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고 졸업사진 퍼포먼스, 이게 바로 창의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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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돌아온 의정부고 졸업사진, 여전히 그들은 대단했다.


 가만히 있어도 땀이 비 오듯 흐르는 여름이다. 매해 방출되는 이산화탄소의 영향으로 지구 온난화 수위가 심각해지면서 올해는 작년보다 더 더운 여름이 되었고, 내년에는 올해보다 더 더운 여름이 기다리고 있다. 우리는 그렇게 어리석은 일을 반복하면서도 멈추지 못하는 바보 같은 존재다.


 절기상 초복이 지나면서 한국의 여름은 그 기세가 더 강해지고 있는데, 더운 여름 속에서도 열심히 사는 사람들의 모습을 우리는 볼 수 있다. 이런 더운 날씨 속에서도 먹고 살기 위해서 고군분투하는 많은 노동자가 있고, 11월에 치러질 수능시험에 대비해 공부를 힘쓰는 청소년이 있다.


 그런데 얼마 전에 이렇게 더운 여름의 열기를 넘어설 정도로 뜨거운 열기를 띠면서 웃음을 전하는 고등학생들의 이야기를 인터넷을 통해 만났다. 바로, 작년에도 이색적인 '졸업 사진'으로 화제가 되었던 의정부 고등학교에서 올해도 눈길을 사로잡는 졸업 사진을 촬영하는 이야기였다.


ⓒ의정부고


 최근 내가 사는 지역에서도 졸업 사진을 찍기 위해서 공원을 찾아오는 고등학생들의 모습을 심심찮게 볼 수 있다. 당연히 내가 사는 지역의 학생들은 평범하게 교복을 입고 사진을 찍는 경우가 대다수인데, 이렇게 평범한 학생들의 졸업 사진을 보다 의정부고 졸업 사진을 보면 정말 '빵' 터진다.


 이번에 새롭게 선보인 의정부 고등학생들의 코스프레 졸업사진은 마치 2015년 한국의 트렌드를 그대로 보는 듯했다. <슈퍼맨이 돌아왔다>에서 등장한 훈장 선생님을 흉내낸 사진부터 시작해서 어른도 쉽게 흉내내지 못하는 박근혜 대통령을 풍자한 코스프레까지… 의미가 정말 색달랐다.


 의정부 고등학교의 이런 코스프레에 관해 일베에서 소위 관심 종자로 부를 수 있는 어떤 사람은 박근혜 대통령 풍자를 비판하면서 고소를 했다는 글을 올리기도 했는데, 그 글은 일간베스트 사이에서도 욕을 먹을 정도로 아이들이 보여주는 자유로운 풍자는 전 세대를 아울러 호평을 받고 있다.


ⓒ의정부고 방송부


 앞과 뒤가 꽉 막혀서 '고등학교 3학년이면, 공부를 해야지! 저게 뭐하는 짓이야!' 하고 학생들을 비판하는 어른들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그 학생들이 만든 새로운 졸업 사진 풍경은 언제나 차가운 모습만 떠오르는 학교의 이미지를 좀 더 따뜻한 웃음으로 채울 수 있어 멋지다고 생각한다.


 해마다 반복하는 졸업 사진 촬영을 어색하게 촬영하지 않고, 친구와 함께 웃으면서 놀 수 있는 시간을 가진다는 일은 멋진 일이다. 특히 교육부가 말로만 '창의적인 인재' 운운하면서 추진하는 교육 정책은 답답하기 그지없는 상황과 달리 의정부고 학생들의 발상은 '창의', '창조' 그 자체다.


 우리는 의정부고 학생들의 모습을 보면, 청소년에게 조금 더 자유가 주어지면 얼마나 멋진 일을 해낼 수 있는지 볼 수 있다. 비록 청소년들에게 자유를 더 보장해주는 일이 언제나 긍정적인 시너지 효과를 발휘한다고 말할 수 없겠지만, 그동안 펼친 언제나 제약을 강화하는 것과 비교하면 천지 차이다.


ⓒ의정부고 방송


 많은 어른이 청소년에게 지나치게 자유를 보장해주면 일탈이 발생한다고 우려한다. 하지만 나는 그 문제를 조금 다르게 보고 있다. 자신이 가진 조그마한 자유마저 억압하려는 어른들의 욕심에 저항하려다 청소년들이 지나치게 어긋난 선택을 통해 과격해지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디까지 이 의견은 교육과 심리 전문가 의견과 여러 통계를 가지고 추출한 결론이 아니라 내 의견이다. 그동안 읽은 기사, 책의 내용을 가지고 과거 내가 겪은 학교생활의 모습을 보면 자연스럽게 이런 결론이 나온다. 억지로 야간 자율 학습을 시키니 무단으로 이탈하는 학생이 나오는 것과 마찬가지다.


 단순히 자유를 더 보장해주라는 말이 아니다. 자유를 보장해주는 것과 동시에 행동에 대해 책임을 질 수 있다는 것도 함께 가르칠 필요가 있다. 우리 교육은 언제나 그 점을 놓친다. 언제나 공부하라고 잔소리만 하지, 마땅히 그 시절에 배워야 할 책임과 윤리에 대한 교육이 너무 부실하다.



 올해도 이렇게 인터넷을 통해 선풍적인 인기를 끄는 의정부 고등학교 학생들의 졸업 사진에 다소 의견이 엇갈리는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어떤 사람은 학생들의 자유로운 발상이 재미있고, 멋지다면서 웃으며 박수를 보낼 것이고, 어떤 사람은 해학이 너무 심하다면서 자제를 바랄지도 모른다.


 두 가지 시선 모두 일리가 있다. 그리고 가장 이상적인 것은 그 두 가시 시선이 적절한 합의를 이루어서 만들어지는 답안이다. 학생들의 자유로운 발상은 대단하지만, 실수로 선을 넘어설지도 모를 때, 우리가 비로소 그때 '그건 아니다.' 하고 조심스럽게 타이를 수 있으면 된다. 그게 전부다.


 올해도 많은 사람의 관심 속에서 뜨거운 박수를 받은 의정부 고등학교 졸업 사진이 내년에는 또 어떤 모습으로 찾아올지 기대된다. 이런 의정부고에 라이벌 의식을 불태우는 다른 고등학교의 사연도 알려지면 더 재밌을 텐데, 역시 아직 그런 기대를 하는 일은 조금 개인적인 욕심일까? (아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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