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한 미국대사 피습 사건, 우리 소설을 한 번 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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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격적인 주한 미국대사 피습 사건, 지금 누구는 웃고 있을지도 모른다


 얼마 전에 우리 한국에서 쉽게 볼 수 없는 일이 발생했다. 통일을 주장하던 한 시민이 행사에 참여해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던 주한 미국대사 리퍼트에게 흉기를 휘두르는 일이 발생했다. 이번 사건을 보면 통일과 북한 이야기를 하던 토크 콘서트에서 발생했던 백색 테러 사건이 떠오른다.


 두 사건은 상당히 닮았다. 모두 자의식 과잉에 빠진 범인이 앞도 뒤도 보지 않은 채 사건을 일으켰다는 것과 두 범인 모두 한국 사회에서 어쩔 수 없는 문제아였다는 사실이다. 토크 콘서트 백색 테러 사건의 주인공은 일베에 빠져 가치관이 이상했고, 이번 사건의 주인공은 지나친 민족주의자였다.


여기서 '민족주의'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건 옳지 않을지도 모른다. 자칭 애국주의이자 민족주의자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모두 한국이 일본으로부터 독립하는 데에 도움을 준 미국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품고 있고(그래서 아름다울 미(美)자를 쓴다.), 친일 인사에 대해서도 '어쩔 수 없었다.'는 식으로 두둔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지금 이번 주한 미국대사 피습 사건을 두고 진보와 보수로 불리는 양측은 서로를 향해 손가락질하고 있다. 특히 꼬투리 잡기를 좋아하는 가짜 보수주의자들은 '북한을 그렇게 좋아하다니, 역시 진보는 답이 없다.'는 식으로 말하는데, 이건 진보 보수 이전에 그냥 사람의 문제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오마이뉴스 - 김상헌


 지금 몇 언론의 보도를 통해 일부 사람들이 이번 테러를 일으킨 범인에 대해 색깔을 입히려는 모습은 우리가 경계해야 할 모습이다. 우리는 이런 문제에 색깔을 입히는 것이 아니라 '왜 그 사람이 그런 짓을 했는가?'이라는 질문을 통해 문제의 원인을 파악하고, 처벌하는 방향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주한 미국대사 리터르를 흉기로 찌른 범인은 가치 없는 남북통일 주장과 함께 '독도는 우리 땅!'이라는 문구를 내걸었던 자칭 민족주의자였다. 그는 어떤 색깔에 물들어있다고 말하기보다 그냥 자신의 어리석은 생각에 빠져 바꿀 수 없는 현실을 바꾸려고 했던 이상주의자, 혹은 정신이상자로 볼 수 있다.


 여기서 소설을 한 번 써보자. 우리는 자주 일본과 중국을 비판하지만, 그들을 향해 실질적으로 이빨을 드러내는 일을 하지 않는다. 우리는 친일파를 욕하고, 정치인을 욕하지만, 그들을 향해 강한 행동을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우리는 그들이 싫어도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번 테러 사건의 주인공은 그냥 저질러 버렸다. 여기에는 상당히 강한 결단력과 용기가 필요하다. 만약 그의 배후 세력에 누군가 있다면, 이번 사건을 통해 큰 위험을 넘기려고 하는 인물이 자리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북한의 스파이라는 가설보다 오히려 다른 이유가 있을 가능성이 높다.


 물론, 이건 어디까지 삼류 소설일 뿐이다. 북한의 스파이, 혹은 정치적 대립을 유리하게 끌기 위한 사주를 받고 벌인 하나의 연극 등으로 추리하기 전에 어쩌다 보니 일어난 묻지 마 사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통해 특정 세력이 위기에 몰렸던 순간에 상당히 이익을 보았다는 건 미심쩍은 부분일 수밖에 없다.


ⓒ오마이뉴스 - 김상헌


 나는 개인적으로 우리나라가 미국에 대하는 외교 방식을 좋아하지 않는다. 미국은 역사적 분쟁도 자기 일이 아니기에 가볍게 넘기려고 하고, 한국은 대체로 미국에 상당히, 아니, 지나칠 정도로 의존을 해왔다. 이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우리나라는 우리 목소리를 크게 낼 수 없게 되고, 스스로 더 위험해지는 꼴이 된다.


 이런 외교는 미국과의 관계만이 아니라 중국과 일본도 마찬가지다. 특히 강력하게 우리의 주장을 했던 고 노무현 대통령과 달리 이명박근혜 정부는 거의 애완견이 되어서 꼬리만 살랑살랑 흔들었었다. 그러니 나라의 국격은 더 우습게 내려앉고, 덩치만 조금 있을 뿐인 나라로 여겨지는 것이다.


 이번 사건을 통해 우리나라는 미국에 더 잘해야 한다는 위기에 놓이고 말았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조금씩 분열되어서 현 집권 정부에 위험이 되는 목소리를 잠재적으로 줄일 수 있게 되었다. 어찌 되었든, 이번 사건은 현 정부에 도움이 되는 일일 수밖에 없다. 아주 절묘한 타이밍에 절묘한 사건이 터졌다.


 오해하지 말자. 앞에서도 말했던 것처럼 이건 누구나 추리해볼 수 있는 삼류 소설일 뿐이다. 이 삼류 소설에 진심으로 대응하면서 욕을 하려는 건 한 장의 전단지에 출판물법을 운운하며 처벌하려는 어떤 경찰의 모습과 같다는 사실을 잊지 말자. 당신은 견(犬)인가, 경(警)인가? 이 질문에 따라 답도 다를 것이다.



 참된 시민들의 국가는 나라가 시민을 위해 일하는 견(犬)이 되고, 시민이 나라를 감시하는 경(警)이 되는 나라이다. 하지만 우리나라는 반대 상황이 오랫동안 지속하고 있다. 특히 어리석은 시민은 다른 시민의 행동에 대해 '국가 망신' 운운하지만, 지도자의 행동에 대해서는 '국가 망신' 운운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나라 수준이 이렇다. 주한 미국대사 피습 사건을 통해 또 색깔론을 펼치면서 그 사람의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용하려고 한다. 요구하는 목소리는 있으면서 행동은 정반대로 하는 우매한 군중, 어쩌면 그건 우리 한국 시민일지도 모른다. 눈은 하늘을 보면서 손은 땅을 가리킨다.


 이번 주한 미국대사 피습 사건은 우리 정부와 시민에게 주어진 과제다. 과연 이 사건을 두고 우리는 어떻게 파악하고, 처벌하고, 우리가 그동안 맞서고 있던 문제에 접근하게 될 것인가. 또 새까맣게 잊어버리는 한 달이 될 것인지, 아니면, 다시 떠올리는 한 달이 될 것인지. 이제부터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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