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 미로 시장의 사람과 문화를 그리는 그림 이야기

문화를 기반으로 새롭게 문화 시장을 꿈꾸는 서동 미로 시장에 가다


 지난주 금요일에 부산 서동에 있는 서동 미로 시장을 방문했다. 일반적으로 부산하면 떠오르는 시장은 자갈치 시장과 함께 일명 깡통 시장으로 불리는 부평시장과 국제시장을 말한다. 특히 영화 <국제시장>의 큰 흥행 이후에 국제시장은 완전히 문화 관광지가 되어 큰 특수를 누리고 있다.


 나도 깡통시장에 어머니와 함께 몇 번이나 방문한 적이 있다. 그곳에서 대량으로 파는 몇 개의 물건을 구매하거나 어머니가 거래하는 업체가 근처에 있어 잠시 배나 채울 겸해서 자주 들락날락한다. 확실히 최근에는 시장을 찾는 사람이 너무 많아 차를 주차할 곳이 없어 항상 헤매다 겨우겨우 주차한다.


 그만큼 부산하면 우리 머릿속에 떠오르는 시장은 깡통시장이라는 게 아닐까? 그런데 상당히 생소한 이름의 서동미로시장은 도대체 어떤 시장인지 알 수 없었다 이름에 '미로'가 들어가니까 미로처럼 형성되어 있는 시장인 것 같기도 하고, 무언가 특색이 있는 시장인지 잘 떠오르지 않기도 했다.


 이번에 그 낯설게 느껴지는 서동미로시장을 방문할 기회가 있었는데, 처음 둘러본 서동미로시장은 한창 변화를 맞이하는 중이었다. 서동미로시장 공공미술 프로젝트를 통해 어둡던 시장 곳곳에 벽화를 그려서 꾸미고, 자원봉사자와 함께 다시 찾고 싶은 시장으로 만들어가는 중이었다.


서동 미로 시장 단장님, ⓒ노지


아름다운 길 문화가 있어 행복한 시장, ⓒ노지


서동 미로 시장, ⓒ노지


해외 유학생 자원봉사자, ⓒ노지


시장 내에는 우물도 있다!, ⓒ노지


보이는 라디오 방송국, ⓒ노지


 서동미로시장 육성 사업단 단장 조성백 씨는 '아름다운 문화가 있는 시장'을 목표로 한창 시장 상인분과 이야기를 나누며 지금의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씀하셨다. 특히 하나투어와 스타트업 온굿플레이스와 협조를 통해서 단순히 벽화를 그리는 게 아니라 사람들이 문화를 즐기는 시장이 목표였다.


 지난 서동미로시장을 둘러보면서 볼 수 있는 곳곳에 있는 벽화는 서동미로시장만의 지리적 특성을 활용하여 잘 꾸며져 있었다. 투어 출발 전에 이번 메이킹 스팟 투어에 참여한 기자와 블로거를 상대로 보여준 옛날 사진과 비교하면, 정말 커다란 변화인 동시에 얼마나 노력했는지 엿볼 수 있었다.


 특히 개인적으로 눈에 띈 것은 삭막한 느낌을 벽화로 덧칠한 것이 아니라 상인들이 스스로 이야기를 담을 수 있도록 한 몇 가지 프로그램이었다. 서동미로시장을 방문하면 지나다니는 길 위에 작은 TV가 매달려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그 TV의 내용은 상인 분들이 스스로 찍은 홍보 영상이다.


 일명 보이는 라디오로 불리는 이러한 소통 방식은 엄지손가락을 세우며 칭찬할 만했다. 앞으로 이런 방식이 더 사람들 속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영화 <라디오 스타>에서 본 마을 주민들의 이야기처럼, 커다란 장벽 없이 모두의 이야기를 담을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미로 호랑이, ⓒ노지


미로 호랑이에 대한 정보, ⓒ노지


스탬프 찍기, ⓒ노지


서동 미로시장 풍경, ⓒ노지


서동 미로시장 그림, ⓒ노지


인디밴드의 공연, ⓒ노지


 시장의 문화를 만드는 데에는 확실히 외부의 협조도 필요하지만, 무엇보다 시장 사람들이 중심에 있어야 한다. 강제 철거 이주민으로 이동해서 오랫동안 이곳에서 스스로 삶의 방식을 터득한 사람들을 바꾸는 일은 절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지난 시간동안 서동시장은 확실히 달라지고 있었다.


 서동미로시장의 '미로'는 말 그대로 '미로' 같은 시장을 나타내기도 하지만, 아름다울 미(美)자와 길 로(路)자를 사용해서 아름다운 길을 의미한다. 아직은 좁은 길이 불편하기도 하고, 군데군데 다 칠해지지 않은 길이 색이 바랜 풍경처럼 느껴지지만, 시간이 흐르면 더 멋진 시장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이번 취재에 참여한 블로거와 기자들을 상대로 보여준 여러 투어는 앞으로 발전한다면, 충분히 그런 기대를 할 수 있는 잠재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이 투어 프로그램을 현실적으로 사람들이 이용하면서 시장을 둘러보기 위해서는 몇 가지 수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중 첫 번째는 꼭 투어 이용권에 음식 항목이다. 시장을 돌면서 마지막으로 보리밥을 먹기 위해서 쿠폰을 사용하는데, 그 때문에 체험권의 단가도 높아질 것이다. 하지만 시장에서 먹을 수 있는 여러 음식을 그냥 자연스럽게 먹을 수 있도록 특정 메뉴를 한 개의 음식으로 제공하는 건 빼면 더 좋지 않을까?


맛난 분식을 운영하는 노부부, ⓒ노지


따뜻한 파전, ⓒ노지


따뜻한 계란만두, ⓒ노지


떡볶이에 찍으면 꿀맛, ⓒ노지


여기서 단 4천 원만!, ⓒ노지


시장 내의 빵집, ⓒ노지


 공식적인 취재 활동이 끝나고 나서 함께 갔던 지인 형과 서동미로시장에서 약간의 음식을 먹었는데, 가격이 정말 싸서 먹는 데에 전혀 부담이 없었다. 위 사진은 현재 서동미로시장에서 유일하게 특색있는 음식으로 손꼽히는 계란 만두인데, 이 계란 만두와 떡볶이와 파전 모두 천 원에 불과했다.


 그 이외에도 서동미로시장 내 빵집에서 파는 빵의 가격은 정말 저렴했다. 이전에 시장을 온 적이 있는 형의 말을 빌리자면, '오후 시간이 되면 학교를 마친 중.고등학생이 정말 많이 시장에서 볼 수 있다.'고 한다. 아마 돌아가는 길일 수도 있고, 간식을 먹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다.


 그러니 굳이 체험 투어 코스에서 한 개의 메뉴를 정하는 것보다 자연스럽게 시장 내 먹거리를 먹을 수 있도록 유도하는 쪽이 괜찮다고 생각한다. 만약 해외 관광객이라면, 소통이 어려울 수도 있으니 함께 하는 가이드가 통역을 통해서 '보고 먹고 즐기는' 시장 투어로 개념을 잡는다면 효과가 있지 않을까?


 단, 이 부분에서는 지나치게 상업성이 강조될 수도 있으니, 어디까지 개인의 의사에 따라 하나씩 천천히 둘러볼 수 있도록 배려하는 게 중요할 것 같다. 문화라는 것은 형식으로 갖춰야 형성되는 게 아니라 자연스럽게 사람과 사람이 교류할 때, 뻔뻔하게 생겨나는 것이니까. 지금은 걸음마 단계일 뿐이다. (돈보다 사람이 먼저고, 사람이 이익을 만든다.)



 그리고 나는 서동미로시장 육성팀에서 하는 '보이는 라디오'를 통해 시장 내 상인 분들의 이야기를 안에서 주고받는 것에 한정하지 않고, 유튜브라는 전국 혹은 전세계(영어자막) 어디라도 보여줄 수 있는 매체를 통해 추가로 콘텐츠를 발행하면 어떨까 싶다. 좀 더 연구개발을 하면, 분명히 멋진 활용 소재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정리해보자.


 오래된 시장에 변화를 주어 새로운 시장으로 탈바꿈하는 일은 무척 어려운 일이다. 대기업 유통기업에 맞서는 일이기도 하고, 그동안 상주하고 있던 사람들에게 새로운 것을 주장하는 일은 마치 빙산을 녹이려는 일과 매한가지다. 하지만 비록 느리더라도 일어나는 변화는 분명히 활기를 넣어줄 수 있다.


 현재 서동미로시장은 미술 프로젝트를 비롯하여 다양한 문화 콘텐츠를 늘려가며 사람과 사람이 소통하는 시장으로 변해가고 있다. 앞으로 오랫동안 함께 시장과 시간을 보낸 상인분들의 이야기를 시장이 가진 콘텐츠의 중심으로 잘 활용할 수 있다면, 방문하는 사람도 천천히 늘어날 것으로 믿는다.


 마지막으로 '에이, 그런 게 돈이 돼?'라며 재래시장 투자에 인색한 요즘 시대에 자기 지역의 시장을 더 멋지게 가꾸기 위해 노력하는 운영팀의 노고에 큰 박수를 보내고 싶다. 여러분이 있기에 우리 전통 시장은 앞으로도 분명히 우리의 삶과 함께하며 웃고 우는 이야기를 간직할 수 있으니까.


* 온굿플레이스로부터 소정의 원고료를 받고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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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2)

  • 2015.12.01 08:45 신고

    사진이 참 좋네요. 그 느낌들이
    특히 흑백사진은 여운이 길게 느껴집니다.
    물론 그 여운은 노지님의 글이 있어 더욱 빛이 나고 있습니다만...
    ^^*
    잘 보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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