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몬 최저임금 광고 논란에서 본 슬픈 자화상
- 시사/사회와 정치
- 2015. 2. 8. 07:30
알바몬 혜리 최저임금 광고로 인한 논란, 혹시 도둑이 제 발 저려서 일까?
얼마 전부터 인터넷에 하나의 광고에 대해 많은 사람의 의견이 엇갈리는 일이 일어나고 있다. 이번 갈등의 원인은 아르바이트를 구인·구직 전문 사이트 알바몬에서 '최저 임금'을 거론하는 광고였는데, 논란의 중심에 섰던 광고는 직접 보았을 때는 도저히 왜 이 광고가 논란이 되는지 이해할 수 없었다. 최저임금을 지켜 달라는 것을 희화화해서 아주 잘 만든 광고라는 생각만 들었다.
그런데 이 광고가 논란이 되었던 이유는 일부 PC방과 편의점, 자영업 소상공인들이 광고 내용에 불만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대다수를 악덕 업주로 묘사했다." 등의 말을 하면서 알바몬 탈퇴 운동가지 벌이기까지 했다. 아마 알바몬 광고 내용 중에서 혜리가 말했던 내용이 상당히 불편하게 다가온 듯했다.
자영업을 하는 사람 중 일부 사람은 이 의견에 찬성하면서 지지를 보내기도 했지만, 대체로 인터넷의 흐름은 그들을 바라보는 시선이 썩 좋지 않다. 오히려 "도둑이 제 발 저린 다더니 완전히 그 모양이다. 그냥 최저임금을 지켜 달라고 하는 것뿐인데, 왜 이렇게 호들갑일까?" 등의 냉소적인 반응을 하면서 오히려 알바몬에 깨끗한 업체만 남았다면서 비꼬기도 했다.
알바몬 광고
이 글을 쓰는 나도 일부 업체가 너무 예민하게 반응하는 것으로 생각한다. 지난해에 많은 사람이 최저임금을 올리기 위해서 고군분투를 해서 겨우 370원의 최저임금이 올랐는데, 이 금액도 제대로 챙겨주지 않는 업체가 많다는 건 우리가 모두 알고 있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내 동생은 "당연히 못 받지. 처음부터 최저임금 달라고 하면 욕먹는다."고 말할 정도였는데, 현실은 참 심각하다.
그래서 알바몬에서는 자신의 사이트를 홍보하는 동시에 당연히 지켜져야 할 규범을 이런 광고로 만든 것인데, 이 광고에 예민하게 반응하는 업체를 향해 우리는 불편한 기색을 느낄 수밖에 없다. 그 업체들이 최저 임금을 지켜주지 않고 있기에 그런 반응을 한다고 생각할 수밖에 없고, 아르바이트를 경험해보았던 많은 사람이 광고에 잘못이 없다는 것에 찬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알바몬은 논란이 계속되자 먼저 해명을 했고, 논란이 된 광고 한 편은 방송 중단을 했다. 알바몬 측 특정 업종이나 업주를 겨냥한 내용이나 언급은 전혀 없었다고 해명했지만, 이번 논란은 우리에게 다소 아프게 다가오는 논란이라고 생각한다. 아직도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겨우 먹고 사는 데에 보태는 많은 사람이 최저임금을 받는 건 보통 어려운 일이 아니니까.
오죽하면 아르바이트에서 임금을 제대로 받는 방법 중에서 "사장님이랑 필요 이상으로 친해지면 안 된다. 안 준 임금 소송으로 걸기 힘들어진다." 같은 글이 있을까? 최저임금을 제대로 받지 못해 싸우는 사람도 있지만, 대체로 많은 사람이 그냥 그렇게 받으면서 여러 개의 아르바이트를 하고는 한다. 이게 현실이다. 그러면서도 최저임금을 주면 게을러진다는 소리가 일각에서 들리는 건, 아쉬울 수밖에 없다.
위에서 볼 수 있는 동영상은 지식채널ⓔ에서 방송된 최저임금에 대한 이야기를 약 4분 44초의 시간에 걸쳐 확실히 볼 수 있는 동영상이다. 최저임금에 대한 이야기는 이미 오래전부터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고, 각 나라의 사정에 따라 증가하거나 감소하기도 한다. 하지만 대체로 물가 수준에 맞춰 올려가지만, 한국은 여전히 최저임금이 경제 지표와 비교하면 아주 낮은 나라이다.
그런데 한국의 물가 상승률은 정말 말도 안 될 정도로 가파르게 올랐다. 하지만 그 물가에 맞춰서 소득 수준은 크게 오르지 못했고, 제자리걸음을 하거나 오히려 깎이기도 했다. 현 정부의 여당을 형성하는 새누리당에서는 '과잉 복지가 되면 국민이 나태해진다.', '휴일 연장 근무 시 주는 추가 수당을 없애야 한다.' 등의 말을 하면서 서민의 소득을 내리면서 증세는 늘리려고 하고 있다.
그러니 사람들이 최저임금에 어찌 목숨을 거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일부 업체는 "최저임금에 맞춰 달라고? 하지 마. 너 아니더라도 할 사람은 많다."이라고 말하면서 갑(甲)질을 한다. 그들도 본점으로부터 갑(甲)질을 당하면서 어렵겠지만, 그 갑(甲)질을 또 아르바이트생에게 하면서 돌고 도는 그런 흐름을 만들어 버리는 거다. 그래서 우리 한국은 늘 이런 분야에서 충돌이 일어나는 게 아닐까?
이번 알바몬 최저임금 광고 논란은 그런 충돌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이번 논란이 정말 슬프게 느껴지는 까닭은, 우리가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갑(甲)질에 함께 분노하면서도 결국은 우리도 일상에서 갑과 을의 관계에서 갑의 위치에 놓일 때는 크게 달라질 수가 없다는 점이다. 비록 특별한 갑에 비해서 덩치가 작다고 하더라도, 갑(甲)질은 똑같은 갑질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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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영업자도 먹고살기 힘든 건 마찬가지다. <골목 사장 분투기> 같은 책을 읽어보면, 한국에서 많은 자영업자가 얼마나 힘들게 살고 있는지 알 수 있다. 하지만 아르바이트를 하는 사람도 마찬가지다. 박근혜 대통령은 시간제도 좋은 일자리라는 인식이 필요하다고 말했었지만, 그 주장이 받아들여 지기 위해서는 최저임금 상승과 확실한 이행이 필요하다. 그것이 되지 않으면, 허언에 불과하다.
알바몬 최저임금 광고 논란은 승자 없는 슬픈 싸움이다. 일부 업체가 마치 도둑이 제 발 저리듯이 노발대발했지만, 어떻게 보면 우리가 모두 힘든 상황 속에서 조금이라도 더 살아보기 위해서 아등바등하고 있는 것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아르바이트생도 최저 임금을 받지 못하더라도 일을 해서 조금이라도 벌고 싶고, 점주도 최저 임금을 못 주더라도 조금이라도 남기고 싶으니까. 그러니 누구를 탓할 수 있을까?
한국은 OECD 국가 중에서 저임금 계층이 가장 많고, 임금 불평등(상위 105와 하위 10% 임금 격차)도 심각하다. 지금 미국에서도 오바마 대통령이 최저임금을 올리기 위해서 싸움을 하고 있는데, "당신이 한 번 해보라."이라는 말을 정부 정책을 결정하는 사람들에게 들려주고 싶다. 국회의원들부터 최저임금으로 생활하게 되면, 이 사안의 중요성을 알 수 있지 않을까?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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