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머릿속에서 한 친구의 말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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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을 바꾸지 않을래?"라고 붇던 그 녀석은 뭘 하고 있을까?


 친구. 영어로 Friend. 일본어로 友達. 세계 어디라도 일반 명사로 존재하는 '친구'라는 단어는 보통 친하게 어울리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지극히 단순한 이 일반 명사는 영화와 드라마, 소설, 애니메이션, 만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소재로 사용되면서 우리에게 아주 익숙한 말이기도 하다.


 한때 나처럼 학교 폭력과 왕따에 시달렸던 사람도 새로운 학교에 진입하게 될 때, 보통 새로운 환경 속에서 친구를 사귀기도 한다. 뭐, 나 같은 경우는 고등학교 때까지 그렇게 친구가 있었지만, 대학교에 들어가서 다시 홀로 생활하기 시작하면서 '친구'라는 수식어는 다시 사라지게 되었다.


 딱히 사람들이 부대끼는 곳에서 억지로 서고 싶지 않은 나는 조금 돌아가더라도 혼자 여러 생각을 할 수 있고 좀 더 멀리 좀 더 높이 볼 수 있는 자리를 선택했다. 비록 어떤 사람은 '사교성이 없다'고 말하기도 하고, '그렇게 살아서 뭘 할 수 있겠느냐?'고 말하기도 하지만, 난 이 선택을 후회한 적이 없다.


 간간이 하늘을 보면서 '조금 쓸쓸하네.' 같은 생각을 남몰래 하기도 했지만, 언제나 그런 감정은 책을 읽거나 글을 쓰는 동안 쉽게 잊히고 만다. 어쩌면 그래서 나는 따스함이 느껴지는 소설과 영화 등을 보면서 곧잘 눈물을 흘리면서 혼자 긴 시간을 아무것도 하지 않고 보내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갑작스럽게 이런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어느 날 문득 고등학교 때 알고 지냈던 한 친구가 머릿속에서 떠올랐기 때문이다. 명색이 '친구'라고 말할 수 있는 인물임에도 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다는 사실이 웃긴 일이지만, 아무리 머리를 굴러보아도 떠오르지 않는다. 졸업 앨범은 이미 오래전에 버렸고…….


사라지는 기억, ⓒ4월은 너의 거짓말


 그래도 나는 그 친구가 했던 말과 성향, 그리고 태도를 꽤 기억하고 있다. 문득 그 녀석이 머릿속에서 떠오른 이유는 특별하지 않다. <인간 노무현의 27원칙>을 읽으면서 세상의 부조리에 저항했던 노무현 대통령의 이야기에서 문득 '세상을 바꾸지 않을래?'이라는 말을 했던 녀석이 떠오른 게 전부였다.


 10대 시절에 '세상을 바꾸고 싶다.'이라는 이상을 품게 되는 건 흔한 일이 아니다. 이런 것을 가슴 속에 품게 되는 사람은 대체로 사회에 큰 불만을 품고 있거나 부당한 일을 당하고 있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중학교 시절에 나도 그랬었고, 고등학교 때에도 비슷한 성향을 보였었기 때문이다.


 고등학교 때 친구였던 그 녀석은 나처럼 겉으로 웃으면서 친한 사람과 지냈지만, 한구석에서는 자주 남에게 놀림을 당하는 아픔을 가지고 있었다. 그 녀석이 '세상을 바꾸지 않을래?'이라고 말했던 그 날의 상황은 아직 머릿속에서 뚜렷이 기억하고 있다. 원인은 기억나지 않지만…….


 내가 그 녀석에게서 그 말을 들은 건 하교를 하면서 같이 버스를 타기 위해서 버스 정류장으로 가는 길이었다. 후문으로 나가는 길에 그 녀석은 너무나 갑작스럽게 '우리 세상을 바꾸지 않을래?'이라는 말을 했다. 당시에 정확히 뭐라 대답했는지 확실치 않지만, 세상을 바꾸는 건 쉽지 않다고 말했던 것 같다.


 기억이 흐릿하지만, 그 날 그 녀석은 학교에서 무슨 일을 겪었던 것 같다. 어떤 사람은 중2병이라고 말하거나 조금 이상한 성격을 가진 사람이라고 말할지도 모르지만, 나는 그런 사람에게 이런 질문을 던지고 싶다. "도대체 어떤 상황에 부딪혔으면, 10대 소년이 눈을 붉히며 '세상을 바꾸고 싶다'고 말하겠는가?"



 보통 평범하게 살면서 평범하게 생각하는 사람은 이 질문이 낯설게 느껴질 것이다. 하지만 과거 여러 아픔을 겪어야만 했던 나는 이 질문이 낯설지 않다. 어릴 적에 몇 번이나 '빌어먹을, 이런 세상은 그냥 멸망했으면 좋을 텐데….' '이 잘못된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간절하게 바랐던 적이 있었다.


 솔직히 지금도 크게 바뀌지 않았다. 파란 하늘 아래에 서서 평화로운 기분을 느끼고 있으면, 문득 갑작스럽게 '아, 정말 세상이 한 번 종말을 맞이하면 좋을 텐데….'라는 바보 같은 생각을 하고는 한다. 참, 나는 어쩔 수 없는 인간인 것 같다. 그래서 나는 한순간 한순간 후회하지 않기 위해 열심히 산다.


 탈무드에는 '잘사는 것이 최고의 복수다.'이라는 말이 있다고 한다. 나는 세상을 바꾸기 위해서 해야 할 일은 가장 먼저 자신을 바꾸고, 잘사는 것이라고 믿는다. 그렇게 되기 위해서 하고 싶은 일을 찾고, 내가 하는 일에서 좀 더 새로운 분야로 발을 뻗을 기회가 생기면 그것을 잡으려고 한다.


 지난 토요일 블로그에 발행한 <유튜브 콘텐츠 부자, 나도 그렇게 될 수 있을까?>는 블로그와 유튜브 사이에서 고민하는 생각을 간단히 정리해보았던 글이다. 이 글이 발행되는 시점에 유튜브에 영상을 업로드하였다면 나는 성공한 것이고, 하지 않았다면 실패한 것이다.


 세상을 바꾸고 싶다. 사회가 잘못되었다. 내가 나쁜 게 아니다. 그런 생각을 종종 했다. 바보 같은 생각이지만, 어릴 적에 나는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10대 고교 시절에 내게 '세상을 바꾸지 않을래?'이라는 질문을 던진 이름조차 기억나지 않는 한 명의 친구. 그 녀석은 지금 어떻게 살고 있을까?


 얼굴을 보면 바로 알아볼 수 있을 텐데, 막상 그 녀석의 인생과 내 인생이 만나는 부분이 없어 다시 만나는 일은 어려울 것 같다. 하지만 만약 아직 '세상을 바꾸고 싶다.'는 이상을 가슴에 품고 있다면, 자신만의 삶을 살다 우연히 만날지도 모르겠다. 그때 다시 한 번 물어보고 싶다. '넌 왜 세상을 바꾸고 싶었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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