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 <언어의 정원>, 비가 내리면… 다시 만날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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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내리는 날에 읽기 좋은 <언어의 정원>, 산카이 마코토 애니메이션을 소설로 읽다!


 애니메이션으로 보았던 <언어의 정원>은 쉽게 말할 수 없을 정도로 긴 여운이 남았던 애니메이션이었다. 비 오는 날의 느낌을 잘 묘사한 <언어의 정원>은 빗소리를 들으며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정말 마음 깊은 곳에서 '아름답다.'이라는 말이 저절로 나왔었다. (다시 애니메이션을 떠올려도 그렇다.)


 그렇게 마음에 들었던 애니메이션 <언어의 정원>이 한국에 소설로 발매되어 있다는 사실을 우연히 알게 되어 정말 즐거운 마음으로 책을 구매했다. 이미 책을 구매하려고 했을 때부터 '책을 너무 읽고 싶다.'는 간절함이 커서 택배로 받았을 때 바로 읽고 싶었지만, 여러 이유로 이제야 읽게 되었다.


 내가 <언어의 정원> 책을 읽었던 건 4월 6일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날에 서울로 가기 위해서 KTX를 타고 있을 때였다. 우연히도 비가 오는 날에 <언어의 정원>을 읽게 되었는데, 창문 한 장을 사이에 두고 들리는 빗소리가 깊게 작품 속으로 빠져들 수 있게 해주었다.


언어의 정원, ⓒ노지


 한 장, 한 장, 그리고 또 한 장. 그렇게 책을 읽어나가면서 나는 이 책을 읽는다는 게 너무 안타깝다는 생각을 했다. 책을 통해 읽을 수 있는 그 아름다운 표현이 페이지 한 장을 넘길 때마다 살아서 내게 이미지로 전해져 오는 그 순간이, 너무 아름다워서 언젠가 이 책이 끝난다는 사실을 마주하기 싫었다.


 그 정도로 소설 <언어의 정원>은 아름다웠다. 그리고 고독했고, 슬펐다. 애니메이션으로 보았던 <언어의 정원>도 정말 대단한 작품이었지만, 역시 좀 더 긴 운율을 읽어볼 수 있는 소설은 그 이상이었다고 생각한다. 이야기를 읽어갈수록 머릿속에 그려지는 이미지 한 장, 한 장이 너무 소중했다.


 소설 <언어의 정원>은 애니메이션 <언어의 정원>보다 훨씬 더 긴 이야기를 담고 있다. 애니메이션에서는 미처 보지 못했던 다른 인물의 시점에서 보는 이야기, 전혀 다루어지지 않았던 인물의 이야기, 그리고 마지막에는 애니메이션 결말 뒤를 읽어볼 수 있는 에필로그까지 있었다.


 아마 애니메이션 <언어의 정원>을 감탄하면서 보았다면, 소설 <언어의 정원>도 무척 감탄하면서 볼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지금도 눈을 감으면 이미지가 펼쳐진다. 잿빛 하늘에서 내려오는 비가 선율을 연주하는 어느 공원의 정자에서 어떤 사람을 기다리는 몹시도 가냘픈 어떤 사람의 이미지가.


ⓒ언어의 정원


 또한, 애니메이션에서 볼 수 없었던 다양한 인물의 시점을 통해 볼 수 있는 이야기는 좀 더 다양한 방향을 보여주었다. 특히 혼자 길가에 서서 '아, 어쩌면 좋지?'이라는 고민을 하는 내게는 그래서 소설 <언어의 정원>이 마음 깊숙이 들어와서 내 마음을 흔들었던 것이 아닌가 싶다.


 문득 책에서 읽었던 "…자신만 특별히 가엾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꼴불견이야."[각주:1]이라는 말이 뇌리에 스친다. 과거 고등학교 시절에 나도 이런 말을 친구에게서 들은 적이 있었다. 부모님의 이혼 문제로 아파는 내 곁에서 고민을 들어줬던 친구의 말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 말이 맞는 것 같다.

(당시에 그 친구의 어머니가 위독한 상태였었다는 것을 후일에 알았다.)


 우리는 모두 저마다 '난 특별한 아픔을 가지고 있어.'이라는 생각으로 자신이 어쩔 수 없는 부분을 정당화하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내가 겪은 학교 폭력도, 가정 폭력도, 어떻게 보면 이 모든 건 다른 사람도 마찬가지로 가지고 있는 일일 테니까. 아마 우리 자신은 거기서 벗어나는 방법도 어쩌면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소설 <언어의 정원>은 마음 한구석에 아픔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이 주인공이었고, 그들이 뭔가 공백이 느껴지는 사랑을 통해 조용히 어른이 되는 이야기였다. 주민등록증에 나온 나이는 어른이지만, 마음은 여전히 어린 아이로 남아있는 나는 그래서 더 이 작품이 마음에 들었다고 생각한다.



 애니메이션 <언어의 정원>을 처음 보았을 때도 나는 '어떻게 사랑이라는 감정을 이렇게 절실하고,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을까?'이라며 감탄했었다. 그리고 소설로 읽은 <언어의 정원>은 애니메이션 이상으로 감동을 주면서 내게 큰 울림을 줬었다. 마치 지금 책을 사랑하며 읽는 그런 감정까지.


 책에는 "살면서 자기 자신보다 깊이 사랑할 수 있는 상대를 꼭 찾아내 거라. 그것만 성공하면 인생은 성공이지."[각주:2]이라는 문장이 있었다. 이 문장을 읽으면서 나는 과연 그런 상대를 찾아낼 수 있을지 생각해보았다. 이윽고 나는 '절대 불가능하다.'이라는 조금은 슬플지도 모로는 결론을 내렸다.


 왜냐하면, 아직 나는 나 자신을 사랑할 수 있다고 말할 수 없으니까. 솔직히 '사랑'이라는 단어를 자주 글에서 사용하지만, 나는 '사랑'이라는 감정을 모르겠다. '행복해지고 싶은데 도대체 행복이 무엇인지 모르겠다'는 것과 비슷하다고 해야 할까? 문장으로 읽어도, 상상해도, 좀처럼 확 와 닿지 않는다.


 아마 사랑과 행복의 의미를 찾는 내 여정은 긴 장마가 지속할 것 같다. 언젠가 소설 <언어의 정원>에 등장하는 인물들처럼 내리던 비를 멈추게 해줄지 모르는 사람을 만날지도 모르겠지만, 그래도 한동안은 여기서 빗소리를 들으면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내가 읽은 소설 <언어의 정원>은 그런 책이었다. 이 글을 읽는 사람 중에서 아직 소설 <언어의 정원>을 읽어보지 않은 사람이 있다면, 꼭 이번 기회에 책을 찾아 읽어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셋톱박스를 이용한다면, 결제해서 애니메이션을 보는 것도 나쁘지 않다. 이 작품은, 충분히 그 정도의 가치가 있다.





  1. 소설 언어의 정원 21 페이지 [본문으로]
  2. 소설 언어의 정원 페이지 213쪽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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