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를 시작하고 16주, 다카포(D.C)와 피아노(p)와 포르테(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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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의 초심은 언제나 시간이 지 나면 옅어지기 마련이다.


 이제 달력의 숫자는 '2'가 아니라 '3'으로 바뀌었다. 지난해 말미에 '피아노를 배우고 싶다.'는 욕심으로 시작한 피아노 수업이 벌써 16교시가 되었다. 일주일에 1시간의 수업을 듣는 만큼, 피아노를 배우는 시간은 정말 빠르게 흘러갔다. 겨우 16시간 수업을 했을 뿐인데, 벌써 16주가 흘러갔으니까.


 내가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그냥 피아노를 너무 배우고 싶었기 때문이다. 사람은 자신의 인생을 살면서 꼭 자신이 해보고 싶은 일은 실천해보고, 지금 현재를 즐길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시간이 있을 때 피아노를 배우기로 했다.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쓸데없이 게임을 하며 소비하는 가치 없는 시간이 줄었다. 또한, 언제나 책을 읽은 후에, 혹은 뉴스를 살펴보면서 블로그에 글을 쓰는 행동이 막힐 때마다 그냥 피아노 연습을 했다. 덕분에 자연스럽게 피아노 연습 시간이 늘어나서 상당히 빠르게 익힐 수 있었다.


 그러나 아무리 하고 싶어서 시작한 일이라도 시간이 지나면, 견디기 어려워지는 부분이 나타나기 마련이다. 지금도 연주하고 싶은 곡을 피아노로 칠 수 있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지만, 피아노 연습 교재에 있는 곡과 내가 원하는 곡의 악보를 제대로 치지 못할 때는 정말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


밤의 노래(夜の歌), ⓒ노지


 위에서 볼 수 있는 악보는 최근에 내가 연습하는 곡의 악보이다. 피아노 레슨 선생님 왈 "이 악보는 그렇게 어려운 악보가 아니에요."이라고 말씀하시지만, 아직 피아노 건반 위를 자유롭게 여행하지 못하는 내게는 어려운 악보이다. 아침과 저녁마다 조금씩 연습하고 있지만, 정말 더디게 전진하고 있다.


 피아노를 시작하고 16주의 시간 동안 내가 칠 수 있게 된 곡은 꽤 많다. 내가 치고 싶었던 곡 중 하나인 애니메이션 <작은 눈의 요정 슈가>에 나오는 곡 'Memory of Mother'는 악보를 보지 않고 칠 수 있게 되었고, 피아노 교재에 나오는 곡은 대체로 악보를 보고 다 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어디까지 '악보를 보고, 피아노 건반으로 옮기는 일'이 가능해졌을 뿐, 아직 피아노의 소리를 이용해 곡의 작품성을 표현하는 데에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처음에는 박자가 맞지 않아 정말 고생을 했었는데, 갈수록 다양한 음이 나오면서 이 부분은 아직도 고통을 겪고 있는 부분이다.


 그래도 나는 버티고 있다. 왜냐하면, 이 일은 내가 좋아서 시작한 일이니까. 오죽하면 적은 돈을 틈틈이 모았던 것으로 바로 전자 피아노를 샀겠으며, 얼마 되지 않는 돈을 쪼개어서 피아노 학원비로 할당하겠는가. 비록 전문가를 목표로 하는 건 아니지만, 내가 하고 싶은 일이기에 빛나고 싶기에 노력하고 있다.


피아노 연습, ⓒ노지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하면서 '16주'의 짧지만, 짧다고 말할 수 없는 시간 동안 꽤 많은 변화가 있었다. 처음에는 정말 열심히 피아노만 치면서 연습을 했고, 주변에 아는 사람 중 피아노를 치는 사람이 있어 모르는 부분이 있을 때마다 도움을 받기도 했다. 역시 사람은 유유상종이라는 것일까?


 그렇게 주변에서 도움도 받아가면서 지금도 연습을 하고 있다. 피아노를 처음 배우기 시작했을 때에는 조금이라도 더 빨리 실력을 늘리고 싶어서 책을 읽는 시간과 블로그 글을 쓰는 시간 이외에는 모두 피아노 연습에 시간을 투자했었다. 블로그 목표에 적은 평일 2시간, 주말 5시간씩.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나는 다시 마약 같은 게임에 손을 뻗게 되었고, 피아노 연습 시간은 평일 1시간과 주말 3~4시간으로 줄어버리고 말았다. 늘 '피아노 연습을 해야 해.'이라는 생각으로 피아노 앞에 앉아 골똘히 연습하지만, 한 번에 두 시간 연속하는 것도 상당히 힘들어지고 말았다.


 역시 사람이라는 생물은 아무리 좋아하는 일을 하더라도 시간이 지나면 열정이 식기 마련이고, 점점 게을러지는 것 같다. 나는 정말 열심히 노력하겠다고 마음먹고 시작한 일이지만, 조금씩 어려워지는 과제 곡에 나도 모르게 게임으로 도망을 치고 말았다. 역시 지치지 않기 위해서는 동기 부여가 중요하다!



 글의 제목에 음악 기호 '다카포(D.C)'를 사용하게 된 이유는 그런 지금의 내 상태를 글로 적으면서 다시 한 번 피아노를 처음 배웠던 그 마음가짐으로 돌아가고 싶은 마음에서 인용하게 되었다. 처음으로 되돌아가서 다시 하는 그런 마음이 필요하니까. (처음 피아노와 마주했던 기뻐서 어쩔 줄 모르던 그 마음이!)


 그리고 다카포(D.C)뒤에 적은 피아노(p)와 포르테(f)는 피아노 연습을 하면서 내가 취해야 할 자세이다. 지금도 그냥 악보를 칠 수 있는 것에 연연하면서 그냥 무조건 힘으로 두드리는 일이 종종 있는데, 그것보다는 좀 더 여유롭게 피아노 건반을 치면서 여리게 음악을 살리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 이후 강하게(f) 음을 연주할 수 있게 되면, 곡에 담겨 있는 작품성을 살릴 수 있는 게 가능해질 수 있지 않을까. 피아노 선생님 왈 '제일 먼저 악보를 보면서 연습하고, 한 마디씩 해보면서 곡을 살리는 게 중요하다.'고 말씀하셨었는데, 무엇이든지 배우는 데에는 초심과 적절한 조절이 중요한 것 같다.


 피아노를 전공한 누나는 '초보자가 5시간 연속 연습하는 건 힘들 일이다.'고 말했는데, 아무래도 처음에 너무 무리하는 바람에 내가 조금 지친 게 아닌가 싶다. 그래서 게임으로 도망쳤고, 연습을 적당히 하면서 적당한 수준에 만족해버린 게 아닐까? 지금 생각해도 조금 무리였을지도.


 그래도 크게 시간을 줄이는 게 아니라 되도록 연습을 하면서 모든 것을 맞춰나갈 생각이다. 피아노 악보를 하나씩 배워갈 때마다 정말 즐겁다. 아직 내가 치고 싶은 악보는 겨우 하나를 칠 수 있게 됐고, 하나를 시도하고 있지만… 그래도 여름이 되기 전에 내가 치고 싶은 3곡 정도는 완벽히 연주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지금 만난 음악 기호 다카포(D.C)를 통해 처음으로 되돌아가 다시 여리게(p) 시작해서 마지막에 세게(f) 마무리할 수 있게 되기 위해서 오늘도 최선을 다해서 연습할 생각이다. 내가 좋아서 시작했고, 내가 좀 더 즐겁게 살기 위해서 시작한 피아노. 오늘도 피아노와 마주 앉아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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