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하세요.'라는 말은 어쩌면 잔인할지도 모른다.
- 일상/사는 이야기
- 2015. 4. 3. 07:30
평범히 건네는 작은 덕담 한 마디, 어쩌면 그 말은 작은 흉기일지도 모른다.
우리는 살면서 얼마나 자주 '행복하세요.'이라는 말을 하거나 들을까? 새롭게 시작하는 1월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이라는 말과 함께 '행복하세요.'이라는 말을 우리는 자주 듣거나 직접 다른 사람에게 덕담으로 말한다. 지인과 지인 사이만이 아니라 고객과 기업 사이에서도 정말 빈번한 말이다.
아무 생각 없이 우리는 그렇게 다른 사람에게 '행복하세요.'이라는 말을 하고, 아무 생각 없이 다른 사람으로부터 '행복하세요.'이라는 말을 듣는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곧 우리는 '도대체 어떻게 행복해져야 할까? 도대체 행복은 무엇일까? 돈만 있으면 행복할 텐데.'이라는 생각에 사로잡힌다.
무턱대고 '행복해지고 싶다.'고 말하지만, 우리는 실제로 '행복'이라는 것이 도대체 무엇인지 제대로 알지 못한다. 돈이 많으면 행복할 것 같지만, 돈 많은 사람이 돈으로 다투는 모습을 볼 때마다 우리는 자신도 모르게 '저런 건 내가 바라는 행복이 아니야.'이라며 절레절레 고개를 좌우로 흔든다.
이렇게 우리는 아직 '행복'을 모르면서도 행복을 추구하고, 언제나 '행복하세요.'이라는 말을 서로에게 하면서 '아, 행복은 왜 이렇게 먼 걸까? 이런 말을 듣는 것을 보니, 난 역시 행복하지 않구나.'이라는 생각에 빠지면서 내면의 우울한 감정과 마주 앉아 한숨을 내쉬는 시간을 보내고는 한다.
한 번 함께 고민해보자. 도대체 어떻게 하면 사람은 행복해질 수 있는 걸까?
무소유, ⓒyes24
법정 스님은 무소유를 말씀하셨다. 어떤 것에 대한 소유욕을 가지지 않아야만 사람은 행복하라 수 있다고 말했다. 우리가 행복하지 않은 이유는 언제나 무엇을 원하지만, 손에 넣지 못하기 때문이니, 그런 소유욕에 고통스러워하지 않고, 갖지 않는 것이 아니라 나누는 것의 중요성을 말씀하셨었다.
무엇을 내가 독점하고자 하는 욕심을 버리고, 주변의 사람과 나누게 되면 행복해진다. 이 말은 우리가 어느 책에서나 강의에서나 쉽게 들을 수 있는 말이다. 봉사 활동을 하는 사람들의 행복 지수가 높은 이유도 나누는 것에 대해 사람이 기쁨을 느끼기에 행복하다고 생각한다고 하니까.
그러나 우리가 사는 현실은 그런 형태의 나눔이 솔직히 힘들다고 생각한다. 소위, 잘 나가는 연예인 중 몇 명이 종종 억대 기부자로 이름을 올리고, 세계적으로 이름 있는 사람들은 큰 기부자로 이름을 알리지만, 그런 사람을 바라보는 평범한 우리는 '돈만 있으면 나도…….'이라는 생각을 한다.
기부와 나눔이 가진 것이 그 크기로 가치를 매길 수 없지만, 우리는 나도 모르게 크기로 가치를 매기면서 '내가 하는 건 도움이 되지 않을 거야. 나는 작은 도움을 줄 수 없어.'이라는 생각을 하는 경향이 짙다. 특히 우리가 사는 한국 사회는 겉치레를 중요하게 생각해 더 그런 경향이 강하다.
ⓒJTBC 뉴스
위에서 볼 수 있는 이미지는 지난 만우절에 볼 수 있었던 JTBC 뉴스 앵커브리핑의 이미지이다. 초등학생이 쓰는 이탈리아 지우개가 14만 원에 가방이 70만 원이라고 하는데, 이건 만우절 거짓말이 아니다. 실제로 어느 지역에서 사는 초등학생들이 사용하는 물품의 가격이다. 정말 놀랍지 않은가?
저런 고가의 물품을 사용하는 초등학생의 가정은 대체로 부유한 집안이겠지만, 종종 그 정도의 경제적 여력이 없음에도 저런 비싼 제품을 구매하는 부모가 종종 있다. 자신의 아이를 통해서 간접적으로 드러나는 자신의 신분을 높이고자 하는 허례 의식이 행복의 판단 기준을 일그러지게 했기 때문이다.
행복에 대해 정의하는 많은 책은 행복을 우리 자신의 내면에서 찾아야 한다고 하지만, 언제나 우리는 눈으로 보이는 기준을 통해 '행복'이라는 감정을 느끼고자 한다. 아니, 애써 행복한 척을 하려고 한다고 말하는 게 옳은 표현일 것이다. 빚을 내어 비싼 옷과 차, 집을 소유하면 행복해야 하니까.
그래서 많은 부모가 아이에게 돈과 시간을 투자하면서 더 많은 것을 요구하고, 아이를 통해 드러나는 자신의 행복도를 높이려고 한다. 아이에게 '엄마가 이렇게 너를 위해 지원해주니, 당연히 서울 명문대는 가야 하겠지? S그룹도 꼭 가야 한다.'이라는 말을 하면서 숨통을 조르는지도 모른 채.
ⓒJTBC 뉴스룸
어쩌면 우리는 그렇게 우리 스스로 우리 목을 조르고 있을지도 모른다. 내 아이의 목을 내 손으로 조르는 와중에 아이의 숨이 멎게 되면, '도대체 뭐가 문제야?'이라는 고함을 치면서 자신의 잘못을 뉘우치기 이전에 억울해하며 울음을 터뜨린다. 미안함과 슬픔이 아니라 분해서.
지나치게 부정적일지도 모르지만, 난 그렇게 생각한다. 아마 지금도 많은 시간과 돈을 사용하는 사람 중에서 왜 시간과 돈을 사용하는지 모르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아, 재미없어. 좀 더 재미있는 인생을 살고 싶다.'고 생각하면서도 남들이 가는 길을 고개 숙인 채 걷는 우리가 바로 그렇다.
글쎄, 어떤 사람은 고개를 치켜든 채, 멀리 보이는 골인 지점을 향해 뛰어가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남들은 '헉헉'거리며 표정이 고통으로 일그러지는 순간에도 얼굴에 함박웃음을 지으면서 "야호! 저기가 내가 가야 할 곳이구나!"이라며 신나게 뛰어가고 있는 사람도 분명히 있을 것이다.
그들은 이미 '행복'을 손바닥에 쥐고 있는 사람들이다. 우리는 그들에게 다가가서 '도대체 행복이 무엇인가요?', '어떻게 하면 행복해질 수 있나요?'는 질문을 한다. 하지만 그들의 대답은 언제나 비슷해서 우리는 곧 어두운 표정으로 '그렇게 할 수 있으면, 나도 행복했지.'이라며 고개를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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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도 우리는 '행복하세요.'이라는 말을 자주 한다. 어쩌면 우리는 '행복해질 수 없다.'고 스스로 자각하기에 다른 사람과 우리 자신에게 '행복하세요.', '행복해지고 싶다.'이라는 말을 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존재는 하지만, 형태가 없는 '행복'이라는 것을 무의식적으로 쫓고 있으니까.
행복해지기 위해서 우리는 공부하고, 노력하고, 연애하고, 포기하고, 절망하고, 경쟁한다. 끝내 우리는 거짓으로 행복한 척을 연기하기 위해서 빚을 내어 비싼 옷과 집, 차를 사서 허세를 부린다. 우리의 살갗은 타들어 가고 있지만, 애써 웃으면서 '난 괜찮아.'이라는 말을 한다. 그게 현실이 아닐까?
'행복하세요.'이라는 말은 어쩌면 잔인할지도 모른다. 행복해지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을 아는 우리는 무책임하게 '행복하세요.'이라는 말을 할 뿐이다. 행복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고 하지만, 어쩌면 가까이 있는 것도 아닐지도 모른다. 행복은 그렇게 우리를 괴롭히는 이상(이상)이라고 생각한다.
오늘도 나는 행복해지고 싶으면서도, '내가 행복해도 될까?' '내가 행복해질 수 있을까?'이라고 생각하며 바보 같은 시간을 보낸다. 모두가 행복하지 않지만, 애써 행복한 척을 하는 것 같아 점점 세상을 흐릿해지는 것 같다. 오늘도 우리는 그렇게 점점 사라져 가는 하루를 살고 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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