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살면 행복하냐고 묻지 마세요.
- 일상/사는 이야기
- 2015. 6. 16. 07:30
남과 조금 다르게 살지만, 그렇게 살면 행복하냐고 묻지 마세요.
영어로 Happy, 일본어로 幸せ, 한국어로 행복이라는 단어는 많은 사람이 어학 사전에 나오는 의미가 아니라 좀 더 진실한 의미로 알고 싶어하는 단어다. 늘 행복하고 싶어 하지만, 막상 행복의 의미를 알지 못할 때가 다반수인데 나도 그런 행복한 감정을 느끼고 싶다고 생각하면서도 잘 모르겠다.
나는 보통 20대와 조금 다른 방식의 삶을 산다. 일반적으로 20대의 삶을 그리는 데에는 연애, 대학, 동아리, 취업, 클럽 등 다양한 오락과 관련한 단어와 현실적 무게가 느껴지는 단어가 떠오르지만, 나에게 오늘 20대 시간은 그런 단어를 찾아보기가 어렵다. 그런 단어와 나는 멀리 떨어져 있다.
아마 지금 20대 중에서 밤 10시 30분 정도에 잠을 자고, 아침 6시 전에 일어나서 책을 읽으면서 시간을 보내는 사람이 과연 몇 명이나 있을까? 나는 종종 사람들 사이에서 언급되는 '불금'이라는 단어의 의미를 사전적으로 알고 있지만, 막상 '불금'이라는 단어를 직접 체험해본 적이 없다.
다른 사람에게 욕을 먹을지도 모르지만, 나는 솔직히 새벽 늦은 시각까지 쓸데없이 시간을 소비하는 것은 인생에 있어 큰 낭비라고 생각한다. 몸을 회복해야 하는 시간에 깨어있고, 아침에 눈을 떠서 활동해야 하는 시간에 지나친 음주로 괴로워하며 눈을 뜨지 못하는 삶이 과연 정상적인 삶일까?
단언컨대, 나는 절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그렇게 무의미하게 보내는 시간을 좀 더 나 자신을 위해 할 수 있는 일, 내가 진심으로 전력을 다해 하고 싶은 일을 찾아 거기에 시간을 투자하는 것이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더 시간을 값지게 보내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가?
ⓒ오마이북
하고 싶은 일을 찾아 걷는 길은 우리 한국 사회에서 어려운 일이다. 많은 사람이 하고 싶은 일이 아니라 사회적으로 편하게 지낼 수 있는 일, 먹고살 걱정이 없는 일, 부모님의 기대에 부응할 수 있는 일, 다른 사람에게 잘난 체할 수 있을 선택하는 것이 똑바로 인생을 사는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자신이 좋아하지 않는 일을 최종 선택하는 순간, 사람은 사는 데에 즐거움을 잊어버리기 마련이다. 그래서 늦은 야밤에 술을 마시면서 자신을 위로하고, 같이 떠도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현실을 잊은 채 지금의 충동에 몸과 정신을 맡긴다. 스트레스 해소라는 이름으로 시간을 낭비하는 거다.
논어에 "화이부동 동이불화(和而不同 同而不和)"이라는 말이 있다. '어울리기는 하되 같지 아니하고, 같지만 어울리지 않는다'는 뜻인데, 나는 개인적으로 이 말을 무척 좋아한다. 왜냐하면, 이 말 자체가 바로 우리가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는 것이 옳은지 단적으로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평범한 많은 20대가, 아니, 굳이 20대로 한정 짓지 않더라도 많은 사람이 언제나 남과 같아지기 위해서 아등바등한다. 그렇게 살아서 정말 행복할 수 있을까? 끊임없이 집착하고, 탐욕에 물드는 삶은 늘 공허함으로 가득할 수밖에 없다. 채워지지 않는 허무를 채우려고 하면 사람은 망가지기 마련이다.
같아져도 어울리지 않는다는 말은 결국 그런 삶을 사는 자신이다. 자신의 주변 사람과 같은 방식으로 살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런 삶이 옳은 삶이라고 생각하지만, 막상 자신이 원하는 삶과 어울리지 않기에 불행하다고 느낀다. 그러면서도 '이게 다 사는 거지.'이라며 자기변명을 위안으로 삼는다.
ⓒ아이돌 마스터(구글 검색)
과거 <1박 2일> 정준영이 했던 "내 멋대로 살고 싶어서 가수다 되었다."는 말은 단적으로 자기 인생을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보여주는 예다. 비록 내가 연예인 정준영처럼 크게 성공하지도 못했고, 하루살이녀로 등장했던 이미영 씨처럼 능력도 없지만… 나는 내 삶을 살고자 노력하고 있다.
남과 다른 길을 선택해서 사는 삶은 절대 쉽지 않다. 종종 주변에서 "그렇게 살면 행복해?"라는 질문을 받는데, 솔직히 나는 이 질문에 대답할 수가 없다. 왜냐하면, 아직 나는 행복하다는 감정을 잘 모를뿐더러 행복하기 위해서 이런 식으로 삶을 사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내가 다른 사람과 조금 다른 삶을 사는 이유는 힘껏 빛나기 위해서다. 오랫동안 나는 끝도 없는 허무 속에서 '왜 살아야 하지?' '사는 게 너무 지겹다'는 고통과 맞서야 했다. 지금도 나는 '세상이 너무 지겨워. 그냥 한 번 세상이 멸망해버리면 좋을 텐데.' 같은 생각을 셀 수 없을 정도로 한다.
확실히 비정상이다. 일부 사람에게서 '사이코' 같은 욕을 먹어도 아무 말 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다른 사람이 하는 일이 아니라 하고 싶은 일을 하려는 이유는 내가 살고 싶은 인생은 남에게 평가받거나 남에게 좌우되는 인생이 아니기 때문이다. 뭘 하더라도 나는 내가 선택한 일을 하고 싶다.
그 과정에서 행복을 손에 넣는다면 운이 좋은 것이고, 불행을 마주하게 된다면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행복하기 위해서 노력한다? 아니다. 노력하니까 행복한 거다. 하루를 무의미하게 보내는 일은 불행 그 자체다. 내게 의미 있는 하루는 오늘 해야 할 일을 힘껏 하며 시간을 보내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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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비정상적으로 보이는 삶을 사는 나는 그래서 친구가 거의 없다. 막상 지금 친구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도 친구라고 말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그냥 얼굴을 알고, 이름을 알고, 연락처에 등록되어 있고, 가끔 카카오톡으로 안부를 묻거나 아무런 값어치 없는 말을 주고받는 낯선 사람이다.
하지만 딱히 나는 이게 불행하다고 느끼지 않는다. 확실히 때때로 외로울 때가 있고, 재미없는 삶에 지쳐서 미쳐버릴 것 같은 때도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소설을 읽고, 인문학을 읽고, 에세이를 읽고, 글을 쓰고, 피아노를 연주하고, 고독이라는 내 방에 들어가 나와 대화하며 긴 시간을 보낸다.
그 시간 속에서 반짝임을 찾고 싶어 나는 오늘 내가 해야 할 일,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이 과정을 결코 행복하다고 말할 수 없다. 행복하다면 나는 세상이 즐겁게 느껴져야 하는데, 난 전혀 그렇지 않다. 음식을 먹을 때 아무런 맛도 느낄 수 없는 것처럼,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그렇게 살면 행복해?'이라는 질문에 그저 '언젠가 행복해지겠죠. 행복해지고 싶으니까 이렇게 사는 거에요.' 하고 에둘러 답할 수밖에 없다. 더는 '그렇게 살면 행복해?'이라는 질문을 받고 싶지가 않다. 행복하지 않으니까. 그런데도 지금의 방식을 고집하는 이유는 이게 내가 무료한 시간을 보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기 때문이다.
오늘 이 글을 쓰는 일요일도 홀로 아침 5시 43분에 일어나 간단히 씻고, 블로그 글을 작성하고, 아침을 먹고, 피아노 연습을 하고, '결혼식장에 같이 가서 밥이나 먹고 오자'는 엄마의 말을 거절하고, '오늘도 세상은 멸망하지 않았네.' 하고 생각하다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있다. 내일도 그럴 거다. 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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