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 꽃 마차 말 학대 논란, 인간의 과한 탐욕의 극치
- 시사/사회와 정치
- 2015. 2. 26. 07:30
경주 꽃 마차 말 학대 동영상 논란, 동물을 탐욕와 이기심으로 대하는 사람의 모습
얼마 전, 페이스북에 공유된 한 개의 동영상을 돌려보다 충격을 받은 하나의 동영상이 있었다. 그 동영상은 당일 저녁 뉴스에서도 언급되면서 중요한 문제로 다룰 정도로 심각한 동영상이었는데, 동영상이 잔인해서 공유하지 못하는 점을 이해해주기를 바란다. 그 정도로 이번 동영상에서 사람이 말을 학대하는 모습은 아무리 말 못하는 동물이라도 너무 심각한 학대였다.
꽃 마차를 끌도 다니는 말은 우리가 보기 어려운 모습이 아니다. 지역 행사가 있는 축제마다 어디에서 말을 키우는 분들이 말과 마차를 끌고 행사장으로 오시고, 특히 많은 관광객이 찾는 곳에서는 흔히 있는 모습이다. 이번에 논란이 된 지역인 경주도 많은 관광객이 신라 시대의 유물과 유적을 보기 위해 찾는 곳이었고, 분위기가 어울리다 보니 꽃 마차로 영업하는 사람이 있었다.
내가 사는 김해에서도 김해 가야 문화 축제가 열릴 때마다 마차를 끄는 말이나 당나귀 등의 모습을 볼 수 있는데, 나는 그 모습을 볼 때마다 '힘들겠다. 제대로 쉬지도 못한 채, 늘 저렇게 돌아다녀야 한다니.' 하는 생각을 종종 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말은 아스팔트보다 흙길을 뛰어다녀야 하는데, 이렇게 사람도 오래 걸으면 힘든 아스팔트 위를 무거운 마차까지 끌고 다녀야 했으니까.
그래도 늘 쉬는 시간을 가지면서 물을 마시게 해주는 우리 지역 주민의 모습은 그나마 다행이었다. 이번에 동영상에서 볼 수 있는 말 주인의 모습은 정말 해도 해도 너무했다. 채찍질을 당하던 말이 중간에 쓰러졌음에도 불구하고, 말 주인은 말에 대한 채찍질을 멈추지 않았다. 마치 한국 독립군이 이전에 일본 순사에게 잡혀서 고문을 당하는 모습을 보는 것 같았다.
ⓒJTBC 뉴스룸
말 주인은 언론에서 크게 논란이 되기 전에는 '폭행한 적이 없다.'고 책임을 회피했지만, 뉴스로 보도되면서 집중적으로 취재와 조사가 들어가자 '잘못된 부분은 흥분하다 보니까. 용서해주십시오.' 1 식으로 반응을 보였다. 나는 이 모습을 보면서 역시 사람은 욕심에 물들어서 이기심을 가지게 될 때, 사람은 도저히 사람으로 살 수 없다고 생각했다. 어찌 이렇게 잔인할 수 있을까?
말을 교육하다가 말이 말을 안 들으니 학대를 했다고 하는데, 이런 사람은 동물만이 아니라 사람에게도 똑같은 짓을 해버릴 것이다. 지금도 우리는 어린이집 폭행 논란의 충격에서 벗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비록 사람은 아니더라도 그 와중에 동물에게 이런 잔인한 일을 하는 일이 보도되었고, 우리는 또 한 번 사람이 가진 또 다른 면에 있는 잔인성에 어떻게 반응을 해야 할까?
이번 논란을 두고 JTBC 뉴스룸에서는 박소연 동물사랑실천협회 대표와 인터뷰를 했었는데, 박 대표의 말을 통해서 나는 우리가 종종 TV로도 보았던 아이들이 동물을 만지면서 노는 것이 얼마나 심한 학대가 될 수 있는지 새삼 깨달았다. 사람도 누군가 자신을 자꾸 건들면 스트레스를 받아 이성을 잃어버릴 정도로 흥분하게 되는데, 말 못하는 동물들은 얼마나 심각하겠는가?
박 대표는 '적당한 어떤 생태 환경을 알려주고, 우리가 어떻게 배려해야 되는지 교육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는데, 무조건 만지게 하고 어떤 유익을 위해서 계속해서 동물을 타고 돌아다니게 하고 이런 것들은 동물의 입장에서는 심각한 고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2이라고 인터뷰를 통해 말했다. 나도 거기에 동의한다. 무턱대고 말 못하는 동물을 이리저리 만지는 건 학대이니까.
|
그리고 나는 여기서 한 가지 더 언급하고 싶다. 우리가 눈여겨 보아야 하는 일은 이렇게 꽃 마차를 끌게 하면서 말을 부리는 사람과 어떤 유희와 학습으로 포장해서 동물을 괴롭히는 사람만이 아니라 우리 주변에 놓인 애완동물을 기르는 사람도 조심해야 한다는 것이다. 작년에는 누가 애완견에게 술을 마시게 한 영상을 올려 논란이 되었는데, 그것도 명백히 치명적인 학대라고 말할 수 있다.
작년에 나는 <한 해 버려지는 유기견이 6만 마리, 여러분은 어떤가요?>이라는 글을 작성해서 발행한 적이 있었다. 당시 MBC의 '리얼스토리 눈'을 통해 본 유기견의 모습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 이상이었다. 그저 병들었거나 나이가 들었다는 이유로 버려지고, 흥미가 사라져서 버려지는 유기견의 모습은 인간의 오만함과 함께 잔인함, 어리석음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었다고 생각한다.
지금 우리 주변을 살펴보면 애완동물을 기르는 사람이 정말 많다. 하지만 종종 우리는 그런 사람들 사이에서도 차별이 발생하고, 동물을 통해 자신을 높이려는 사람들이 몇몇 있다. 그런 사람들은 진심으로 동물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다. 그저 필요할 때는 곁에 두고 밥을 주면서 '우쭈쭈' 하지만, 필요가 없어지면 발로 차서 길거리에 내다 버리는 사람들일지도 모른다. 정말 무서운 일이다.
이런 말 학대 동영상과 보도와 처벌을 보면서 어떤 사람은 '그래도 먹고 살기 위해서 일부는 감수해줘야 하지 않겠느냐?'고 말할지도 모른다. 나와 가치관이 다른 사람이고, 나와 다른 방향에서 접근했기에 당연히 그런 말이 나올 수도 있다. 저 동영상의 주인공처럼 하지 않는다면, 먹고 살기 위해서 눈감아줘야 한다는 의견에 솔직히 나는 크게 반박할 수가 없다.
그래도 나는 '조금이라도 동물을 좀 더 신경 쓰면서 사람이 무엇을 했으면 좋겠다.'는 의견이다. 사람의 유희를 위해서 동물을 학대하는 일만큼은 없었으면 한다. 자유롭게 돌아다녀야 하는 돌고래가 불법으로 잡혀서 이용되고, 부실한 환경에서 가만히 있는 것밖에 못 하는 동물이 얼마나 가여운가. 사람도 그렇게 해버리면, 얼마 지나지 않아 미쳐버린다. (동물은 그것을 방지하기 위해 약까지 투약한다고 하니…. 어휴.)
최근에 나는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이라는 책을 흥미롭게 읽고 있다. 고양이의 시선에서 사람들의 모습을 관찰하는 이야기인데, 고양이가 보기에는 사람만큼 바보 같은 생물도 없다고 한다. 아마 우리가 늘 동물을 우리보다 못난 존재로 취급하는 것만큼, 우리에게 당하는 동물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을까? 비록 말을 하지 않더라도 동물도 감정을 느끼는데, 이런 학대 사건을 보게 되면 정말 안타깝다.
앞으로 이런 동영상이 논란이 되어 사람의 이기심과 탐욕이 얼마나 잔인한지 스스로 증명하는 일이 없었으면 한다. 우리를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는 그 동물을 괴롭히지 말자. 멧돼지가 산에서 내려오는 것도 우리가 그들의 터전을 빼앗았기 때문이고, 상생의 길을 포기했기 때문이다. 자연을 망치는 인간의 욕심은, 결국 인간이 받아야 하는 일이니까. 문득, '도롱뇽의 친구들'이라는 이름으로 소송을 제기한 어떤 스님이 머릿속에서 떠오른다.
이 글을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