라는 말이 더는 편하지만 않다. 가족이라는 말로 하나의 선택을 강요받고, 획일적인 생각을 강요 받는다. 노동개혁 서명 운동에 참여해야 했던 어떤 기업의 비정규직 사원들. 과연 그들은 자신들을 쉽게 해고할 수 있는 개혁에 서명하고 싶었을까?


 한때 서로 도와주면서 친밀한 관계를 뜻하며 좋은 의미로 '가족'이라는 말이 사용되었지만, 지나친 의무감을 부여해서 이제는 짐이 되고 있다. 가족 같은 회사에서는 개인의 자율적인 선택 기회가 없이 회사의 형식적인 행사에 참여하고, '이제 우리는 가족'이라면서 가족에게 갑질하는 사람들.


 사람과 사람이 서로 존중하며 배려가 있는 게 진짜 가족이 아닌지, 우리는 한 번 고민해보아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가족 같이 생각한다면 함부로 갑집을 할 수는 없을 테니까. 제 좋을 때만 가족이고, 필요 없을 때는 발로 차 버리는 문화. 이제는 고쳐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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