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걸 클라라 논란에서 본 무심코 던진 말의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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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라라 성희롱 논란, '사람의 말은 차가운 칼이 될 수도 있고, 따뜻한 손이 될 수도 있다.'


 우리는 언제나 타인과 대화를 주고받으면서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기도 하고, 때로는 감정이 격해져서 싸우기도 한다. 그리고 우리는 타인이 말하는 방식을 기준으로 그 사람의 인품을 평가하기도 한다. 아마 말 잘하는 사람이 다른 사람보다 훨씬 더 빨리 원하는 것을 성취하고, 언제나 인기가 있고, 언제나 사람들에게 호감을 사는 건 바로 거기에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언제나 '말 잘하는 기술'을 터득하기 위해서 노력하는데, 이 과정에서 우리가 종종 놓치는 것이 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말에는 단지 기술이 뛰어난 것이 아니라 진심이 담겨있다는 사실이다. 아무리 청산유수 같은 말을 하더라도 말에 진심이 담겨있지 않다면,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지 못한다. 아무리 화려해도 그저 공허한 울림이 되고 만다. (기술만 뛰어난 건 사기꾼이다.)


 그런 공허한 울림으로 끝나는 말이 되지 않기 위해서는 항상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하고 행동하는 역지사지의 자세를 갖는 것이 필요하다. 오직 나에게만 집중하고 내 생각만 말한다면 사랑에서도 일에서도 승리할 수 없다. 말을 잘한다는 것은 화려한 말솜씨가 아니라 진심이 담긴 말, 상대방이 가장 듣고 싶어하는 말을 하는 것이다.


<도덕경>에 '지자불언 언자부지'라는 구절이 있다. '아는 사람은 말하지 않고 말하는 사람은 알지 못한다'라는 뜻이다. 지혜롭고 지식이 많은 사람은 오히려 말이 없고, 어리석은 사람은 자신을 과시하고 싶은 마음에 하루 종일 떠들고 다닌다. 한 마디로 빈 수레가 요란한 법이다. 인격적으로 완성된 사람은 자신을 과시하지 않아도 그 인격이 저절로 언행에서 풍겨 나온다. '말이 곧 그 사람을 말해준다'는 말이 결코 과장이 아니다. (_말공부 p80) 


 그리고 또 한 가지 집중해야 할 점은 아무리 중요한 사람과 말을 할 때 조심을 하더라도 우리는 의도치 않게 무심코 내뱉은 말이 화를 부를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저 평범한 삶을 사는 우리도 친구와 가족, 연인 사이에서 무심코 나온 말에 큰 갈등을 겪는데, 어떤 공식적인 자리에 있는 사람이 무심코 던진 가벼운 말에는 쉽게 무게를 잴 수 없는 무게가 있다.


 우리 사회에서는 그 무게를 생각하지 못한 발언과 행동 때문에 큰 문제가 발생하고는 한다. 가장 대표적인 사건이 지난주에 실시간 검색어를 자리 잡고 있던 '대한항공 부사장 갑의 횡포' 사건을 예로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갑의 버럭 한 번에 회항을 한 땅콩 회항 사건은 아마 두고두고 국내외에서 조롱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일이 되어버렸다. (어휴.)


대한항공 회항 사건, ⓒjtbc


 그리고 지난주에는 대한항공 부사장의 횡포만이 아니라 다른 곳에서도 공식 석상에서 나온 어떤 말 때문에 곤욕을 치른 인물이 있었는데, 그 인물은 아는 사람은 다 아는 '클라라'이다. 지난 12월 10일에 클라라가 갑자기 실시간 검색어에 올라와서 나는 우연히 기사 몇 개를 블로그를 통해 읽어보게 되었는데, 기사를 읽은 후에 '정말 말은 조심해야 하는 거구나.'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는 기사였다.


 내용은 이렇다. 클라라는 이번에 첫 장편 영화를 촬영하게 되었는데, 그 영화는 <워킹걸>이라는 19세 이상의 내용을 다룬 영화라고 한다. 제작 보고회에서 정범식 감독은 클라라가 연기를 위해 성인 용품을 빌려 신음 소리를 녹음해 왔다는 에피소드를 전했는데, 갑작스럽게 나온 이 에피소드는 옆에 앉아 있던 클라라가 크게 얼굴을 붉히면서 어쩔 줄 모르는 리액션을 취하게 하였다.


 이것이 사람들에게 알려지면서 '의도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사전에 의견 없이 사람에게 수치심을 줄 수 있는 말을 하는 건 너무했다.'이라는 비판이 곳곳에서 올라왔다. 뭐, 일부 사람은 '클라라는 노출로 떠서 먹고 사는 인물인데 그 정도야 뭐가 대수인가?' 하기도 하는데, 그건 옳지 못한 생각이라고 생각한다. 공개 자리에서 그런 말이 나왔을 때 얼마나 클라라가 힘들었을까? 


클라라, ⓒ노컷뉴스


 우리는 클라라의 이번 사건에 대해서는 안타까움을 느껴야 한다. 정범식 감독은 클라라의 노력에 대해 "자세히 말할 수 없지만, 클라라는 정말 열심히 노력했다. 영화에서 그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이라고 말하는 편이 옳은 처사였다. 비록 정범식 감독이 의도적으로 성인 용품을 빌려 간 이야기를 한 것은 아니겠지만, 두 번은 더 생각하고 말해야 했다고 생각한다. (이후에 사과했지만, 엎질러진 물이었다.)


글은 고칠 수 있으니 한 번 입 밖으로 나온 말은 돌이킬 수 없다. 잘 말하는 게 대수가 아니다. 언사(언사)가 화려할수록 결과를 예측하기 쉽지 않은 법이다. 말 한마디로 천 냥 손해를 입지 않으려면, 신중하게 헤아린 뒤 말을 내뱉어야 한다. '삼사일언(삼사일언)'이라는 글귀가 문득 생각난다. 모름지기 사람은 세 번 생각한 다음 한 번 말하면 큰 화를 면할 수 있다. (언품_페이지 129)


 클라라는 <워킹걸>이 첫 장편 영화라 정말 열심히 노력했다고 말했다. 아마 정범식 감독이 말한 그 일도 좀 더 연기의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서 노력한 일 중 하나일 것이다. 그런 노력이 영화를 통해 인정받고, 칭찬받는 것은 좋은 일이다. 하지만 저렇게 남한테 말하기 어려운 이야기를 공개 석상에서 남의 입을 통해서 알려지게 되는 건 얼굴이 불거지는 일이 될 수밖에 없었다.



 이번 클라라 사건을 통해 나는 다시 한 번 더 '무심코 던진 말'이 가지는 중요성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다. 비록 내가 상대방을 미워해서 하는 말이 아니더라도, 상대방에게 상처를 줄 수 있는 건 말이 가진 무서움이다. 우리는 언제나 화려하게 말의 기교를 늘리기 위해 노력하지만,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다. 말에는 상대방에 대한 존중과 배려가 담겨야 마음을 움직이는 말이 된다.


 가령 지도자 자리에 있는 사람이 아랫사람을 향해 함부로 말하는 것은 '리더의 자질'을 의심할 수밖에 없는 일로 말할 수 있다. 책 <언품>에는 "중요한 건 말 속에 담아내는 진심이다. 진심은 곧 본질이다. 본질은 다른 것과 잘 섞이지 않는다.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이라는 말이 있다. 딱 그 말대로 사람의 말에는 언제나 그 사람의 진심(본질)이 묻어 나온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또, <언품>에는 "리더가 자신의 안위만 챙긴다면, 그러니까 직접 행동하지 않고 뒤에서 관전하는 태도로만 일관한다면 조직원의 신뢰를 얻기 어렵다. 당연히 조직력은 약해진다. 이런 성향의 지도자는 리더가 아니라 지배자에 불과하다."이라는 말도 있다. 마치 우리나라에서 갑(甲) 행세를 하는 중요한 요직에 앉아있는 사람들을 날카롭게 지적하는 말이라고 생각하지 않는가? (어느 대통령을.)


 우리가 인생을 살다 보면 말로 사람을 얻을 때도 있지만, 말로 사람을 잃을 때도 있다. 말로 사기를 당해 잃어버릴 때도 있고, 말로 천 냥 빚을 갚을 때도 있다. 한 사람의 말은 그 사람의 인품과 본질을 보여준다. 말을 길게 하기보다 짧은 말이라도 진심과 배려를 담긴 말을 할 수 있도록 하자. 그게 말 공부를 하는 첫 단계이고, 말을 통해 나의 품격을 높이는 가장 현명한 방법이다.


"사람의 속마음은 쉽고 짧은 표현에 묻어나는 경우가 많다. 인생사 모든 게 그렇지만, 중요한 건 늘 진실과 진심이다."

(p132_언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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