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모르게 공부에 요행을 바라는 이유

반응형

피아노 연습과 일본어 공부를 하며 느낀 '공부에 일발 역전은 없다'는 사실


 새로운 1월이 시작하고 나서 시간이 바쁘게 흘러갔다. 새해를 맞아 가슴에 새겼던 목표를 하나둘 실천하기 전에 벌써 15일이 되었다. 도대체 무슨 일을 했는지도 알 수 없는데, 30일로 채워지는 한 달의 반이 지나가 버린 것이다. 나의 황금 같은 시간을 도대체 누가, 어디서, 어떻게 사용했는지 모르겠다.


 올해를 맞아 대학으로 복학하게 된 나는 몇 가지 시험을 치르게 되었다. 그중 한 가지는 일본 유학과 함께 대학 졸업을 위해 필요한 JLPT N1, 대학 졸업을 위해서 필요한 토익 점수 750점이다. 솔직히 왜 이런 시험 증명 점수가 필요한지 모르겠지만, 외국어 대학이라 어쩔 수 없는 일인 것 같다.


 학교에 전화를 해보면서 이 사실을 알게 되었는데, 별로 비중을 두지 않았던 영어 공부에 상당히 시간을 투자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새해 목표는 피아노 연습과 일본어 공부에 좀 더 열심히 하면서 블로그 생활을 즐기려고 했다. 하지만 공부에 투자해야 할 시간은 늘어나고, 기타 시간은 줄어들었다.


 사실, 공부라는 게 시간을 투자할 수밖에 없는 항목이다. 공부에는 일발 역전이라는 단어가 없다. 9회 말 2아웃에서 역전 끝내기 홈런이나 안타를 치는 행운을 거둘 수 없어 꾸준히 노력하는 수밖에 없는 분야다. 그런데 이 사실을 알고 있어도 때때로 나도 모르게 '요행'을 자꾸 바라게 된다.


일본어 공부와 책 읽기, ⓒ노지


 내가 가장 공부를 열심히 했던 시기는 중학교 때다. 학교에서 별로 친구도 없었고, 집에서 할 일도 딱히 없어서 하루 중 절반 이상을 공부하는 데에 사용했다. (수험생 때도 이 정도는 아니었다.) 그 덕분에 항상 내가 좋아하는 과목 국어, 수학, 사회, 과학 과목에서는 90점 밑으로 떨어지는 일이 없었는데, 어떻게 그렇게 공부했나 싶다.


 지금은 앉아서 1시간 이상 공부를 하는 것도 솔직히 힘들다. 피아노는 계속 곡을 반복해서 연습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2시간의 시간이 흐르지만, 일본어와 영어 공부는 책의 내용을 노트에 옮겨 적거나 단어를 외우기 위해서 오답 노트를 적는 단순 노동을 반복해야 해서 '재미'와 '집중'이 없기 때문이다.


 아마 지금 자리에 앉아서 공부하는 사람은 대체로 비슷한 지루함을 느껴보지 않았을까. 더욱이 우리 주변에는 항상 스마트폰이 '나는 여기 있어. 네가 원한다면, 언제나 가상 세계로 눈을 돌릴 수 있지' 같은 오라를 내뿜고 있어 긴 시간 동안 공부를 하는 데에 생각 이상으로 방해를 받고 있기도 하다.


 책을 읽을 때, 글을 쓸 때도 쓸데없이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일이 있을 정도니 오죽할까? 스마트폰 휴대를 금지하는 학교와 학원의 강한 규칙은 이렇게 집중력을 흩트리는 일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임을 진짜 깊이 공감하고 있다. 그래서 공부할 때 일부러 스마트폰을 던져놓기도 하는데… 소용이 없다.


스마트폰(*お兄さん、私が邪魔ですか?), ⓒ노지


 멀리 놓아두더라도 쓸데없는 스팸 전화가 걸려오기도 하고, 몇몇 알림이 떠서 '응? 뭐지?' 하면서 자꾸 들여다보게 되니까. 그래서 에어플레인 모드로 종종 해두고 스마트폰을 눈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 놓기도 하는데, 아침에 '오늘 택배 배송 예정입니다.'이라는 문자가 왔으면 그럴 수도 없다!


 그래서 점점 공부에 투자하는 시간을 줄어들고, 오늘 해야 할 분량을 채우지 못할 때가 많다. 매일 꾸준히 하지 않으면, 해야 하는 양은 점점 쌓이기만 해서 결국에는 공부에 손을 놓아버리게 된다. 지금, 일본어 공부는 그렇게 되지 않기 위해서 애쓰고 있지만, 조금씩 밀리는 건 손쓸 방법이 없었다.


 게다가, 지금의 나는 블로그 포스팅을 위해서 자료 수집도 하고, 책도 읽고, 글도 쓰고, 편집도 하는 3시간은 기본으로 걸리는 일도 하고 있으니 하루 24시간이 너무 부족하다. 아침에는 매일 피아노 연습과 이 블로그에 쓰는 글을 쓰고, 1시 이후는 일본어 공부와 다른 블로그 글을 쓰기 때문이다.


 결국에는 밤밖에 남지 않는데, 이때는 아이패드에 작성한 원고를 데스크톱 PC를 통해 편집하면서 블로그에 옮기는 작업을 한다. 글을 옮기는 편집 작업이 끝난 이후에는 다시 책을 읽는데 금방 저녁 11시가량이 되어 '아, 자고 싶다. 피곤해'라며 잠을 자 버린다. 그렇게 하루가 끝나는 거다.



 중간중간에 어머니의 일을 돕느라 어머니 사무실에서 시간을 보낼 때도 잦아 해야 할 일에 투자하는 시간은 줄어들기만 하고, 늘어날 낌새가 보이지 않는다. 공부에는 일발 역전의 수단이 없기에 매일 꾸준히 공부해야 하는데, 생각이 의지와 실천으로 따라주지 않아 참으로 몹쓸 인간이 되고 있다.


 벌써 1월의 절반이 지나갔어도 나는 일본어 공부를 많이 하지 못했다. 매월 받아보는 다락원 일본어 저널도 매일 읽지 못했고, 일본어 필사를 통한 공부법은 딱 하루밖에 하지 않았다. '열심히 공부할 거야!'이라는 마음으로 산 깔끔한 새 노트는 10장을 채 넘기지 못한 상태로 꽂혀있다.


 '자기계발도 시간이 있어야 하지.'이라는 요즘 세대의 불평불만이 이래서 나오는 것 같다. 직장 생활을 하는 사람은 얼마나 더 시간이 없을까.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사람은 일 자체가 자기계발이라 상관없지만, 아직 대학교에 다니면서 준비를 하는 사람은 쪼개고 쪼개도 부족한 게 시간이지 않을까?


 시간을 빼앗아가는 빌어먹을 게임을 1~2시간씩 하다가 30분 이하로 줄이는 데에 성공했지만, 그만큼 다른 일이 늘어나는 모습에 헛웃음만 나온다. 지금도 내 앞에는 읽어야 할 책이 14권 정도 쌓여있고, 일본어 공부 스케줄도 밀려 있어 시간이 바쁘게 흘러가고 있다. 아, 영어는 1월에 한 번도 못했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공부에 자꾸 요행을 바라게 된다. '긴 시간을 투자하지 않고, 그냥 눈으로 대충 훑어보는 것으로 단어를 다 외울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이라는 생각. 긴 시간, 노력해서 반복해서 익히지 않는 이상 무리임을 알면서도 뒤로 미룬 단어 연습장을 보며 깊은 한숨을 내쉰다. (에휴)


(*오늘 글은 땜방용.)



반응형
그리드형(광고전용)

이 글을 공유하기

댓글

Designed by JB FACTO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