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도 공부라고 말할 수 있나요?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 알아가는 것도 공부입니다.


 우리가 일상생활 속에서 '공부'를 말할 때는 언제나 시험을 대비해서 영어 단어를 외우고, 수학 오답 노트를 작성하는 등의 일을 의미한다. 한국 청소년 평균 공부 시간이 하루 8시간이라고 하는데, 이 수치는 OECD 국가 평균 시간보다 2시간 이상 더 많은 시간이다. (정말 대단한 한국 청소년들!)


 아마 우리는 모두 비슷한 경험을 가지고 있지 않을까? 청소년 시기에 운동부로 들어가서 운동을 하거나 일찍 취업을 목표로 대학이 아닌 다른 길을 선택한 사람이 아닌 이상, 우리는 책상에 앉아서 무턱대고 책을 펼쳐서 중간고사와 기말고사와 수능에서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서 발버둥 쳤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서 그렇게 한 공부에서 기억에 남은 게 별로 없다. 개인적으로 좋아했던 법과 사회와 정치, 사회문화 같은 과목은 지금도 꾸준히 관련 책을 읽고 있어 기억하고 있지만, 수학 시험을 위해 외웠던 공식들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심지어 어떤 과목은 이름도 기억나지 않는다.


 놀 수 있는 시간, 내 인생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찾는 시간을 포기하면서 공부를 죽어라 했었지만, 막상 남는 게 없어 허탈함이 느껴진다. 내가 좋은 명문 대학에 가지 못했기 때문에 그런 것일 수도 있지만, 이런 모습은 지방대였던 '나 한 사람'의 예가 아니라고 생각한다.


ⓒ김제동의 톡 투유


 예능 프로그램 <1박 2일>에서 서울대에 방문했을 때 만났던 서울대 학생도 똑같은 고민을 가지고 있었다. 비록 공부를 열심히 해서 서울 대학교에 들어왔지만,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 막막하고,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을 고민하면서 그냥 그 자리에 서 있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문화 이야기/방송과 행사] - 서울대생도 똑같은 고민을 하는 20대 청춘이었다


 한국에서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말이 유행했던 적이 있었다. 아프면 환자이기 때문에 병원에 가야 하지만, 그럼에도 우리가 '아프니까 청춘이다'는 말에 공감했던 이유는 그냥 좋은 대학만 가면 모든 게 잘 풀릴 것이라는 어른의 말과 달리 대학에 와서도 희망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많은 청춘이 청소년 시기에 해보지 못했던 '내가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일까?', '내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하나?' 같은 고민을 하면서 뒤늦게 방황한다. 공부만 하던 학생이 갑자기 자신의 인생에 책임을 지고 고민해야 하는 상황에 놓이니 삶에 지쳐가면서 아파했던 것이 아닐까?


 우리가 이런 과정을 좀 더 웃으면서 내가 성장하기 위한 기회로 삼기 위해서는 '공부'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다시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우리가 그냥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시험에서 좋은 성적을 받기 위해 하는 게 공부가 아니라 좋아하는 일, 하고 싶은 일을 위해 배우는 것도 '공부'이기 때문이다.


ⓒ김제동의 톡 투유


 지난 <김제동의 톡투유>에서는 고등학교 3학년 여학생이 시험공부에 너무 많은 스트레스를 받다가 생각을 내려놓고 공부만 하기보다 좋아하는 일을 하는 것을 김제동과 말하고 있었다. 김제동은 그 여학생에게 "진짜 공부하네." 하고 말하자 여학생은 "그게 공부에요?"하고 되물었었다.


 김제동은 그 여학생의 질문에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게 공부죠. 좋아하는 것을 알고 싶어하는 것을 하는데, 그게 진짜 공부지." 하고 답했었다. 나는 이 말이 우리의 좋은 본보기가 되었다고 생각했었다. 우리는 그냥 시험공부만 하는 게 공부라고 생각하지만, 공부는 좀 더 넓은 의미로 보아야 한다.


 우리는 언제나 좁은 의미로 공부에 접근한다. 그래서 우리는 진짜 보아야 할 공부를 보지 못하고, 공부는 싫은 일로 여겨질 수밖에 없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더 잘하기 위해서 하는 공부가 아니라 해야 하는 이유도 모른 채 해야 하는 공부이니 어떻게 좋아할 수 있을까? 어떻게 즐겁게 할 수 있을까?


 괜히 한국 청소년 행복지수가 OECD 국가 중 꼴찌가 아니고, 괜히 한국 청소년 자살률이 OECD 국가 중 일등이 아니다. 공부를 언제나 좁은 시선으로 접근하고, 좋은 대학에 가기 위한 진학 공부가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을 잘하기 위해 공부하는 사람에게 비판하는 건 절대 옳지 않다.


[시사 이야기/학교와 교육] - 청소년 행복지수 마저 조작하는 나라, 부끄럽지 않나요?



 "저는 대학에 가지 않고, 먼저 취업할래요." 같은 말을 하는 사람에게 우리는 다소 걱정스러운 시선과 함께 '네가 대학에 가지 않으면, 도대체 어디서 취업해서 먹고 살려고?' 같은 불편한 시선을 보내기 마련이다. 어쩔 수 없다. 우리는 학교와 가정에서 '대학은 취업을 위한 최선'으로 배웠었으니까.


 책을 읽는 일 자체도 우리가 알지 못하는 어른이 지정한 권장 도서를 읽어야 했고, 심지어 독후감까지 억지로 써야 했다. 그래서 '책 읽기=공부'라는 바보 같은 공식이 만들어졌다. 괜히 한국에서 독서율이 낮은 게 아니다. 이런 잘못된 접근이, 잘못된 생각이 점점 안 좋은 결과물을 만들어 내고 있다.


 그러나 우리가 아무리 사회에 이런 잘못을 지적하더라도 오랫동안 굳혀진 제도와 분위기를 쉽게 바꾸지는 못할 것이다. 노동 가치에 대한 차별이 심하고, 스스로 계급 사회의 구성원이 되는 우리 사회에서 덴마크와 독일 같은 나라처럼 한 사람의 노동 가치에 차별이 없어지는 건 기대하기 어렵다.


 그래도 결코 포기해서는 안 된다. 사회를 바꾸지 못하지만, 우리는 나 자신과 내 주변 가족에게는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다'는 자녀의 말에 "네가 뭘 보여줘야 그것을 믿지! 그냥 공부나 해!"라며 잔소리만 하지 말고, 자녀에게 할 수 있는 시간을 주고 기다려주는 것부터 시작하자.


[문화 이야기/독서와 기록] - 내가 고전을 공부하는 이유는 오직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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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9)

  • 2015.06.29 01:23 신고

    좋은 글이네요.
    예전에는 김제동에 대해 별다른 생각이 없었는데
    요즘에는 뭔가 이사람 참 멋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지식도 풍부한거 같구요.
    좋아하는 걸 배우고 알아가는게 공부라....
    이런 공부를 했던적이 언제였는지 기억도 안나네요.
    지금이라고 진짜 공부를 하고 싶은데 먹여 살려야할 가족들이 있어서 쉽게 엄두가 나지를 않네요.

    • 2015.06.29 06:44 신고

      뭐...그래서 공부할 때가 가장 좋은 시기라고 말하는 것인지도 모르겠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자신이 좋아하는 취미를, 하고 싶은 일을 하나라도 하지 못하는 현실에서 안주하게 되면... 하하;;;
      언제나 켄 님의 일본 이야기 재미있게 종종 보고 있습니다 ㅎ

  • 세상은 돌고 돈다
    2015.08.09 21:12

    너무나 공감합니다. 중학교때 중2병이라고 지금 애들은 자유학기제를 할 수있다고 그게 우리때도 필요했거든요.
    90년대중반에 어린나이 임에도 그 생각을 했습니다. 이 사회가 너무나 답답하고 배워도 써 먹을 수 없는
    영어문법 공부하고 당장 학교를 나가고 싶었습니다. 외고 준비하라고 밀어붙일때라...이왕 영어 공부하는거
    미국가고 싶을 정도였으니깐...현장 중심도 없는 모든 공부가 책상에서 이루어지는게 싫은겁니다.
    예를들어 시속을 애기합니다. 감이 안와요. 책속에선 시속얼마...ㅎㅎㅎ참 갑갑하고 봐야 알겠는데...
    지금은 많이 접하고 보고 체험하고 좋습니다. 독일처럼만 갈 수 있다면 사회는 더 풍요로울꺼에요.
    아이들이 더 작은거에도 만족하고 자존감이 높은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그러함에도 책임감있게 살아가는
    그런 성인이 되어서 살아가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 2015.10.11 09:31

    현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학부모님들이 들어야 할 이야기인것 같습니다. 하고 싶어하는 공부가 되길....

  • 2015.10.11 09:31

    현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학부모님들이 들어야 할 이야기인것 같습니다. 하고 싶어하는 공부가 되길....

  • 하지수
    2016.02.27 13:14

    저런 말을 할 수 있는건 이미 자기가 성공해놓고서 남들한테나 할 수 있는 말이지...

    우리가 시험 성적을 잘받으려고 공부하는 이유는 다른 걸로 성공할 만한 특별한 재능이 없으니까 공부에 목을 메는것 아닌가? 심지어 공부에마저도 재능이 없으면 사회적 대접이 어떤지는 본인들이 더 잘 아실듯.

    잔인하게 들릴지 몰라도 한국사회에서 저런 감성 자극하는 말들은 현실과 100만광년쯤 동떨어진 허황된 이야기일 뿐임.

    • 김주형
      2016.02.28 05:40

      써주신 글이 사실이고 전적으로 공감해요.
      김제동씨 본인도 저런말 하면서 속으로 낯뜨겁다고 생각할거라고 추측해요.
      그래도 우리사회가 변화하려면 저런 의식들을 전파해야 한다고 생각되네요.

  • 낄낄낄
    2016.02.27 15:39

    한국 사회에서 공부를 제외한 사회적 지수를 측정 가능한게 있나?
    그래서 사람들이 공부를 하는거야. 이 양반들아.
    헬조센이라 사회적 지위를 공부로 계승하게 해야 애들이 그나마 공부를 하거든 ㅋㅋ

  • 교육다람쥐
    2016.02.27 23:16

    말을 들어보니 공부에도 편애가 있는거같네요
    박애도 나쁘지 않습니다
    그만큼 학문의 길은 원래 무한이 넓다고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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