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은 비밀번호 찾느라 핸드폰 인증만 네 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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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디지털 치매? 비밀번호 찾느라 핸드폰 인증만 네 번


 요즘 우리가 자주 이용하는 인터넷 '익스플로러'와 '크롬'에서는 자동 비밀번호 저장 기능을 제공한다. 집에서 사용하는 컴퓨터에는 보통 이 기능을 이용해서 많은 사람이 자신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저장하는데, 나도 항상 자동 저장 기능을 이용해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저장해두었다.


 이용하는 사이트가 많고, 매번 동기화되는 아이디가 있다고 하더라도 사람들이 헷갈리기 쉬운 비밀번호 관리는 이 기능이 상당히 어려움을 덜어주었다. 비록 이 기능으로 인해 해킹을 당하게 된다면, 다른 아이디와 비밀번호까지 유출될 위험이 있더라도 우리는 편리함 때문에 이용할 수밖에 없다.


 그런데 해킹만 문제가 아니다. 이 편리한 기능은 우리가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기억하지 못하게 하는 디지털 치매를 앓게 했다. 아마 이 기능을 이용해서 집과 회사에서 이용하다가 다른 곳에서 급히 로그인해야 할 때, 아이디와 비밀번호가 기억나지 않아 헤맸던 적이 있을 것이다.


 특히 실수로 컴퓨터가 고장이 나서 초기화를 해야 하는 일이 생겼을 때, 우리는 아무렇지도 않았던 로그인에 굉장히 어려움을 겪어야 했다. 얼마 전에 컴퓨터가 잦은 에러가 발생해서 프로그램을 지웠다가 다시 깔았는데, 크롬에 저장되어 있던 비밀번호가 모두 사라져 정말 당황스러웠다.


비번이 뭐더라?, ⓒ노지


 가장 기본이라고 말할 수 있는 구글 계정에 로그인하는 것부터 시작해서 구글 계정의 비밀번호를 찾기 위한 메인 이메일 계정을 다시 찾는 것, 그리고 블로그 비밀번호를 찾는 것까지 오후 내내 비밀번호를 찾기 위해서 핸드폰 인증을 하며 시간을 보내야 했다. 아마 모두 한 번은 겪어보지 않았을까?


 자동저장 기능이 이용되기 전에 우리는 최대한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기억해두기 위해 애썼다. 하지만 자동저장 기능이 생기고 나서 웬만한 일이 아닌 이상, 우리는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특정 간격으로 바꿔야 하는 비밀번호, 특수문자가 들어가는 비밀번호가 있어도 다 컴퓨터가 저장을 해주니까.


 종종 만약을 위해서 핸드폰 메모장이나 들고 다니는 플래너에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적어두지만, 이건 실시간 업데이트가 되지 않다 보니 나중에 비밀번호가 기억나지 않아 참고를 해도 도움이 되지 않을 때가 있다. (이번에 나도 메모장을 참고했는데, 맞는 비밀번호가 10개 중 2개밖에 없었다.)


 블로그 비밀번호를 찾기 위해서 번번이 휴대폰 인증을 해야 했고, 그나마 최근에 기억하는 비밀번호 패턴을 반복해서 입력하면서 로그인에 성공하기도 했다. 정말 자동저장 기능은 여러모로 편리하지만, 이렇게 갑작스럽게 데이터가 초기화되어버리면 사람은 상당히 당혹스러워지는 것 같다.



 이번 경험을 통해서 우리가 얼마나 컴퓨터의 기능에 많은 의존을 하는지 깨달았다. 요즘 스마트폰을 자주 이용하는 사람 사이에서는 가족의 핸드폰 번호조차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다고 한다. 마냥, 남의 이야기라고 말하기에 우리도 분명히 기억하는 연락처가 다섯 손가락 안일지도 모른다.


 앞서 말했지만, 최근에는 각 포털 사이트와 온라인 사이트마다 보안을 이유로 주기적으로 비밀번호를 바꾸는 것을 권장한다. 대수롭지 않게 여겨서 나도 몇 번 연장한 적이 있는데, 블로그 계정이 해킹당해 블로그와 SNS에 스팸 광고가 도배된 적이 있었다. 그래서 나는 무조건 비밀번호를 변경했다.


 그 탓에 비밀번호를 까먹으면, 도무지 어떤 비밀번호를 사용했는지 알 수가 없다. 여러모로 편리한 컴퓨터 자동저장 기능이지만, 의외로 불편했다. 이전에 <디지털 치매>라는 책을 통해서 스마트 기기가 어떤 식으로 인간의 뇌에 부정적 영향을 미치는지 읽었는데, 이것 또한 그 예중 하나가 아닐까?


 우리는 매일 스마트폰과 태블릿PC, 가정PC, 사무실PC 등으로 많은 사이트에 로그인한다. 그리고 이미 스마트한 기능이 추가된 인터넷은 우리의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저장하시겠습니까?'이라고 물어보며 우리의 부담을 덜어준다. 하지만 그렇게 우리의 뇌는 점점 기억능력이 떨어지고 있다.


 편리함이 가져다준 불편함. 어쩌면 우리는 이 역설 속에서 무한히 실수를 반복하는 길을 이미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선택했을지도 모르겠다. 오늘, 나는 이번에 찾은 아이디와 비밀번호를 까먹지 않기 위해서 작은 메모장에 다 적어놓았다. 그런데 또 6개월 후에 바뀌게 되면, 과연 나는 기억할 수 있을까?


(솔직히 지금도 80퍼센트는 헷갈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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