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강대 신입생 OT 성희롱 논란, 이게 한국의 현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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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지 공부를 잘하는 것일 뿐, 사람이 되지 못하는 공부 잘하는 학생들


 곧 춘분이 찾아올 3월은 봄이 본격적으로 찾아오면서 겨울 추위가 꽃이 피는 따뜻함에 자리를 비켜주는 계절이다. 2월부터 3월 동안 학교에서는 졸업식과 종업식이 열리고, 대학교에서는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을 비롯해 개강을 맞은 여러 준비가 이루어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2월과 3월에는 여기저기 화사한 웃음이 엿보이기도 한다.


 그러나 누구나 즐거워 보이는 이런 웃음 뒤에는 언제나 억지로 짓는 웃음과 다른 사람에게 쉽게 말하지 못하는 통탄한 아픔도 함께 존재한다. 나는 블로그를 통해서 종종 대학교 오리엔테이션과 MT 같은 별로 좋지 않은 문화를 통해 대학에서 벌어지는 심각한 문제를 지적했었는데, 아니나 다를까 올해도 여전한 추태를 보여주었다.

(참, 달라지지 않는 한국이 어떤 의미로는 대단하다.)


 한국 사회에서 가장 최근에 논란이 된 사건은 나름 있는 괜찮은 학교로 분류되는 서강대에서 발생한 신입생 OT 성희롱 사건이 아닐까 싶다. 이번 사건의 개요는 서강대의 한 부류에서 있었던 OT에서 선배라는 작은 권위를 이용해서 갑(갑)질을 통해 일반 사람이 보아도 '바보 같다.'는 생각이 드는 문구를 가지고 성회롱을 한 사건이다. (기사 보기)


ⓒ인사이트- 페이북 캡쳐


 위에서 볼 수 있는 이미지는 이번 서강대 신입생 OT 성희롱 사건으로 논란이 된 이미지인데, 유치하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어떻게 이런 행동을 아무렇지도 않게 할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심히 걱정스럽다. 그냥 가벼운 마음으로 해도 되는 장난이 있고, 안 되는 장난이 있다. 이건 결코 가볍게 넘어갈 수 없는 성희롱이었다.

(혹시 이게 성희롱이 아니라고 생각한다면, 이상한 거다.)


 만약 서강대에 올해 신입생으로 아이를 입학시킨 부모의 입장에서 이런 일을 내 아이가 겪었다고 생각한다면, 정말 당장에라도 이런 일을 주도한 학생에게 싸대기라도 날리고 싶지 않을까? 자유시간을 포기하고 밤낮으로 열심히 공부해서 대학에 간 학생과 비지땀을 흘러가며 뒷바라지하면서 대학에 보낸 부모의 마음은 말하지 않아도 훤하다.


 대학에서 이처럼 어리석은 일이 벌어지는 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미 '대학교'이라는 이름의 사회에서 작용하는 서열주의와 권위주의는 우리 사회에서 볼 수 있는 갑과 을의 관계로 이어지면서 심각한 문제를 초래하고 있다. 올해만 하더라도 벌써 여러 건의 문제가 보도되었다. 우리가 모를 뿐이지, 보도되지 않은 사건은 훨씬 많을지도 모른다.


 내가 이런 문제를 지적하는 글을 쓰면, 많은 사람이 '이게 사회생활이다. 한국에서는 어쩔 수 없다.' 같은 말을 한다. 아무래도 역시 서열주의를 좋아하는 한국 사회에서 이런 문화를 벗어나는 일은 힘들다는 사실을 경험을 통해 알고 있기 때문인 것 같다. 대학교만 아니라 초·중·고등학교와 어른의 사회생활에서 벌어지는 폭력도 비슷한 양상을 보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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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의 눈물


 이런 문제가 해결되지 않고, 우리 사회에서 끊임없이 반복되는 이유는 아무도 문제를 똑바로 지적하지 않고, 해결하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사회가, 부모들이, 어른들이 아이들 문제 해결하려고 안 하잖아요. 어른들의 문화가 그대로 드러나 있습니다. 서열, 세력, 권력.'이라는 천종호 판사님의 말이 하나도 틀린 것이 없는 이유다.


 서강대에서 일어난 성희롱 문제에서도 아마 자산의 아이가 가해자의 처지에 놓여있다면, 그 부모는 기절초풍하지 않을까? 이 문제로 고소를 당한다고 하더라도 그 부모는 '우리 아이는 절대 그런 아이가 아니다. 주변에서 좋지 않은 분위기에 어쩔 수 없이 했을 뿐이다.'이라는 변명을 하면서 절대로 문제를 똑바로 보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한국에서 일어나는 많은 학교 폭력을 비롯한 청소년 범죄는 그렇게 해결되지 못한 채, 지속해서 발생한다. 그리고 이런 문제는 단순히 청소년 사이에서 일어나는 문제로 그치지 않고, 이렇게 스스로 책임을 져야 하는 대학생이 되어서도 똑같이 발생한다. 선배라는 이유로 갑질을 하고, 후배 여학행을 성희롱하고…. 하나도 달라지지 않는다.


 이미 우리 한국 사회의 많은 대학교수와 정치인, 아니, 그 이전에 일반 어른들 사이에서도 이런 문제는 비일비재하게 발생한다. 하지만 그 와중에 문제를 지적하고, 해결하기 위해서 신고를 하는 사람에게는 '내부 고발자' 혹은 '배신자'이라는 딱지를 붙이면서 오히려 피해자를 욕하는 아이러니한 모습이 한국 사회에서 흔하게 발생한다.


 그래서 한국 사회에서는 이런 문제를 고치는 것이 더 힘들다. 그냥 혼자 고립되는 것을 각오하지 않는 한, 어느 단체에서 이어진 문제를 바로 잡기란 쉽지 않다. 더욱이 이런 문제를 지적하더라도 고쳐지기는커녕, 오히려 더 은밀하게 문제가 발생하면서 더 심각한 고통을 겪을 수밖에 없다. 문제를 해결해야 할 어른도 한 통 속이라 윗물과 아랫물이 통째로 썩어있다.



 오늘도 많은 학생이 좋은 대학교, 좋은 인맥, 좋은 스펙을 가지기 위해서 열심히 책상에 앉아 공부를 하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단지 문제를 풀어서 좋은 점수를 얻는 공부일 뿐, 잘못된 일을 지적하는 것을 제대로 배우지 못한다. 잘못을 지적해서 모난 돌이 되기보다 그냥 둥글둥글 굴러가면서 튀지 않는 돌이 되는 과정을 끊임없이 반복한다.


 우리 한국 사회가 언제나 제자리걸음을 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이번 서강대 신입생 OT 성희롱 사건은 그냥 서강대만의 사건이 아니다. 겉으로 드러나지 않는 많은 대학교의 모습일 것이며, 대학교만이 아니라 직장과 다양한 사회단체에서도 일어나는 모습일 것이다. 그냥 사람들은 '어쩔 수 없다.'이라는 말로 모른 체하고 있을 뿐이다.


 어떤 사람은 '이런 일을 사소한 해프닝으로 넘기지 못하면, 사회생활 못한다.'이라고 말하기도 하고, '왜 그렇게 부정적으로만 보느냐? 제대로 알고 이야기하는 것이냐?'하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나는 절대 부정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우리 현실이 이러하며, 이런 문제를 해프닝으로 넘기는 것이 아니라 확실히 문제를 지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단지, 겉으로 행복하고 즐거운 웃음을 지어야 하는 것이 사회생활이라면, 나는 그런 사회생활은 하지 않을 것이다. 그런 사회도 나를 반가워하지 않겠지만, 오라고 해도 내가 싫다. 이번 서강대 사건은 아랫물부터 이미 심각히 썩은 한국의 슬픈 자화상이라고 생각한다. 문제의 심각성에 동의는 하지만,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기에 한국은 오늘도 그대로다. (나도 그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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