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 셔틀로 전락한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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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우리 시대의 격변기를 이끌었던 세대의 침몰


 한강의 기적. 우리나라 한국을 말할 때 정말 자주 사용되는 단어다. 나는 그 시대에 살았던 사람이 아니라 잘 모르지만, '기적'이라는 단어가 아깝지 않을 정도로 우리나라가 한때 눈부신 성장을 했다는 사실을 배워서 잘 알고 있다. 수시로 뉴스와 책을 통해서 접했고, 귀에 딱지가 생길 정도로 들었으니까.


 현재 우리나라를 조용히 침몰시키고 있는 대통령이 자주 언급하는 것도 한강의 기적을 일꾼 민족이라는 단어이고, 새마을운동을 본보기로 삼아 다시 경제계획을 주장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우리는 '한강의 기적'이라는 단어가 낯설지만, 너무 자주 접하면서 기적 같지 않은 기적으로 서서히 변하고 있다.


 확실히 그 시대에는 기적이라는 말로 표현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지금 상황에서 냉정하게 분석하기 시작하면 우리는 '과도한 집중 경제 개발 계획으로 불균형이 커졌다.'는 말을 할 수밖에 없다. 그때는 그런 성장이 필요했지만, 우리는 급격한 성장을 하느라 포기해버린 것의 역풍을 지금 맞고 있다.


 한국은 한강의 기적이 영원할 것 같은 착각 속에서, 지금 당장 먹고사는 것을 해결하기 위해서 분주했다. 그래서 우리는 지금 저성장과 함께 복지는 후퇴하고, 삶의 질은 추락을 멈추지 못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더욱이 너무나 일찍 진입한 초고령화 사회의 문턱은 불안감을 더욱 크게 만들었다.


담배와 라이터, ⓒ노지


 며칠 전에 뉴스를 통해서 중·고등학생들로부터 담배 심부름을 하는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접할 수 있었다. 과거 '한강의 기적'의 세대라 말할 수 있는 할아버지들은 현재 그렇게 하지 않으면, 먹고살 돈을 챙기는 일조차 어려울 정도로 침몰했다. 한때 영웅이던 그들은 과거의 향수에 젖은 패잔병 신세다.


 대기업 위주로 펼쳐졌던 경제 정책은 돈이 돈을 버는 일을 단기간에 급성장시켰고, 노동력이 전부인 일반 시민들은 가혹한 노동 환경 속에서 먹고살기 위해서 죽어가면서 일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 그들의 삶은 과거보다 평균 소득은 늘었지만, 전체적인 삶의 질은 제자리걸음을 피하지 못했다.


 더욱이 세계 경제 불황의 여파는 수출을 기반으로 한국 경제에 큰 악영향을 미쳤다. 그렇지 않아도 소수의 대기업과 기득권을 중심으로 돌아가는 한국은 더더욱 커다란 한파가 휘몰아쳤다. 청년 세대에서는 헬조선이라는 말이 당연하다는 듯이 나오고, 노년 세대는 흘러가버린 과거만 바라보고 있다.


 왜 노년 세대는 과거만 바라보는가, 왜 박정희의 딸 박근혜가 잘할 것이라 믿었는가, 왜 지금도 우리의 목을 조르는 정책을 지지하는가, 그 이유는 오직 하나다. 과거에는 힘들더라도 먹고 살 수 있었고, 격변기라 나라도 잘산다는 말이 나왔다. 하지만 지금은 전혀 어떤 기대도 할 수 없어졌다.



 그래서 불안하고, 지저분한 현실을 외면하고자 노년 세대는 악착같이 과거를 붙잡고 늘어진다. 군복을 입고, 과거 급격한 성장을 이룬 박정희 군부 정권을 찬양하며 청년 세대를 비판한다. 먹고 살기 바빴던 그 시기에, 배움을 추구하지 않았던 그 시기와 달라진 오늘을 외면한다.


 손자·손녀뻘인 중·고등학생으로부터 담뱃값 거스름돈을 받는 심부름을 하면서 소주 한 잔을 하시려는 노년 세대. 몇 번이나 논란이 되었던 성매매 박카스 할머니 사건 등 노년 세대의 문제는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의 추락이다. 한 시대를 이끌며 기세등등했던 그들은 너무나 비참하게 추락해버렸다.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노년 세대 내에서도 나오지만, 그런 사람을 아직도 강력하게 '종북 빨갱이'로 비판하면서 과거의 향수에 짙은 노년 세대는 오늘을 부정한다. 자신들이 살았던 그때가 차라리 살 만했다고 말한다. 개인의 인권이 존중받지 못했던 그 시대를 '한강의 기적'이라 말한다.


 한강의 기적은 놀라운 경제 성장을 우리에게 가져다주었다. 하지만 정부와 손잡은 대기업 위주의 성장은 경제와 정치 분야에 심각한 부패를 낳았고, 그 부패는 오늘날에도 막강한 힘을 가진 채로 나라의 경제와 정치를 좀 먹고 있다. 불편한 희망과 익숙한 절망이 팽배한 헬조선의 오늘을 낳았다.


 오늘날, 우리 시대는 우리에게 묻는다. 과연 우리는 저 일그러진 영웅들의 추락을 보면서, 오늘 우리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를. 우리가 앞으로 어떤 삶을 추구해야 하며, 앞으로 어떤 발전을 중요시해야 하는 가를. 다시금 우리는 난쟁이가 되어 작은 공을 쏘아 올려야 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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