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이후 아직 우리는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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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해야 할 일을 '검토하겠다'는 정부, 아직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우리나라의 많은 시민의 눈에서 눈물을 훔친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벌써 1년이 지나가고 있다. 세월호 사고 이후 우리나라에서는 노후 선박의 안전 점검을 하고,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한 많은 대책이 썰물 들어오듯이 우후죽순 언론을 통해 보도되며 '이제 뭔가 달라지는가보다.'는 기대를 하게 했었다.


 그러나 역시 한국이었다. '설마'했지만 역시 달라진 게 하나도 없었다. 말로는 안전사고를 예방하기 위해서 규정을 강화하고, 법을 위반하면 처벌하겠다고 했지만, 그 말은 하나부터 열까지 제대로 실천된 것이 없었다. 노후 선박은 여전히 운행되고, 위험한 고리 원전 1호기도 연장 운영이 되고 있다.


 더욱이- 세월호 사고의 진상 규명을 위한 특별법은 말만 나왔을 뿐, 아직 구체적인 형태를 띠지 못했다. 정치적으로 '세월호 사고'를 이용한 일부 정치인 사이에서는 '아직도 세월호냐? 아이들은 가슴에 묻어야 한다.'는 말을 하면서 시신도 찾지 못한, 원인을 똑바로 알지도 못한 사람의 가슴에 대못을 박고 있다.


 여당은 이 세월호 사고를 아주 교묘하게 이용해서 정치적으로 편리하게 이용하고 있다. 일베와 여러 자유 무슨 자유 단체들은 세월호 사고를 좌우 이념 갈등으로 와해시키고, 보상 문제를 걸고넘어지면서 일부 자체 단체가 마치 세월호 유가족을 시신 장사를 하는 것처럼 말하며 막장으로 향했다.


 그래서 우리 한국은 아직도 세월호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세월호 사고 이후 바뀌겠다고 했던 일은 하나부터 열까지 바뀌지 않았으며, 보상 문제부터 진상 규명까지 제대로 실천된 것이 없었다. 세월호 유가족의 기록을 담은 <금요일엔 돌아오렴>을 읽어보면, 정말 가슴 아픈 현실을 외면하고 싶어진다.


 그러나 우리는 이 일을 외면해서는 안 된다. 우리가 외면하는 순간에, 점점 당연한 것이 무너지는 한국은 끝을 모를 정도로 무너질 것이기 때문이다. 현재 TV에서 방영 중인 사극 <장비록>을 보라. 우매한 군주와 정치인들이 나라를 망치는 모습은 과거의 일이 아니라 지금 우리 현실의 일이다.

(예나 지금이나 우리는 우매한 군중과 정치인 때문에 이순신 장군 앞에서 통곡하고 있다.)


세월호 광장, ⓒ노지


세월호 광장, ⓒ노지


세월호 광장, ⓒ노지


세월호 광장, ⓒ노지


세월호 광장, ⓒ노지


세월호 광장, ⓒ노지


세월호 광장, ⓒ노지


 지난 월요일, 서울에 올라갔을 때 나는 광화문 광장을 찾아 여전히 그 자리를 지키는 세월호 유가족과 세월호 유가족을 응원하는 모습을 보았다. 즐거운 시간을 혼자 보내고 와서 그런지, 그 자리에 가자 너무 마음이 무거웠다. '아직 우리는 달라진 게 없다. 이래도 되는가?'는 걱정이 되었다.


 월요일 뉴스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의 여론을 수렴해서 세월호 인양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발언이 보도되었는데, 나는 그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 수가 없다. 박근혜 대통령이 말로 무엇을 하겠다고 약속해놓고, 제대로 실천한 것이 몇 개나 있는가?? 이번에도 그저 1주기가 다가오자 애써 그런 말을 한 것일지도 모른다.


 더욱이 '여론을 수렴해서 세월호 인양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는 말은 결국에는 여론이 좋지 않으니 일단 검토해보겠다고 발표한 것이 아닌가? 이 문제는 실행 단계로 옮기기 전에 새누리당의 한 의원이 주장하는 인양 불가능 이유를 들어 검토 단계에서 부정적으로 결착을 지을 확률이 높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 여론이 다시 돌려지면 목적 달성일 테고.)


 당연히 세월호를 인양해서 좀 더 명확히 원인 규명을 하고, 처벌을 받아야 할 사람은 처벌하고, 도와줘야 할 사람은 도와줘야 하지만, 이 당연한 일이 왜 실천되지 않는지 모르겠다. 다른 나라에서는 선박에 침몰하거나 비행기가 추락하면 바로 기체를 회수해 진상 규명을 하는데, 왜 우리나라만 아직도 이런 행동을 취하는가?


 우리는 여기에 '왜'라는 질문을 해야 한다. 여기서 우리가 침묵만 하고 있으면, 아무것도 달라지지 않는다. 다가오는 세월호 1주기를 맞아 박근헤 대통령의 '적극적으로 검토해보겠다.'는 말은 단순히 여론을 일시적으로 위로하면서 지지율 확보를 위한, 1주기를 조용히 넘어가기 위한 방책일 가능성이 높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세월호 사고가 나고 1년. 한국은 그 이후에 다 점검하고, 다 바꾸겠다고 했다. 하지만 하나도 하지 못했다. 빈 깡통이 요란한 것처럼, 시끄럽게 떠들기만 하다가 1년이라는 시간을 허송세월로 보냈다. 무엇 하나 바뀌지 않았고, 진행되지 않았다. 그저 '그런 일도 있었지.' 하면서 우리 시민이 잊기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다.


 나도 평범히 그런 삶을 사는 사람이기에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 다른 사람처럼 평범하게 하루를 보내고, 평범하게 행사를 즐기고, 평범하게 책을 읽으며 보내는 내가 다른 사람을 향해 '지금 우리의 관심이 필요할 때입니다.'이라고 외쳐도 그 설득력은 없을지도 모르겠다. 분명히.


 그래도 나는 블로그를 통해 이런 말을 속삭이는 것을 포기하고 싶지 않다. 설득력이 없을지도 모르는 모자란 내 말이 아니라 세월호 가족의 육성 기록을 담은 <금요일엔 돌아오렴>이라는 책을 읽어보고, 직접 광화문 광장을 방문해서 그곳을 지키는 사람과 이야기를 해보거나 직접 찾아보았으면 한다.


 많은 사람이 '아직도 세월호냐?'라고 말하고, '그런 사망자 수는 한해 일어나는 교통사고 사망자 수와 다르지 않다.'이라고 말한다. 여기에 대해 어떤 방향으로 생각하더라도 그건 개인의 자유다. 내가 다른 사람의 생각과 가치관을 뭐라고 비판할 수는 없다. 하지만 딱 한마디만 하고 싶다.


 '만약 세월호로 희생된 가족이 내 가족이라면?(내 일이라면?)'이라는 질문을 해보았으면 좋겠다.


 이 질문이 좀 더 현명한 답을 찾을 수 있는 데에 이바지할 수 있다고 믿는다. …마지막으로 가슴이 아파 마지막까지 읽지 못했던 책 <금요일엔 돌아오렴>에서 읽을 수 있는 작은 이야기 한 개를 남긴다. 부디 다가오는 세월호 1주기를 맞아 이 아픈 사건을 외면하는 사람이 줄어들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대통령이 다녀간 후에 체육관에 TV가 설치됐어요. 그때부터 뉴스를 봤어요. 그런데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이상한 뉴스가 나오더라고요. 여기 일이 전혀 안 나가고 있었던 거예요. 우리는 온 국민이 들고 일어나서 '이게 무슨 일인가' 그럴 줄 알았어요. 그런데 그게 아니었던 거예요. 우리의 세계에 우리만 빠져 있고 우리만 동동거리고 있었어요. 텔레비전에서는 대한민국의 유능한 인력은 이곳에 다 투입된 것처럼 말했어요. 그게 아닌데, 그게 아닌데, 바다에 나가보면 그 넓은 바다가 텅 비어 있는데. 그러니까 부모들이 그렇게 소리를 지르고 욕을 했죠. 그런데 그런 건 또 방송에 나가더라고요. 부모들이 제정신이 아니라고. 그래서 우리가 방송사들 다 나가라고 했잖아요. 그때까지만 해도 우리가 세상을 알았나요? 애 키우고 맞벌이하고 내 가정만 챙기면 될 줄 알았지. 나라에 해경 있고 경찰이 있는데 그 사람들이 다 알아서 해주겠지 하고 살았지. 이런 세상인지 몰랐죠. (p118, 금요일엔 돌아오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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