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내게 묻는다, '나 지금 잘 살고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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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 올 때 읽기 좋은 류승수의 에세이, "나 지금 잘 살고 있는 걸까?"


 3월의 마지막 날에 내리던 봄비가 아침까지 부슬부슬 내리더니 지금은 흐린 하늘만 보여주고 있다. 비가 오면 이제 떨어질 것으로 생각했던 벚꽃은 아직도 그 생명력을 잃지 않은 채, 내일의 햇빛을 보기 위해서 벚나무 가지에서 떨어지지 않고 있다. 꽃은 정말 대단한 생명인 것 같다.


 나는 맑은 날에 벚꽃 구경을 하는 것도 좋아하지만, 비 오는 날에 우산을 쓰고 지나가면서 보는 벚꽃도 상당히 좋아한다. 맑은 날에 보는 벚꽃은 그 화사함이 빛나고, 비 오는 날에 보는 벚꽃은 빗방울을 머금은 아름다움이 돋보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벚꽃은 사람들의 마음을 훔치는가 보다.


 이렇게 벚꽃을 둘러보면서 빗소리를 듣고 있으면, 내 머릿속에는 문득 하나의 질문이 떠오른다. '올해에는 어떻게 살아야 할까? 나 지금 잘 살고 있는 걸까?'이라는 바보 같은 질문이면서도 언제나 답을 찾지 못해 혼자서 헤매는 그 질문이 말이다. (아직 나는 이 질문에 답을 못하고 있다.)


 지금 웃기 위해서 괜히 억지로 웃어보기도 하지만,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은 사는 것에 상당히 지쳐있는 것 같아 안쓰럽다. 그런 나를 위해 작은 휴식을 주고 싶지만, 시간이 지난 후에는 '왜 시간을 낭비한 걸까?'이라며 자책할 것이기에 그저 글을 쓰거나 책을 읽거나 피아노 연습을 할 수밖에 없다.


나 지금 잘 살고 있는 걸까?, ⓒ노지


나 지금 잘 살고 있는 걸까?, ⓒ노지


 위에서 볼 수 있는 책의 제목 '나 지금 잘 살고 있는 걸까?'는 그래서 더 왠지 모르게 읽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책이다. 이 책은 배우 류승수 씨가 부산 센텀에 있는 신세계 백화점에서 출간 기념 사인회가 열렸을 때, 류승수 씨로부터 사인까지 받았고, 함께 사진도 찍은 아주 특별한 책이다.


 책의 첫 장에 받은 류승수의 사인에는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이라는 글귀가 적혀 있는데, 누구에게나 적어주는 글귀이지만, 마치 이 글귀가 책의 의미를 전하고 있는 것 같다. 류승수 씨의 에세이 <나 지금 잘 살고 있는 걸까?>는 딱 그 문장을 쓰는 류승수 씨의 여정이었기 때문이다.


 요즘 내가 에세이를 읽는 이유는 인문과 고전을 통해 얻는 것과 달리 삶의 여운을 진하게 느낄 수 있기 때문인데, <나 지금 잘 살고 있는 걸까?>이라는 책도 그랬다. 책을 읽는 내 마음에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와 작은 선율을 연주해주는 듯한 이야기는 비 오는 날에 읽기 좋았다.


 책을 읽으면서 그동안 TV 화면을 통해서만 보았던 류승수 씨의 모습이 아니라 왠지 모르게 그의 모습을 통해 느낄 수 있었던 인품이 느껴졌고, 그저 나와 다른 무대에 서 있는 배우가 아니라 같은 무대에서 함께 지금의 삶을 사는 이야기로 느껴져 왠지 모르게 힘이 나거나 작은 웃음이 나오기도 했다.


"you are not alone(너는 혼자가 아니야.)"이라고 맑은 소리로 노래 해주던 마이클 잭슨이 떠오른다. 언제 들어도 따뜻한 힘이 되어 주는 말인데, 온 세상에 나 혼자 깨어있는 것 같은 새벽이면 그 가사가 더 마음에 박힌다. 아마 이 말은 삭막한 현실에서 고독과 외로움으로 힘들어하는 우리가 가장 듣고 싶어하는 말인지도 모르겠다. 어쩌면 '사랑한다'는 말보다 더 힘이 나는 따뜻한 말일지도 모르겠다. 뭐든지 1등만 알아주는 이 더러운 세상에 자살률까지 '1등'인 우리 나라. OECD 국가 중 자살률로 당당히 1등을 먹고, 하루 평균 55명이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는 이 현실 속에 지금 이 순간도 홀로 외로움과 싸우다 지친 누군가에게 이 말을 건넨다면, 그 누군가의 죽음을 막을 수 있을지 모른다. (p118)


 내가 그렇게 책을 읽은 건, 어쩌면 그건 내가 외롭다고 자각하지는 못하지만, 마음속으로 외로움을 크게 가지고 있는 탓일지도 모르겠다. 그저 혼자서 '괜찮다.'고 말하면서 버티지만, 피아노를 연주하거나 책을 읽을 때도 갑작스럽게 나타난 싱숭생숭한 감정이 꽤 나를 어지럽게 했었으니까.


 얼마 전에도 우연히 만난 한 여 대학원생의 논문을 위한 심리 조사에 응했던 적이 있었는데, 그 심리 조사를 통해 나온 결과가 놀라울 정도로 나를 표현해 눈을 동그랗게 뜰 수밖에 없었다. 그냥 나는 '괜찮다.'고 뒤로 넘겼지만, 아무래도 내가 삶에 대해 하는 고민은 여전히 나를 옭아매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류승수의 에세이 <나 지금 잘 살고 있는 걸까?>는 좀 더 내 마음을 끌어당기지 않았을까? 배우 류승수가 아니라 나와 똑같은 한 사람으로서 제 삶을 사는 류승수 씨의 이야기는 그 진정성과 함께 소박함이 느껴져 더 여운을 느끼면서 읽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마치 아침에 들었던 빗소리처럼…….



 나는 오늘도 그냥 살고 있다. '아, 사는 게 너무 재미없어.'이라는 허무함이 마음을 가득 채워 무엇을 하더라도 채울 수 없는 공백을 느끼게 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내 삶을 마주하려고 한다. 책을 읽으면서 오늘을 바라보고, 피아노를 연주하면서 위로하고, 애니메이션을 보며 웃는다.


 삶을 산다는 건 정말 어려운 과제이면서도 쉬운 과제라고 생각한다. 누구에게는 풀리지 않는 난제보다 더 어려운 문제이고, 누구에게는 그냥 있으면 되는 쉬운 문제이니까. 내게 있어 삶을 산다는 건 대체 어떤 문제일까? 조금 생각해보면 어려운 문제인 것 같기도 하도, 쉬운 문제인 것 같기도 하다.


 역시 이 질문에도 나는 어중간한 대답을 할 수밖에 없다. 난 언제나 그랬다. 어떤 설문지에도 '보통', '모르겠다.' 두 개의 선택지를 고르는 것처럼, 어중간한 태도로 삶을 살기에 내 삶이 이런 모양인지도 모르겠다. 문득 입가에 쓴웃음이 지어지지만, 이것이 나라는 인간의 모습이 아닐까 싶다. (…….)


 류승수 씨의 에세이 <나 지금 잘 살고 있는 걸까?>에서 읽었던 여러 문장 중 "산다는 것은 경험하는 것이다. 앉아서 삶의 의미를 고민하고 있는 것이 아니고."이라는 문장이 가장 길게 여운이 남았다. 지금 나는 삶을 고민만 하면서 경험하지 않으려고 하는 걸까? ……하아. 그렇게 또 고민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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