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군 총기 사고는 단지 한 사람의 탓인가?
- 시사/사회와 정치
- 2015. 5. 18. 07:30
항상 한 명의 책임으로만 몰고 가는 비정상적인 사회가 난 무섭다
군대 가혹 행위로 인해 사망한 윤 일병 사건과 집단 따돌림으로 인해 GOP 부대에서 총기 난사 사고를 일으킨 임 병장 사건은 아직도 우리 사회에서 쉽게 잊히지 않는 사건으로 남아있다. 이후 국방부와 관련 부서는 여러 대책을 세우겠다고 엄포했지만, 그 말을 믿은 사람은 과연 얼마나 있을까?
얼마 전에 우리는 또 한 번 안타까운 탄식이 저절로 나오는 사건을 접해야 했다. 이번 총기 난사 사고는 현역병이 일으킨 것이 아니라 예비군 훈련을 받는 한 예비군이 일으킨 사건이었다. 아마 많은 사람이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인가.'이라는 참담한 심정으로 뉴스를 보았을 것으로 생각한다.
군대 내에서 발생하는 사건이 옅어지고 있는 시점에서 한국의 군대는 또 한 번 위기를 맞이하게 되었다. 예능 프로그램 <진짜 사나이>를 통해 열심히 군대 문화를 미화하고 있었는데, 예비군 훈련장에서 이런 일이 발생하면서 또 군대 가혹 행위와 국방부의 안일한 제도에 대한 지적이 나오게 되었으니까.
이미 한국의 군대는 '아무리 수정을 가해도 바뀔 수 없는 집단'으로 사람들이 포기한 집단 중 하나다. 총기 난사 사고가 보도되기 전에는 공군 참모 총장 최차규가 자신의 비리를 적발한 제보자를 찾기 위해 헌병대를 동원한 사실이 보도되어 입방아에 오를 정도로 '군대'라는 집단의 오염은 심각했다. 1
ⓒJTBC
이번에 발생한 예비군 총기 난사 사고 또한 조사를 하면서 사건을 일으킨 병사가 현역병으로 복무하던 시절에 B급 관심 병사 2였다는 사실이 밝혀졌고, 제대 이후 군대에서 겪은 집단 폭행의 후유증으로 제대로 사회생활을 하지 못했었다는 사실이 추가로 보도되었다.
결국, 이번에 발생한 예비군 총기 난사 사고 또한 군대 내에서 한 사람이 엉망으로 망가지면서 발생한 문제였다. 그런데 초기 보도의 초점은 군대 내에서 발생한 문제를 밝히는 것이 아니라 오직 한 사람을 미친 정신병자로 몰아서 '문제는 제도가 아니라 저 사람에게 있다.' 식으로 보도되었다는 사실이다.
한국에서는 이런 일이 정말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어느 고등학교에서 중간고사 기간 때 갑작스럽게 투신하는 일이 발생하자 학교 측은 '이 학생 정신장애 있다.'고 교내 방송을 했다고 하는데, 한국은 어떤 집단에서 개인의 문제가 발생하면 모든 문제의 책임을 개인에게 씌우는 일이 흔하게 발생한다. 3
그리고 문제는 이런 행동을 하는 데에 어떤 사람도 큰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학교에서 일어난 사건은 언론에 보도되고, 교내 학생과 부모가 이의제기를 해서 반박을 받아낼 수 있었다. 하지만 대체로 우리 사회에서 벌어지는 일은 모두 '아, 그런 가보다.' 하면서 대강 넘어갈 때가 많다.
ⓒYTN
그중 대표적인 예가 세월호 선장에 대한 판결이다. 확실히 세월호 이석준 선장은 누가 보더라도 잘못했다. 선장의 의무를 제대로 다 하지 않은 채 선원들과 함께 배를 버리는 바람에 세월호에 남아있던 많은 승객이 목숨을 잃었으니까. 만약 선장의 의무를 다했다면 다른 결과가 나타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문제의 초점을 오직 세월호 선장의 직무유기에만 보아선 안 된다. 당시 출동을 했던 해경은 도대체 배에 진입하여 구조하지 않고, 무엇을 했는가에 대한 비판도 섞여야 한다. 그리고 구조 작업이 진행되는 동안 거짓 보도를 하거나 부추긴 기관에 대해서도 처벌이 있어야 한다.
언제나 겉으로 보이는 하나의 요소만 집중하는 게 아니라 근본적으로 어디부터 잘못되었는지 바라볼 필요가 있다. 그런데도 한국은 언제나 오직 한 명을 희생자로 만들어서 집단의 이익을 추구하고, 자신이 연루될 수 있는 사건의 불똥이 자신에게 튈까 봐 극도로 경계한다. 그래서 언제나 제자리걸음인 거다.
이번 예비군 총기 난사 사고도 마찬가지다. 오로지 관심 병사라는 사실 하나만 초점을 맞춰서 완전히 문제의 본질을 흩트리고 있다. 범인이 완전히 작정하고 문제를 일으킨 잘못도 크지만, 총기 관리와 안전 대책 미흡, 사전에 관심 병사에 대해 국방부가 관심을 끊었던 등 제도의 미흡도 함께 지적되어야 한다.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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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 한국의 모습은 언제나 그랬다. 학교에 다녔던 10대 시절에도 반 내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한 명을 콕 집어 '다 저놈 때문이다.'이라는 분위기를 형성하여 그 아이를 집단 따돌림 시키고, 보이지 않는 학교 폭력으로 악랄하게 괴롭힌다. 중학교 시절에 나는 그런 폭력을 당했었다. (수련회 같은 곳이 최초의 시발점)
그리고 성인이 되어 본 한국도 다르지 않았다. 언론이 보도하는 사건의 내용을 살펴보면 정말 핵심 문제는 비껴가고, 어떤 당사자에게만 치우치는 모습이 쉽게 드러났다. 가장 가까운 예 중 하나인 윤 일병 사건도 가해 병사만 집중할 뿐, 책임과 관리 소홀, 비인간적인 제도 문제는 개선되지 못했다.
나는 이 모든 것이 사건에 연루될 수 있는 사람들이 피해를 보지 않기 위해서 희생양 한 명을 선택해서 모든 돌을 다 맞게 하는 것 같아 잔인하게 여겨진다. 확실히 가해자가 잘한 것은 아니지만, 문제의 원인을 하나부터 열까지 왜곡해서 책임의 핵심에 있는 사람들이 피해 가는 건 보기 좋지 않다.
과연 이번 예비군 총기 난사 사고는 어디까지 문제를 지적당하고, 고치겠다는 말을 하게 될까? 현재 여론을 주도하는 언론의 경향을 보면 사회 부적응 관심 병사 한 명이 심신 미약 상태에서 일으킨 해프닝으로 마무리하면서 모든 책임은 총기 사고를 일으킨 딱 한 명의 관심 병사의 탓으로 끝낼 것 같다.
아마 그를 그렇게 만든 인물들은 모두 TV를 보며 소주 한 잔을 들이켜며 잔인한 웃음을 짓겠지. "저럴 줄 알았어. 저 녀석 또라이였다니깐." 하면서…. 잔인함 그 이상의 잔인함을 보여주는 곳이 우리가 사는 시대에서 인간의 가장 악랄한 부분이 드러나는 군대라는 조직이 연결되는 썩은 부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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