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진보당 해체 사건이 대한민국 시민에게 던지는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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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 재판소의 정당 해산과 국회의원 자격 박탈, 그리고 밝게 웃는 극우 세력들


 2014년의 대한민국은 많은 사람의 눈물을 흘리게 만든 한 해였다. 박근혜 정부 이후 나라는 조금씩 더 빠른 걸음으로 뒷걸음질 치기 시작했고, 그런 발걸음을 따라 우연하게 가슴 아픈 참사가 많이 일어나버렸다. 게다가 그런 참사들은 모두 하나같이 책임자 처벌과 진상 규명이 불분명해지고, 그저 책임 회피와 선거 이용식으로 진행되어 사람들 사이에서는 정부에 대한 불신이 커지는 계기가 되었다.


 사태가 계속해서 악화하고 있음에도 박근혜 정부는 정부의 잘못을 똑바로 인지하지 못한 채, '나라를 음해하려는 불순 세력이 있다.', '국민을 대표하는 대통령에 대한 모독적인 발언이 그 도를 넘고 있다.' 등의 말을 하면서 나라 분위기가 이렇게 엉망이 된 원인을 시민들의 탓으로 돌리고 있다. 우리나라의 속담 '방귀 뀐 놈이 성낸다'이라는 속담을 딱 여기에 사용할 수 있지 않을까?


 전 세계의 비웃음을 산 12월에 발생한 땅콩 회항 사건으로 조사를 받는 대한항공 조현아 전 부사장의 사건은 잘못을 인정하지 못하는, 아니, 무엇을 잘못한 것인지도 아직 모르는 듯한 그들의 태도에 많은 사람이 화를 내고 있다. 조현아 전 부사장과 그녀의 일가는 언론 앞에서는 고개를 숙이는 듯한 태도를 보였지만, 뒤에서는 증거 인멸과 조작 등 조금도 진심으로 고개를 숙이지 않은 것이다.


 그리고 조현아 전 부사장의 모습은 마치 이 나라 대한민국의 대통령과 그 대통령을 지지하는 정당과 극우 세력의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저절로 눈살을 찌푸리게 된다. 정부의 위기 상황 때마다 늘 가지고 나오는 북한 색깔론은 너무 지겹다. 너무 지겨운데 극우 세력은 이를 과대 포장하면서 연말에 인기를 끈 허니버터칩처럼 사람들에게 판매하며 그 실적을 올리고 있다. 참, 기가 막힐 노릇이다.


ⓒ오마이뉴스


 2014년 12월에는 그런 식의 정부 이미지 판매 방식에 힘입어서 한 정당이 해체(해산)되는 사상 초유의 사태가 발생했다. 처음 있는 일은 아니다. 이승만 정부 시절과 박정희 전 대통령의 정부 시절, 즉, 독재 시절에 비슷한 일이 발생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조금씩 더 민주적으로 나아가야 할 현시점에서 과거 그 시절의 일이 다시 발생한 것은 모두가 한탄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이석기 내란 음모 사건부터 시작해서 통합진보당은 많은 일이 있었다. 특히, 통합진보당의 이정희는 과거 대통령 후보로 출마하여 토론 자리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다카키 마사오(박정희)'와 함께 비판하기도 했었는데, 많은 극우 세력이 이정희의 그 태도에 불만을 표출했다. 일부 사람들은 속이 시원하다고 말하기도 했지만, 이정희와 통합진보당은 그때부터 극우 세력에게는 '몹쓸 X'가 되어버렸다.


 그리고 여러 가지 꼬투리 잡기가 시작되면서 내란 음모 사건이 터졌고, 헌법재판소에 정당 해체 심사가 청구되었고, 마침내 정당 해체 결정이 이루어지고 만 것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통합 진보당이 해체된 것이 아니라 국회의원직을 모두 박탈당했다는 것에 있다. 국민이 뽑은 국회의원을 헌법재판소에서 박탈하는 일은 결코 있을 수 없는 일인데, 그런 일이 발생한 것은 처참한 결과다. (검찰은 국보법 운운하고 있다.)


 이 사건을 두고 해외 언론은 "부친 박정희와 유사한 야당 탄압.(뉴욕타임즈)", "정부가 국가 안보를 빌미로 야당 탄압(로이터)", "이승만 좌파 정당 해체 후 처음 있는 일(월스트리트)", "표현과 집회 결사의 자유에 대해 우려된다.(BBC)" 등의 심각한 반응을 내놓고 있다. 오직 우리나라의 기성 언론만 침묵하고 있다. 이미 표현의 자유가 제한되고, 언론이 권력에 손에서 놀아나니 무엇을 기대할 수 있을까?


ⓒ변호인


 크리스마스에 나는 IPTV를 통해 무료로 시청할 수 있는 영화 <변호인>을 보았었다. 지난해 극장에서 개봉했을 때에도 정말 가슴이 답답해지는 것을 느끼면서 보았었는데, 지금 보아도 변함이 없었다. 왜냐하면, 2013년의 모습이나 2014년의 모습이나 별 다를 게 없기 때문이다. 오히려 상황은 더 악화하여 극우 세력이 끔찍한 미소를 짓는 세상으로 나아가고 있다. 어찌 답답하지 않을 수 있을까?


 이명박 정부 시절 때에도 언론 탄압과 왜곡은 조금씩 강해지고 있었지만, 박근혜 정부가 들어서고 본격적으로 엑셀러레이터를 밟고 있다. 2013년 한 해는 여러 단체와 장소에서 시국선언을 하면서 박근혜 대통령의 불법 선거와 국정원 전면 조사와 개혁에 대한 요구가 빗발쳤었다. 그리고 2014년이 시작되면서 세월호 사고와 윤 일병 사고를 기반으로 썩은 관료 체계와 시스템 개혁 요구가 커졌다.


 그러나 언제나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는 것이 정치인의 모습인 것처럼, 이 모든 이야기는 선거철에만 잠시 이용이 되었을 뿐이었다. 한 나라의 대통령이 한다는 것이 거짓 눈물 퍼포먼스를 보여주면서 시민들을 상대로 '질소로 가득 찬 과자이지만, 여러분이 좋아하는 허니버터칩이에요! 맛있어요!' 하면서 광고를 하는 식이었고, 어리숙한 시민들은 큰 환호를 보내면서 지지했다. 그 결과가 2014년의 대한민국이다.


 영화 <변호인>의 대사 "국가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에게서 나온다!"이라는 말은 여전히 요원한 우리의 숙제다. 한국은 발전하는 시민의식을 비웃듯이 후진 기어를 넣고, 열심히 뒤로 달리고 있으니까. 무엇보다 시민의식이 발전하기보다 어려운 경제 상황 속에서 사람들은 나라에 대한 포기가 더 많아진 것 같다. '어쩔 수 없어. 대한민국이니까.'이라는 생각을 하는 사람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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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한 해 동안 우리나라 대한민국에는 최근 그 어느 때보다 극우 세력이 강하게 세력을 키웠다. 온라인에서 잉여 활동을 하는 것으로 그치던 일간베스트 저장소의 회원들이 오프라인으로 진출했고, 북을 향해 찌라시를 살포하는 자질구레한 세력을 비롯한 어버이 연합과 각종 극우 세력은 보이지 않는 세력의 힘을 등에 업고, 더 활개를 치면서 색깔론으로 나라를 물들였다.


 현재 일본에서 극우 세력을 중심으로 반한 시위를 주도하는 것처럼, 유럽에서 극우 세력을 중심으로 다시 한 번 더 인종 차별 문제가 발생하는 것처럼, 한국에서는 극우 세력을 중심으로 군국주의를 꿈꾸는 정부를 반대하는 세력을 종북으로 모는 행동을 거침없이 하고 있다. 더욱이 일부 언론도 정부에 붙어서 그런 일을 크게 보도하면서 대한민국이라는 이름의 나라 꼴이 정말 우습게 되어버렸다.


 나는 통합진보당을 좋아하지 않는다. 잘 알지도 못한다. 대통령 후보로 나선 이정희의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날카로운 지적이 통쾌했었고, 자주 북한 인권 운운하는 게 '그만 좀 해! 짜증 난다.'는 생각을 했을 뿐이다. 단지, 그것뿐인데도 내가 이런 글을 쓰는 이유는 통진당 해체 사건에 대한 박근혜 정부의 웃음이 대한민국 시민에게 던지는 '짐이 곧 국가다. 반항하지 마라.'이라고 말하는 듯한 메시지로 느껴졌기 때문이다.


 2014년 대한민국의 마지막은 다시 한 번 더 갑의 횡포에 사람들이 화를 내는 그런 모습을 보여주었지만, 진정한 슈퍼 갑(갑)에 해당하는 박근혜 정부의 횡포에는 그냥 그러려니 하고 있는 게 좀 그렇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이렇게 이야기하고, 소셜 네트워크를 통해 공유하는 것밖에 없지만, 그래도 조금이라도 이런 한국의 모습에 관심을 가졌으면 하는 마음이다. 통진당 해체 사건이 던진 메시지는 무관심이 초래할 두려움이니까.


 영화 <변호인>에는 송우석(송강호 역) 변호사가 박진우에게 "데모 따위로 바뀔 수 있을 만큼, 세상은 그렇게 말랑말랑하지 않아."이라고 말했을 때, 박진우(임시완 역)은 "바위는 죽었지만 계란은 살아 바위를 뛰어넘습니다." 하고 대답한다. 우리의 이 모든 행동이 계란으로 바위 치기다. 절대 바위를 깰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부딪히고, 부딪히다 보면, 살아서 바위를 넘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다음 세대에 색깔론으로 인생에 브레이크가 걸리지 않는, 그런 대한민국을 만들어 주기 위해서 우리는 어려워 보이는 정치와 사회 문제에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함께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야 한다. '이것이 최선인가? 더 나은 해결책은 없는가? 정부의 저런 행동을 가만히 두고 보아도 되는가?'는 고민을 통해 좀 더 사람 사는 세상을 만들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관심은 그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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