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 동안 계획을 지키지 않고 지내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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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연휴 동안 빈둥대며 시간을 보내보았다


 매일 아침에 눈을 뜨면, 내가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어젯밤 계획표에 적은 '오늘 해야 할 일'을 확인하는 일이다. 매번 변화하지 않고, 반복되는 일상 속에서 '해야 할 일'은 크게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종종 다른 일이 끼어 '하지 못했던 일'을 적어 놓을 때가 있어 항상 계획을 제일 먼저 확인한다.


 대체로 나는 내가 계획한 일일 계획을 다 실천하는 편이지만, 때때로 외부적인 일이나 내부적인 일로 계획을 실천하지 못할 때가 있다. 외부적인 일은 대체로 어머니 일을 돕는 것인데, 지난 며칠 동안 어머니 사무실 일을 돕느라 좀처럼 내 일을 먼저 할 수가 없었다. (인터넷 서점 블로그 글쓰기, 티스토리 블로그 글쓰기 등)


 비록 계획을 제시간에 하지 못했지만, 그래도 밤늦게 어느 정도 모아 놓았던 글감을 정리해서 글을 쓰는 일은 반드시 했다. 그러나 꾸준히 하기로 스스로 약속한 일본어 공부와 피아노 연습에 사용하는 시간은 자연히 줄어들 수밖에 없었다. 종일 밖에 있다가 저녁 이후에 들어와서 하기에 무리가 있었다.


 그래서 휴일이 있는 크리스마스와 좀 여유가 있는 이브 저녁에 밀린 일을 하려고 했는데, 이브 저녁에는 우연히 손에 넣은 표를 가지고 공연을 보았다. 공연을 보느라 일본어 공부와 피아노 연습은 건너뛰었지만, 공연 후기를 적으면서 금요일(25일) 포스팅은 미리 발행할 수 있었다.


25일 발행 포스팅


 하지만 크리스마스에는 외부적 어떤 요인도 없었음에도 계획을 지킬 수가 없었다. 이브(24일) 아침부터 오후까지 어머니 일을 돕는 외부적인 일이 있었다. 그런데 크리스마스 당일(25일)에는 뭔가 의욕이 샘솟지 않았기 때문이다. 아침에 하는 피아노 연습을 하다 자꾸 연주가 엉망이 되어 "안 해!"라며 손을 놓아버렸다.


 하는 수 없이 내일(26일, 발행되는 기준으로 오늘) 발행할 글을 위해서 <작고 소박한 나만의 생업 만들기> 책을 읽으려고 했는데, 마찬가지로 도무지 집중이 되지 않아 3페이지 이상 넘기기 힘들었다. 보통 이런 때는 앉아서 읽는 게 아니라 서서 읽거나 집안에서 걸으며 읽는데, 그것조차 잘 되지 않았다.


 머리카락을 헝클이며 고민하다 '오늘은 계획을 지키지 않고 보내보자. 어차피 어제도 못 지켰고, 오늘은 1년에 한 번 있는 크리스마스이니까, 그냥 좀 놀아보자!!'는 마음으로 계획을 지키지 않고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집안일을 한 이후라 할 일은 게임을 하거나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는 일밖에 없었다.


 그런데 막상 온라인 게임에 접속해도 달리 할 일이 없었다. RPG 게임 특유의 그룹 사냥을 20분 정도 하니까 지겨워서 도저히 게임을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VOD 서비스로 옛날에 본 <알바 뛰는 마왕님>을 비롯한 몇 애니메이션을 다시 감상했는데, 애니메이션을 한두 편 보다 보니 시간이 빨리 흘러갔다.


문화의 전당 크리스마스 트리, ⓒ노지


 혼이 나간 것처럼 시간을 보내다가 '내가 지금 도대체 뭘 하는 거지?'라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 오후 5시 전후다. 오늘 세운 일의 일정 순서에서 벗어나 '집중이 안 되니 마음대로 좀 지내보자.'라고 보낸 시간이 너무 의미 없게 느껴졌다. 텅 빈 공기 속에서 그냥 생각하기를 멈춘 것 같았다.


 계획표에 매달리는 일은 어리석은 일이지만,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집중이 안 된다.'는 이유로 하지 않는 것은 역시 오히려 나에게 해가 되는 것 같다. 집중이 되지 않는다면, 다른 일을 먼저 하면서 집중이 될 수 있도록 해야 했다. 아침 10시부터 오후 5시까지 너무 시간을 함부로 써버려 후회가 밀려왔다.


 매일 플래너에 적은 A1 순서부터 C1 순서까지 내가 해야 할 일을 먼저 하고, 중간에 지치면 때때로 음악을 들으면 쉬는 것이 나에게 있어 최적의 생활이다. 그런데 이런 계획을 지키지 않고, 시간을 무작정 보내보니 도대체 이게 무슨 멍청한 짓을 하는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몇 번이나 이렇게 시간을 보내고 후회한 적이 있었다. 아마 내가 기억하는 때 말고도 기억하지 못하는 때도 잦을 것이다. 그때마다 '내일은, 다음부터는 꼭 이렇게 시간을 보내지 말아야지.' 하며 스스로 뉘우치고 다짐한다. 그런데 시간이 흘러 의욕이 샘솟지 않거나 집중이 되지 않으면, 또 실수를 반복한다.



 의욕이 샘솟지 않고, 집중이 되지 않는다면, 잠시 물을 마시면서 하늘을 바라보아야 했다. 피아노 연주가 도무지 만족스럽게 되지 않으면, 만족스럽게 연주할 수 있을 때까지 연습해야 했다. 글이 써지지 않으면, 책을 몇 번이나 다시 읽어야 했다. 이 책이 읽어지지 않으면, 다른 책을 읽어야 했다.


 게임을 하면서 오히려 더 산만해지는 일은 하지 말아야 했고, 재미있게 시간을 보내더라도 다음에 또 볼 수 있는 애니메이션은 1~3화를 보는 것에서 멈춰야 했다. 내가 스스로 세운 계획을 실천하지 않다 보니, 정말 스스로 한심하게 생각하는 일은 지나치게 커지는 것 같았다. 지금도 '대체 왜 그랬을까'고 생각한다.


 사람들이 모두 자신과 약속을 지킬 수 있다면, 분명히 우리의 삶은 더 만족스러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우리의 약속은 언제나 외부적 상황과 내부적 상황에 따라 돌변한다. 내 일을 하지 못하는 바깥 일이 생겨버리고, 내 일을 할 수 있는 시간에도 마음과 행동이 따르지 않아 지키지 못한다.


 크리스마스 연휴 동안 계획을 지키지 않고 시간을 보내보니 '역시 나는 좀 더 강하게 나를 밀어붙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자기 스스로 노력하지 않는 것은 변명조차 할 수 없고, 항상 어중간하게 모든 일을 해버리는 것은 나의 나쁜 습관이니까. 제발, 내년에는 좀 더 착실히 살았으면 좋겠다.


 오늘의 글은 마치 일기장이다. 이 글을 쓰는 것도 5시에 '이러면 안 되지.' 하다가 문득 글이 떠올라 적게 되었다. 때때로 우리에게 휴식은 필요하지만, 그 휴식이 전부인 것처럼 시간을 보내서는 안 된다는 사실을 다시 깊이 알게 되었다. 내일(26일)부터는 꼭 이런 일이 없기를! 있더라도 일찍 마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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