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 아니면 도를 말하는 정부 정책, 이대로 괜찮을까요?
- 시사/사회와 정치
- 2015. 3. 25. 07:30
언제나 일만 터지면 '모두(Everything)' 아니면 '아무것도(Nothing)'인 정부 정책
한국에는 '30일의 마법'이라는 단어가 있다. 어떤 일이 발생하더라도 '30일의 시간'이 지나면, 많은 사람이 그 일에 대해 새까맣게 잊어버리는 모습에서 비유된 단어다. 그래서 위험한 곤경에 처한 정치인이나 기업인은 이 30일의 시간 동안 버티기 기술을 쓰기 위해 아등바등한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 사고 이후 한참 동안 '갑의 횡포'에 대한 논란이 일었지만, 솔직히 지금은 어디에서 기사를 찾아보기도 어려울 정도다. 조현아가 부장판사 출신 변호인을 고용해서 항소하는 모습을 시민들이 여전히 괘씸하게 보지만, 이미 머릿속에서는 대단하지 않은 일로 치부되고 있다.
과거 대장균 시리얼을 판매한 동서식품의 제품에 대한 불매운동도 정말 크게 일어났었지만, 30일의 시간이 지나자 모두 언제 그랬냐는 듯이 동서식품의 제품을 대하고 있다. 애초에 동서식품을 그래도 먹느냐는 질문을 하면, 관심이 없던 사람은 '동서식품에 뭐가 있었어?'이라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우중(愚衆)은 지금 우리 한국만이 아니라 몇 국가에서도 뜨거운 화제가 되는 미쓰에이 수지와 배우 이민호의 열애 보도 같은 내용에 관심이 있을 뿐, 사실 어떤 시민이 그런 일에 지속해서 관심을 두고 있겠는가? 그저 30일의 시간이 지나면, 심각한 문제로 여겨졌던 일도 대단치 않은 일로 여겨지는 게 우리 현실이다.
반값 등록금도 30일, ⓒJTBC
한국은 이런 특이성으로 정부가 내놓는 정책도 언제나 30일이라는 시간 동안만 시끄럽게 울리다가 쥐도 새도 모르게 사라지는 경향이 짙다. 많은 시민이 정부의 이런 모습을 보면서 '하는 게 하나도 없는 정부'이라고 말하며 욕을 하지만, 시민들이 먼저 30일이 되기도 전에 관심을 두지 않는 탓이다.
이번에도 캠프장에서 화재 사고로 사망 사고가 발생하자 정부는 '모든' 캠프장을 점검하여 안전 대책이 미흡한 시설은 벌금을 부과하거나 폐쇄 조치 등의 강력한 대처를 하겠다고 말했지만, 과연 어디까지 정부가 이 사안을 구체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법을 만들지는 미지수에 불과하다.
(어린이집의 경우도 그렇게 나왔었지만, 결국 우리는 아무것도 되지 않는 모습을 보았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후보로 활동하던 시기에도 '약속 지키는 정치'를 운운했고, 지금도 '약속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지만, 지켜지는 약속은 하나도 없다. 정책은 퇴보 정책을 거듭하여 언제나 이슈로 끓어 오를 때만 일하는 척을 하고, 이후에는 손을 놓아버리니까.
오른손으로 망치질을 하다 왼손을 망치로 친 건, 누가 보더라도 머리가 잘못한 것인데 오른손을 향해 고래고래 고함치면서 "넌 해체야!"이라고 말하는 건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하지만 정부는 이렇게 어처구니없는 일을 계속 반복하고 있다. 그리고 시민은 어리석게도 또 똑같이 지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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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문제가 터졌을 때는 신속히 그 원인을 파악하고, 바로 실천이 가능한 대책부터 세워서 하나부터 시작해서 고쳐 나가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문제가 터질 때마다 '모두 한 번에 하겠다.'고 나서다가 시간이 지나면 '역시 안 되겠어. 답이 없어.'이라며 아무것도 하지 않는 걸 반복하고 있다.
시민도 마찬가지다. 한창 논란이 될 때는 죽을 각오로 결사항전이라도 할 태세이지만,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그 아픔과 분노를 잊어버린다. "아직도 세월호냐?"이라고 말하고, "그것 말고 이것 봐. 대박이라니까. 수지랑 이민호가 사귄대."이라는 말을 하며 진짜 보아야 할 문제를 보지 않는다.
아마 우리도 알고 있을 것이다. 우리도 그런 사람 중 한 명이고, 이렇게 글을 쓰는 나와 글을 읽는 독자도 여기서 벗어날 수 없다는 사실을. 그래서 우리는 오늘도 이렇게 살고 있다. TV를 통해 볼 수 있는 정치와 기업의 비리와 잘못을 욕하면서도 우리는 '답이 없다.'이라면서 체념하고 있으니까.
얼마 전에 친한 지인과 정치 이야기를 주고받다 '세월호는 다음 정권 때에 정권이 교체되어야 인양 계획이 세워지고, 시행될 거야.'이라는 말을 들었다. 참, 답답한 현실이지만, 이게 우리가 사는 어쩔 수 없는 현실인 것 같다. 정녕,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하늘을 보며 한숨을 쉬는 것뿐일까?
오늘도 정부는 '모 아니면 도' 형식의 정책을 계획하고, 허풍을 떨고 있다. 정부를 감시해야 할 시민은 "당장 해야 한다!"고 귀가 찢어질 정도로 고래고래 고함치지만, 연예인 기사 하나가 뜨면 바로 눈을 돌려서 그 일을 새까맣게 잊어버린다. 모 아니면 도. Everything or Nothing. 당신의 선택지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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