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수저는 이제 더는 논란거리가 아닙니다

헬조선의 금수저 논란, 이제는 논란이 아니라 기정사실입니다.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안타까운 목소리가 나오게 한 여러 사건이 있었다. 그 사건 중 하나가 '금수저 논란'이다. 금수저 논란은 부모의 재력이 자식의 미래를 결정한다는 의미로 해석하여 널리 퍼졌고, 소위 헬조선에서 산다는 청년 세대는 고개를 끄덕이면서 자신은 흙수저라고 말했다.


 금수저와 흙수저, 흙수저와 금수저. 우리는 지금도 두 개의 수저가 부딪히며 서로의 의견을 주장하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다. 한국의 냄비 근성에 따라 뜨거웠던 관심은 서서히 식었지만, 아직도 해결되지 않은 사법고시 존폐를 두고 벌어지는 법조계의 싸움. 과연 누가 금수저고, 흙수저인 걸까?


 작년에 나는 '수저'를 운운하기 전에 우리는 수저조차 들지 못한 사람도 있다는 글을 적은 적이 있다. 얼마 전에 보도된 합법적으로 한국에 들어와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 최저임금을 받지 못해서 기초 생활 수급으로 겨우겨우 살아가는 사람들. 수저라고 있는 건 그나마 다행인 일이다.


 교회와 성당에서 나눠주는 500원 동전을 받기 위해서 부지런히 돌아다니는 할아버지와 할머니의 모습을 보면, 아직도 우리 한국 사회는 사람이 최소한의 품위를 지키면서 살 수 있는 나라가 되기에 멀었다는 생각을 할 수밖에 없다. 이런 사태는 한국을 헬조선으로, 사회를 금수저 사회로 만들었다.


아리랑TV 방사장 논란, ⓒ뉴스타파


 얼마 전에도 헬조선에서 안타까운 목소리와 십 원짜리 욕이 저절로 나오는 사건이 보도되었다. 아리랑TV 사장이 자신의 딸을 데리고 출장을 다니면서 비싼 식사와 쇼핑, 고급 숙소에 투숙한 사건이다. 이 사건을 통해서 우리는 다시 한 번 '금수저 논란'이라는 말을 올해도 어김없이 꺼낼 수밖에 없게 되었다.


 아니, 지난해에 우리는 '논란'이라는 단어를 사용했지만, 올해는 '논란'이 아니라 '기정사실'이라는 말이 더 어울릴 것 같다. 아리랑TV 사장이 보여준 사건은 저 한 사람만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다. 지금 정치에 발을 담그고 있는 사람 중에서도 부모의 권력과 재력으로 사는 사람이 너무나 많다.


 소위 말하는 재벌. 이제 우리 사회에서 재벌은 여러 종류로 나뉘게 되었다. 재벌의 출발점인 대기업 회장과 사장이 가진 부를 세습하는 아들인 재벌, 대기업과 연계해서 부를 축적하며 권력을 세습하는 정치 재벌, 대중의 인기를 얻으면서 어느새 막대한 부와 인기를 축적해 세습하는 연예인 재벌.


 우리는 이 모든 재벌을 가리켜 금수저라고 말할 수 있다. 지금 우리 눈앞에 보이는 화려한 사람들은 대체로 금수저를 물고 태어난 사람들이다. 이제 우리에게 금수저 논란이라는 말은 어울리지 않는다. 우리는 금수저는 기정사실이라는 말이 더 어울린다. 이건 시시비비를 가릴 필요도 없는 사실이다.


 헬조선에서 성공한 삶을 사는 데 필요한 건 개인의 의지일까?


 나는 친척 어른과 함께 이런 모습을 두고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지 않는 이상 우리 사회는 나중에 성공하기 힘들다."고 말했는데, 친척 어른은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라. 그러면 이모 애들은 평생 가난해야 한다는 말이가? 공부 잘하고, 대학 잘 가면 성공한다."고 반박했다.


 이모에게 그런 건 산업화 시대 때나 가능했던 일이라고 강하게 비판했지만, 이모는 내가 지나치게 부정적이라고 말하며 '할아버지 세대가 부자가 아니고, 아버지 세대가 부자가 아니면, 평생 가난할 수밖에 없다.'는 말에도 고개를 가로저으셨다. 아직도 시대가 옛날과 똑같다고 믿고 싶은 듯했다.


 기성세대와 청년 세대는 이 탓에 번번이 충돌한다. 기성세대는 아직도 옛날에 살았던 방식으로 세상을 살면 잘 살 수 있다고 말한다. 청년 세대는 이제 개천에서 용 나는 시절은 지났다고 말한다. 교육이 신분 상승의 사디리가 되었던 시절은 이제 사라졌다. 지금은 가진 자본이 모든 게 되는 시절이다.


 내가 부정적일 수도 있다. 지금 우리 한국에서 사람이 사람다운 대접을 받는 일이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는 모습이 나에게만 보이는 착각일 수도 있고, 내가 실패한 나를 편 들기 위한 망상일 수도 있다. 다른 사람은 다 좋은 대학에 가서 좋은 기업에 취직해서 사는데, 나만 낙오자일 수도 있다.


 조금 이상하다. 내 생각에 고개를 끄덕이는 사람들을 비판하는 어른들을 보면 하나같이 모두 금수저를 물 수 잇었던 시대의 사람이다. 요즘 청년들은 패기가 없다고 말하는 정치인과 기업인, 간절하게 바라면 우주가 나서서 도와준다고 하는 대통령까지 모두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 막대한 자본과 권력을 세습했다.


노오오오력을 하면 돼, ⓒ개그콘서트


 위 자료 이미지는 지난주 일요일 <개그콘서트> '웰컴 투 코리아'에서 본 패러디 이미지다. '노력해서 되지 않는다면, 노오오오력을 하라'는 어떤 어른들의 말을 신랄하게 표현했다. 많은 사람이 방송 이후에 '캬, 사이다!!'라며 시원하다고 말했는데, 아마 이 글을 읽은 사람도 그런 기분일 것이다.


 우리가 사는 헬조선은 점점 불평등의 격차가 커지고, 계급의 장벽은 넘을 수 없는 사차원의 벽이 되어가고 있다. 자본을 축적한 금수저 재벌들은 여전히 자식들에게 자본을 물려주고, 빚을 축적한 흙수저 서민들은 다 갚지 못한 빚을 물려주고 있다. 계속되는 플러스와 계속되는 마이너스의 연속이다.


 이제 우리는 금수저는 '논란'이 아니라 금수저는 '기정사실'이라고 말할 때다. 금수저를 물고 태어나면 남들은 몇 십 번이나 부딪혀서 머리가 깨질 정도로 실패해야 하는 일에 그들은 손쉽게 수저를 얹는다. 권력, 부, 스타성 이 모든 세 가지 분야에 아주 적은 기회는 있지만, 그 기회는 거의 보이지 않는다.


 해외 이민을 생각하는 청년 세대가 흔한 시대다. 정치와 취업을 포기하고, 삶을 살아가는 것조차 포기한 사람이 홍수처럼 쏟아지고 있다. 사람이 먼저 되어야 하는 시대에 아직도 실실 웃으며 '간절하지 않기에 우주가 도와주지 않는다'고 말할 듯한 한 명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시대가 되고 있으니 대체 어떻게 해야 할까.


 나는 도저히 모르겠다. 네가 성공하지 못하는 것은, 네가 돈을 벌지 못하는 것은, 네가 스타성을 가지지 못하는 것은 오로지 개인의 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말하는 어른들. 확실히 명문대를 나오지 않은 시점에서 사치를 부리는 것일지도 모르지만, 나는 잠자코 어른들의 그 비판을 받아들이고 싶진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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