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는 예외이기를 바라는 부모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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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아이는 몰라도 내 아이만큼은 그래서는 안 돼.


 계절은 봄이 왔지만, 경기는 여전히 시베리아의 추위처럼 얼어 부쩍 젊은 세대의 취업이 더 어려워지고 있다. 많은 젊은 세대가 대체로 대학교에 다니면서 대출을 통해 마련했던 등록금을 갚기 위해서 일찌감치 직업 사회에 뛰어들어야 하지만, 여전히 사회가 요구하는 스펙을 채우느라 전전긍긍한다.


 이렇게 취업 준비를 하는 젊은 세대를 보는 기성세대의 시선은 곱지 않다. 일부 기성세대는 "요즘 20대는 눈이 너무 높아서 문제야. 그냥 중소기업에 취직하거나 비정규직으로 일하면 될 것을 꼭 대기업에 취직하려고 하거나 공무원만 하려고 한다니까."이라는 말을 하면서 크게 비판하기도 한다.


 과거에 갖은 고생을 하면서 생활을 했던 기성세대의 입장에서는 그런 비판을 할 수 있다. 그래서 우리는 그런 비판을 겸허히 받아들일 수도 있지만, 그래도 조금은 반박할 수 있는 비판이 아닐까 싶다. 왜냐하면, 지금 젊은 세대가 이런 경쟁을 하도록 한 건 바로 기성세대이니까.


JTBC


 일부 기성세대 어른들이 '요즘 20대는 좋은 데만 가려고 해서 문제야.'이라고 말하지만, 막상 기성세대 대부분이 '그래도 내 아이는 좋은 데에 취직해야지. 내가 얼마나 열심히 뼈 빠지게 일해서 대학까지 보냈는데.'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러니 그 밑의 아이는 다 똑같을 수밖에 없다.


 아마 거의 모든 가정이 이렇지 않을까? 뉴스를 통해 볼 수 있는 젊은 세대의 취업난을 보면서 '요즘 젊은 세대를 힘든 일을 안 하려고 해.'이라고 비판하지만, 막상 제 자식이 허드렛일을 하거나 비정규직으로 작은 곳에서 일한다고 하면 당장 반대를 하면서 '내가 너를 어떻게 키웠는데!'이라는 말이 나오니까.


 나는 우리 한국 사회에서 너무 쉽게 볼 수 있는 이 모습을 잘못되었다고 비난할 수 없다. 남의 자식이 공장에서 볼트를 끼우는 일을 하는 건 '먹고 살려면 저런 거라도 해야지.' 하면서 제 자식은 '대학까지 나왔으면, 더 좋은 데를 가야지. 왜 공장에 가?'이라는 식으로 되니까. 부정할 수 없는 우리 현실이다.


 그러니 젊은 세대의 취업난은 현재 진행형이자 미래형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탈스펙 사회도 아닌 한국 사회에서, 더욱이 부모의 기대를 충족시킬 수 있는 직업을 가져야 하는 한국 사회에서 취업을 바라보는 취업준비생의 시야는 좁아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가?



 내 아이는 예외이기를 바라는 건 모든 부모가 똑같다. 군대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해도 내 아이는 살아있고, 어떤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기를 바라고, 학교 폭력 사건이 뉴스에 보도될 때마다 내 아이는 그런 잘못과 동떨어진 아이이기를 바란다. 취업도, 대학도, 모두 내 아이는 예외이기를 바란다.


 그게 부모의 욕심이다. 그래서 우린 어쩔 수 없다. 젊은 세대가 힘든 일을 안 한다면서 욕을 하면서도 제 자식은 그런 일을 시키고 싶지 않은 욕심. 우리는 문제의 원인을 알고 있지만, 그 문제를 바로 잡을 수가 없다. 그리고 지적하는 일도 쉽지 않다. 남의 일이 아니라 바로 우리의 일이니까.


 오늘도 많은 취업준비생이, 기성세대가 욕하는 젊은 세대가 그런 무거운 짐을 등에 짊어지고, 열심히 하루를 살아가고 있다. 20대가 그토록 군기와 서열을 좋아하는 것도, 정치에 무관심한 것도 그렇게 배웠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 다른 길을 선택하는 사람이 있다. 그들을 진심으로 응원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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