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우리 중고생은 '일베'에 빠지게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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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19 혁명'과 '5·18 민주화 운동'을 '폭동'이라고 말하며 비웃는 한국의 청소년들


 우리가 사는 한국 사회는 사람 내면의 가치보다 다른 사람에게 겉으로 보이는 이미지가 더 중요한 사회이다. 통장 잔고가 텅텅 비어있더라도 입는 옷은 메이커가 있는 옷이어야 하고, 행복하지 않아도 행복하다고 말해야 하고, 적어도 내 친구보다는 내가 더 잘 사는 것처럼 보여야 한다.


 한국 사회가 이렇게 극단적으로 물질적 가치를 가장 최고로 여기게 된 건, 과거 기성세대가 집단주의 속에서 경제 성장을 추구했기 때문이다. 소수의 의견을 신경 쓰는 것이 아니라 집단의 의견, 특히 그중에서 힘 있는 사람을 중심으로 정치와 경제가 돌아가면서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안고 왔다.


 그 과정을 통해 우리는 경제적으로 지금의 풍요를 누리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한국의 GDP의 절반을 넘는 퍼센트를 대기업이 차지하고 있다. 많은 시민이 최저 임금도 제대로 주장하지 못하고, 일하다 다친 것도 산재로 인정받지 못하고, 오늘도 보이지 않는 신분제 속에서 고개 숙인 채 살고 있다.


 그래서 우리 한국 사회에서는 '성공'이라는 단어에 늘 목이 마르게 되었으며, 극단적으로 '성공'이라는 단어에 집착하면서 어떻게 해서라도 잘 사기 위해서 노력했다. 그 열기는 교육으로 옮겨붙어 교육 시장에 엄청난 돈을 투자하게 했고, 어른들의 그 욕심에 아이들은 산제물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제대로 사람이 되지 못한 어른, ⓒJTBC


 어릴 때부터 많은 시간을 공부에 투자해야 하는 청소년들은 공부를 해야 하는 이유에 똑바로 알지 못한다. 자기 이유가 없다. 그저 어른들이 주야장천 떠든 '공부를 해야 성공한다.'이라는 말을 가슴 속에 새긴 채, 다른 사람과 비교당하는 자신이 뒤떨어지지 않기 위해서 밤낮으로 공부하고 있다.


 단순히 공부를 열심히 하는 것은 문제가 아닐지도 모르겠지만, 우리 한국 사회에서 나타나는 여러 가지 문제들은 바로 이때부터 나타나기 시작한다. 많은 부모가 아이들에게 오직 '공부해라!'이라는 말을 할 뿐, 공부보다 더 중요한 것을 가르치지 못하고, 스스로 휴식 시간을 즐기게 하지도 않는다.


 그래서 아이들은 놀고 싶은 욕구를 스스로 억제할 수밖에 없는데, 그들은 종종 그런 욕구를 학교 내에서 어떤 친구를 괴롭히는 것으로 해소한다. 우리나라 내에서 일어나는 학교 폭력이 점점 증가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고, 아이들의 행복도가 떨어지면서 자살률이 높아지는 것도 여기에 있다.


 더욱이 요즘처럼 스마트폰을 비롯한 여러 스마트 기기가 대중화된 시기에 아이들이 인터넷을 통해 벌이는 일탈도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마음에 들지 않는 친구의 SNS 계정을 테러하거나 한국에서 크게 문제가 되는 '일간베스트 저장소'이라는 사이트를 들락날락하며 일베 유저가 된다.


ⓒ머니투데이[각주:1]


 '일간베스트 저장소(이하 일베.)'이라고 불리는 커뮤니티 사이트는 한국 사회의 문제를 제기하는 데에서 빠질 수 없는 사이트이다. 이 사이트는 좀 더 영향력을 크게 가지게 되면서 여러 분야에서 등장하기 시작했는데, 대체로 좋지 않은 방향으로 문제가 되면서 큰 문제가 되고 있다.


 한국 사회를 시끄럽게 한 '5·18 민주화 운동을 5·18 폭동'으로 폄하한 것부터 시작해서 민주화 운동 사망자를 'XX 택배'이라고 말하거나 세월호 유족 비하, 그리고 어떤 극단적인 한 고교생이 백색 테러를 일으키는 사상 초유의 사태로 이어지고 있다. 무엇보다 현재진행형으로 더 심각해지는 중이다.


 얼마 전에도 뉴스를 통해서 일베의 심각성이 보도되었다. 학교에 다니는 중·고교생이 교과서를 가르치는 선생님께 '4·19 혁명은 폭동이다. 이승만 대통령은 억울하게 하야 됐다.', '5·18 민주화 운동은 5·18 광주 폭동이다.' 등의 말을 하면서 정말 입이 쩍 벌어지는 광경이 벌어진 일이 있었다고 한다.


 이 모든 일이 오직 책상 앞에 앉아 공부만 하라고 시킨 것이 이런 문제의 원인이 되었을지도 모른다. 남을 비방하면서 웃고 즐기고, 남을 괴롭히면서 웃고 즐기고, 선생님께 대들면서 시시덕대는 요즘 청소년의 모습은 지금도 충분히 썩었지만, 더 심각하게 썩어들어갈 한국 사회의 미래 같아서 너무 안타깝다.



 많은 부모가 '비교'이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통해 종종 아이를 가르치고는 한다. 그런 교육을 통해 자존감이 무너지거나 약해진 아이들은 부모와 마찬가지로 자신보다 조금 부족한 타인을 괴롭히는 것을 즐기게 되고, 어떤 유별나게 특이한 행동을 통해 주목을 받고 싶어 갈수록 심각해진다.


 그래서 우리 한국 청소년의 사회에서 '일베'는 더 영향력을 크게 가지게 될지도 모른다. '일베'를 통해 사람들의 주목을 받고, 낮은 자신의 자존감을 충족시킬 수 있는 짜릿함을 맛보기 위해서 좀 더 좀 더 말도 안 되는 일을 태평하게 벌이게 될지도 모른다. '설마' 하지만, 충분히 가능성이 있는 일이다.


 아직도 많은 어른 중 일부가 '그 시기는 뭘 모르니까. 그래도 어쩔 수 없지. 공부만 잘하면 그걸로 되지 않겠어?'이라는 안일한 생각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런 식으로 우리가 중요한 것을 외면했기에 지금 우리 사회는 이 지경이 되어 있다. '일베'에 빠진 중고생의 문제는 우리 생각보다 더 심각하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1. [머니 투데이] 일베하는 중고생, 정치수업 교사에 "내용 틀렸다" 도발 : https://goo.gl/ [본문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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