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 솔직히 저는 뭘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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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저는 성숙한 어른으로 성장하지 못한 것 같습니다.


 내일이면 많은 아이가 학교에서 만든 카네이션을 가지고 부모님께 드리는 어버이날이다. 어릴 적에 카네이션을 가지고 그런 행동을 했는지 잘 기억나지 않지만, 다른 아이와 비교를 당하면서 혼이 났던 기억은 있는 어렴풋이 남아있는 것 같다. '다른 집 애들은 해주는데, 넌 왜 안 해주느냐'면서.


 아마 당시에 나는 그런 잔소리를 하는 아빠 혹은 엄마에게 '우리 집이 다른 집이랑 같나? 맨날 서로 못 죽여서 안달인데, 그런 건 행복한 집에서나 하는 거다.'이라는 반항을 했던 것 같다. 애초 우리 집은 어떤 기념일에 의미를 두지 않는 모양새를 가지고 있어 특별히 무엇을 하지 않기도 했었다.


 솔직히 이건 변명에 불과하지만, 나는 스승의 날이나 어버이날이나 생일에 대해 크게 의미를 두지 않는다. 그래서 매번 아무것도 하지 않고 넘어가고, 주변에서 보거나 들은 여러 사례에 대해서 나는 '저건 특별하니까' 혹은 '가식으로 하는 거지.' 하며 부정적으로 해석하기가 다반사였다.


 그리고 그런 행동과 생각 방식은 달라지지 않았다. 많은 시간이 흘렀어도 나는 여전히 그때 다른 사람에 대해 생각하는 마음의 성장이 멈추어버린 것 같다. 아직 나는 다른 사람에게, 특히 가족과 가까이 있는 사람에게 어떻게 행동해야 하고, 어떻게 마음을 표현해야 할지 모르겠다.


ⓒ노지


 지금은 한 명과 세 명으로 나누어진 우리 가족의 모습에서 나는 과연 '우리'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할 정도로 가족에 소속감을 느끼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분명히 객관적으로 본다면 둘도 없는 소중한 가치를 지닌 소속 집단이지만, 아직 진심으로 가슴 깊은 곳에서 절실한 소중함을 잘 모르겠다.


 어릴 적이나 성인이 된 지금도 가끔 엄마에게 정말 미안하고, 부족한 내 잘못으로 엄마에게 너무 큰 무리를 하게 했다는 생각에 큰 죄책감을 느낀 적은 상당히 있었다. 하지만 이런 죄책감이 큰 탓일까? 나는 여기서 '행복하다'는 감정을 느끼거나 '다행이다'는 감정을 품는 건 옳지 못하다고 여긴다.


 책과 학교 수업, 그리고 여러 경험을 통해 어머니의 사랑은 메마르지 않는 것이라는 것은 알고 있다. 머리로 이해하고 있지만, 나는 가슴 속으로 잘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한 없이 엄마에게 죄송한 마음이 커서 나는 '내가 잘사는 수밖에 없다'는 결론을 잠정적으로 내리고 있다.


 무엇보다 마음 한구석에서는 아직도 엄마에 대한 불편한 마음이 남아있기도 하다. 도대체 왜 이렇게 아파할 수밖에 없는 가정에서 힘들게 자라야만 했느냐는 누가 보면 상당히 괘씸한 마음이. 나는 이것이 '나'라는 인간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 이해를 추구하지만, 이해하지도 이해받지도 못하는….


ⓒ노지


 얼마 전에도 세 명으로 사는 우리 집에서 나는 엄마에게 "연수(사촌 여동생)는 이모한테 줄 어버이날 선물 사러 친구들이랑 쇼핑 갔단다. 니는 뭐 없나?"이라는 질문을 들었었다. 당시 나는 쓴웃음을 지으면서 "우리가 뭐 평소에 그런 거 했나? 그리고 보험료랑 학원비 때문에 돈도 없다."라고 대답했었다.


 뭐, 누가 나를 향해 욕을 하더라도 어쩔 수 없다. 이게 평소 내가 어버이날 같은 기념일을 맞이하는 태도였고, 아직도 나는 어릴 때부터 이어온 습관을 바꾸지 못했기 때문이다.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말이 있듯이 나는 약간 기울어진 사고방식을 바꾸지 못한 채, 오늘을 살고 있다.


 만약 누군가 이 일을 꾸짖는다면, 나는 갈릴레오가 '그래도 지구는 돈다'고 말했듯이 '그래도 세상이 잘못되었다'고 말할 것이다. 어릴 적 내게 너무 잔인했던 삶은 특별한 사는 의미를 찾는 것과 다른 사람에게 솔직하게 감사하거나 사랑하는 마음을 품는 일의 가치를 무의미하게 했다.


 그 덕분에 종종 아이들의 교육에 진정성 있는 마음으로 신경을 쓰는 김재철 선생님께 '세상을 너무 부정적으로 보는 경향이 강하다.'는 지적을 받기도 했고, 심리 상담에서도 비슷한 말을 질릴 정도로 들었었다. 이 사실을 인지하고 있지만, 나는 딱히 바꾸려고 하지 않는다. 이게 '나'라는 인간이니까.



 나이가 26살이나 되었으면 바뀌어야 할 때일지도 모른다. 내일모레면 사람들이 말하는 30살이 될 수도 있고, 언제나 곁에서 가족의 등을 받쳐주던 엄마가 갑작스럽게 사라질지도 모른다. 이 순간의 소중함을 뒤늦게 깨닫고 피눈물을 흘리며 후회하는 날이 내게도 찾아올지도 모른다.


 머릿속으로 나는 그것을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뭘 해야 할지 모르겠다. 한 번도 해본 적이 없기에, 한 번도 진실한 마음으로 사람을 이해하거나 사랑해본 적이 없기에. 그렇다고 내가 다른 사람처럼 '내 마음을 모르는 상태에서 가식으로 무엇을 한다'는 것도 스스로 용납할 수 없어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이런 내가 못났다는 것을 잘 안다. 부도덕하고, 불효 자식이라고 손가락질당해도 변명할 수가 없다. 유치한 자기 변명으로 나를 옹호하는 내가 나도 좀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무엇을 도저히 할 수가 없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을 하는 것과 스스로 납득하지 못하는 일을 하는 것은 정말로….


 그저 내가 어버이날을 맞아 엄마에게 할 수 있는 건, 종종 내 블로그를 엄마가 본다는 사실에 기인하여 여기에 작은 메시지를 남기는 게 전부인 것 같다. 적어도 이 메시지는 내 마음속에서 정리된 진심이 담긴 메시지다. 엄마에게 도달하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그것 또한 내 인생이겠지….


"오늘 입원을 하는 어머니께.

언제나 부족한 저와 동생을 위해 아픈 몸을 가지고 늘 버티어 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무엇 하나 제대로 어머니께 해줄 수 없고,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불효를 하는 자식으로서 뭐라 말할 수 없는 죄책감은 헤아릴 수가 없습니다. 우리 집에 좀 더 제대로 된 아빠가 있고, 좀 더 밝은 집이었다면- 이라는 말은 하지 않겠습니다. 인생이라는 건 절대 원하는 대로 되지 않는 것이니까요. 그래도 이 어려운 환경 속에서 어머니가 포기하지 않고, 지금까지 이끌어주신 것에 대해 정말 감사하고 있습니다. 어머니께 제가 할 수 있는 건 다른 사람처럼 형식적으로 카네이션을 달아 들이는 것이 아니라 제 인생을 똑바로 잘 사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말밖에 할 수 없어 정말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그리고 정말 감사합니다. 다시 또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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