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한 학교 폭력, 여전히 숨기는 학교 폭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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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말로 '없다.'고 답하라는 학교 폭력 실태 조사, 그렇게 부끄러우신가요?


 학교 폭력은 우리가 교육 문제를 이야기하는 데에 빼놓을 수 없는 문제다. 학교 폭력 없는 청정학교를 꿈꾸는 많은 사람이 있지만, 그런 사람의 염원과 달리 학교 폭력은 결코 우리 학교에서 사라질 수가 없다. 왜냐하면, 사람이 몰리는 곳에 반드시 '차별'이 발생하여 '갈등'이 발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는 학교 폭력은 반드시 존재한다고 봐야 한다. 겉으로 평범히 지낸다고 하여 그 관계를 의심하지 않는 실수를 해서는 안 된다. 겉으로 평범해 보이지만, 그들 사이에서 계급이 나누어져서 누구는 빵셔틀을 하고 누구는 담배 셔틀을 하고 누구는 일진의 역할을 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쉽게 생각해보자. 우리는 모두 낭만적인 학교생활을 꿈꾸지만, 그런 건 동화 속에나 있는 법이다. 드라마에서 학교 폭력을 보여줄 때마다 '조금 과장이 심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현실 속에서 보이지 않는 학교 폭력은 그 수위가 더 심할 때도 있다. 종종 뉴스에도 그런 사건이 보도되지 않는가.


피해자를 내치는 학교, ⓒMBN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우리가 '심각한 문제'를 선정하여 '이것이 학교 폭력이다. 너희가 생각하는 폭력은 단순히 동급생들의 장난일 뿐이다.'이라고 함부로 정의를 내려서도 안 된다. '폭력'을 정의하는 데에 필요한 것은 다수의 논리가 아니라 한 사람이 얼마나 피해(상처)를 받았는지 보는 것이다.


 나보다 약한 애를 괴롭히면서 몸에 멍이 들었을 정도로 때리는 것만이 폭력이 아니라 매일 욕을 섞어서 괴롭히는 일도 폭력이다. 특히, 스마트 세대로 살아가는 요즘 청소년 사이에서 발생하는 언어폭력은 학교에서 말로 괴롭히는 게 아니라 페이스북, 카카오톡 등의 SNS를 통해서 발생할 때가 많다.


 우리는 이 모든 것을 학교 폭력으로 보아야 한다. 직접 아이가 신체적 피해를 보지 않았다고 하여서 그것이 폭력으로 인정하지 않는 것은 '술을 마시고 운전을 했지만, 사고를 내지 않았으므로 음주 운전이 아니다.'이라고 말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더욱이 이런 폭력은 '집단'이기에 더 조심해야 한다.


학교 폭력은 계속 증가 중, ⓒKBS


 학교 폭력은 그래서 상시 존재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학교 이미지 실추를 이유로 들면서 일부 학교의 학부모와 교사는 이 사실을 전면적으로 부정하기도 한다. 학부모와 교사는 '단순한 애들 장난이다. 벌써 화해를 시켰기에 크게 사건을 키울 필요가 없다.'고 말하면서 어물쩍 넘어가려고 하는 것이다.


 얼마 전에 뉴스에서 보도된 '거짓말을 강요하는 학교 폭력 실태 조사' 사건도 똑같은 사례였다. 학교 폭력 실태 조사를 앞두고 전담 경찰관이 학교에 찾아와서 "00 고등학교에서는 학교 폭력이 일어난 적 없다. 그러니 '아니오'를 눌러라'라고 말했다고 한다. 과연 이런 말을 들은 청소년이 '있다'는 선택지를 누를 수 있을까?


 더욱이 온라인 학교 폭력 실태 조사를 하는 과정도 문제다. 내가 중학교에 다녔던 시절처럼 아예 대놓고 선생님이 "내가 학교 폭력 당했다고 생각하는 사람, 손들어라."이라는 무식한 방법은 아니지만, 친구와 함께 같은 자리에서 조사하는 경우가 많아 '있다'고 해도 장난으로 치부될 때가 있다는 거다.


아니오를 누르시오, ⓒKBS


 과연 이런 학교 폭력 실태 조사를 우리는 어느 정도 신뢰를 해야 할까? 아무리 학교 폭력을 없애기 위해서 교육부가 여러 캠페인을 벌인다고 하더라도 학교 폭력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가 바뀌지 않는 한, 학교 폭력을 줄이기 위한 진짜 실천은 앞으로도 찾아보기 어렵지 않을까? 난 그렇게 생각한다.


 분명히 내 아이는 학교 폭력에 연루되지 않았다, 우리 학교는 깨끗한 학교다. 그렇게 믿고 싶을 것이다. 그게 바로 사람의 마음이다. 하지만 언제나 현실이 우리의 마음대로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런 이상적인 꿈을 꾸는 것은 개인의 자유이지만, 실천하기 위해서는 다수의 의지가 모여야 가능하다.


 학교 폭력을 당한 소수의 피해 학생이 아무리 울부짖어도, 학교 폭력을 해결해야 하는 교사와 학부모가 팔짱을 낀 채 '그럴 수도 있지.' 하며 방치한다. 이런 행동은 피해 청소년이 옥상에 올라가 뛰어내리도록 등을 떠미는 행동임을 우리는 자각할 필요가 있다. 정말 엄중히 대해야 한다.



 <학교의 눈물> 다큐멘터리가 방영될 때 많은 사람의 학교 폭력의 실체를 보았다. 이제 더는 학교 폭력이 공부를 못하고, 가정 해체가 일어난 집의 자식이 아니라 멀쩡한 집안에서 성적도 상위권에 반장과 선도부 부장 등의 역할을 하는 아이들이 권력을 이용해서 학교 폭력의 가해자가 된다는 사실을.


 불편한 진실이라고 하여 우리가 이 진실을 외면하게 되면, 우리는 결코 학교 폭력이 나은 방향으로 개선되는 학교를 만들 수 없다. 불편한 진실을 외면한 못난 어른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학교 폭력 실태 조사를 할 때마다 "학교 폭력 없지? 그렇지?"라며 거짓말을 부추기는 일밖에 남지 않는다.


 성적, 재산, 외모, 말투 등 다양한 요인이 폭력의 원인이 된다. 그리고 학교 폭력의 최초의 시발점은 가정이다. 부모가 오직 '공부'에만 신경을 쓰느라 '사람됨'에 신경을 쓰지 '않은' 탓에 망가진 마음을 가진 많은 아이가 어긋난다는 사실을 외면하지 말자. 그래야 우리는 개선의 여지를 찾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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