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인 내가 집을 사려면 얼마나 걸릴까?
- 시사/사회와 정치
- 2014. 11. 28. 07:30
폭탄 돌리기가 되어버린 부동산 시장에서 20대는 언제 내 집을 마련할 수 있을까?
다사다난했던 2014년도 벌써 마지막 12월 한 달만을 남겨두고 있다. 이번 12월이 지나게 되면, 나는 한 살을 더 먹게 되면서 완벽히 20대 중반이 되어버린다. 여태껏 10대의 어린 순수한 마음으로 살아왔다고 자부하지만, 역시 내 나이가 20대 중반에 이르게 되니 여러 가지 걱정을 하게 된다. 아마 나만 아니라 20대 중반에 접어든 사람들은 비슷한 걱정을 하고 있지 않을까?
일단 제일 많은 사람이 하는 취업 걱정은 잠시 제쳐놓도록 하자. 대학교에 다니는 20대와 졸업을 앞둔 20대가 고민하는 것 중 가장 평범한 고민이 취업 걱정이니까. 하지만 20대에 취업 걱정 이외에도 해야 하는 걱정 여러 가지가 있다. 오늘 나는 그 걱정 중 하나인 '앞으로 거의 무조건 직면하게 될' 또 하나의 고민에 대해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그것은 바로 '내 집 마련'에 대한 고민이다. 조금 생뚱맞은 고민일지도 모르겠지만, 20대에 하는 고민 중 여러 고민 중 '취업 걱정'을 제외하면 가장 큰 고민이 바로 '내 집'에 대한 고민이 아닐까 싶다. 우리는 어릴 때 '내 방'을 필요했었고, 이제 우리는 나이를 먹으면서 '내 집'이 필요하게 되었다. 내 집은 독립하기 위해서도 필요하고, 장차 결혼하기 위해서도 필요하다.
그러나 물가가 장난 아니게 비싼 우리나라에서 '내 집'을 마련하는 일은 우리에게 아득히 머나먼 꿈과 같은 일이다. 수도권만 아니라 지방에서도 부동산 가격은 이미 천정부지로 올라 보통의 돈으로는 집을 마련하는 게 어려워졌다. 더욱이 폭탄 돌리기가 되어버린 부동산 시장에서 저당권이 잡히지 않은 안전한 내 집을 마련하는 일은 하늘에서 별 따기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동아일보
왜 안전한 부동산이 줄었을까? 내가 부동산 전문가가 아니라 이에 대해 명료하게 이야기할 수는 없겠지만, 나는 딱 한 가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그 이유는 과거 부동산 호황기에 부동산으로 재미를 본 사람들이 무리하게 부동산 시장에 투자하면서- 가격이 내려간 시점에서도 부동산 처분을 하지 않은 채, 무리하게 빚까지 내가면서 부동산을 소유한 것이 이유이지 않을까?
부동산을 소유한 사람들이 이렇게 집요하게 점차 부동산 가격을 내리기 위한 정책에 반대하고, 어떻게 해서라도 부동산 가격을 받쳐주는 정책을 고집하는 이유도 거기에 있다고 생각한다. 빚을 내면서 소유한 부동산의 원가와 투자금을 회수하기 위해서는 부동산 가격이 절대 내려가서는 안 되니까. 그러니 가격은 투자금이 추가되면서 점점 높아지고, 구매할 수 있는 사람은 자취를 감추어버렸다.
사람들이 매매보다 전세 혹은 월세를 원하는 이유는 이미 수요 시장에서는 '매매를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이 찾아보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부동산을 계속 소유하고 있자니 부담이 되고, 하는 수 없이 전세 혹은 월세로 수익을 올리는 것으로 방향을 틀 수밖에 없다. 소유자도 돈이 있어야 생활을 하기에 높은 전세를 받아 그것으로 생활하는 데에 사용한다.
만약 그 전세금으로 부동산에 잡혀 있는 빚을 처분하는 데에 사용하면서 점차 플러스적인 부분을 만들 수 있었다면 부동산 시장이 지금처럼 얼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어떤 사람은 부동산으로 재미를 본 옛 시절을 떠올리면서 전세금으로 무리한 투자를 하기도 한다. 그런 식으로 저당이 잡힌 부동산이 늘어나면서 폭탄 돌리기가 발생했고, 괴물 전월세가 발생하게 된 것이다.
김해 야경, ⓒ노지
위에서 볼 수 있는 아파트 이미지는 내가 사는 김해에서 최근에 들어선 아파트의 이미지이다. 이 아파트는 이미 초기 가격부터 2억이 넘는 가격으로 형성되어버렸는데, 서울 부동산에 비하면 낮은 가격이겠지만, 지방에서도 대체로 이런 가격에 아파트 값이 형성되면서 '내 집 마련'을 꿈꾸는 가계에는 큰 부담이 되고 있다. 도대체 연 얼마를 벌어야 내 집을 살 수 있을까?
20대 중반에 이른 나는 '내 집 마련'에 대해 고민하면서 그것을 한 번 계산해보기로 했다. 만약 내가 한 달에 약 150만 원을 번다면, 1년에 1,800만 원 정도의 수익밖에 거두지 못한다. 여기서 생활비를 빼고 적금을 넣는 형식으로 모은다면, 아마 1,000만 원을 모으는 것도 간당간당할 것으로 생각한다. 이렇게 모으기 시작하면, 2억을 모으기까지는 20년이라는 시간이 걸린다.
20살에 바로 돈을 모으기 시작해서 40살이 되어야 2억이 모이는 거다. 정말 말도 안 되는 모습이다. 5년 혹은 7년을 두고 내 집 마련 자금을 모으기 위해서는 연 4,000만 원 이상의 수익이 필요하다. 매달 400만 원 정도의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건 직장인으로서 힘든 일이다. 개인 사업을 통해 어느 정도 매출이 증가하는 추세로 들어가야만 그 정도의 이익을 얻을 수 있다.
한 번 생각해보자. 이제 막 대학교를 졸업하고, 군대를 전역한 20대 대학생 남학생이 그 정도의 돈을 벌기 위해서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투 잡을 뛰더라도 어려운 금액일 수밖에 없다. 만약 대출을 받아서 돈을 마련한다고 하더라도 전체적으로는 이자를 갚느라 오히려 부담이 더 늘어나 '내 집'을 마련하더라도 언제 쫓겨날지 모르는 그런 불안한 내 집이 되어버릴 수가 있다.
로또 복권, ⓒ노지
이런 내게 유일하게 기대할 수 있는 건 '로또 복권' 같은 말도 안 되는 천운을 바라는 수밖에 없다. 로또 2등으로도 안 된다. 적어도 로또 1등에 당첨이 되어 10억 정도의 금액을 탈 수 있어야 안전한 '내 집'을 마련할 수 있고, 남는 돈으로 학자금으로 쌓인 빚을 청산하는 것으로부터 시작해 필요한 가구와 생활비를 마련할 수 있다. 참, 이렇게 글을 쓰다 보니 그냥 쓴웃음밖에 나오지 않는다.
부자 부모를 가진 사람은 필요한 시기가 되면, 부모가 몇억을 흔쾌히 사용하며 자녀의 집을 사주기도 한다. 마치 드라마에서 나오는 그런 대부호가 아니더라도 중산층 이상의 자본을 소유한 세대에서는 그런 일이 가능하다. 이런 일이 가능한 집이 있는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나는 그런 경우에 해당하지 않는다. 아마 대체로 많은 20대가 그렇지 않을까?
내 집을 마련하기 위해서는 적어도 1억 이상의 자산은 필요하다. 그 1억을 모으기 위해서 얼마나 더 많은 시간을 투자해야 할까? 투 잡, 쓰리 잡을 뛰면서 돈을 모으면서 최소한의 생활비로 생활하고, 조금의 낭비도 하지 않은 채, 그저 모으는 수밖에 없다. 그래서 20대 사이에서 이 기간이 더 줄어들 수 있는 '대기업 취직'이 가장 대표적인 취업의 목표가 되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우리는 대기업만 바라보는 20대를 욕할 수 없다. 우리나라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그런 선택지밖에 없으니까. 부자 부모를 만나지 못했다면, 자신이 부자가 되는 수밖에 없다. 창업을 통해서 성공하는 방향도 있겠지만, 스타트업에 대한 지지기반이 약한 우리나라에서는 힘들다. 대기업의 자본과 싸우기 위해서는 획기적인 아이템이 필요하지만, 그게 가능한 사람이 얼마나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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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20살을 시작했을 때의 작은 꿈은 '30살 이전에 내 집을 마련하기'였다. 하지만 벌써 20대 중반에 이르렀음에도 나는 그 자본의 반도 모으지 못했다. 그리고 이제야 겨우 조금씩 돈을 모으면서 주택 청약 통장까지 만들어 돈을 넣고 있는 시점이다. 이런 내가 30살에 이르기 전에 내 집을 마련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는 앞에서 말한 '로또 복권 1등에 당첨되는 일'밖에 없지 않을까?
요즘은 서울만이 아니라 지방의 역세권에서도 전세가 매매 가격을 역전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부원역 푸르지오만 하더라도 매매가 되는 부동산은 겨우 1채가 나와 2억 1천에 거래가 되었지만, 전세로 나온 부동산은 2억 2천이 전세금으로 책정되어 있었다. 정말 말도 안 되는 이런 괴물 전세를 보면서 '우리 서민은 집을 마련할 수가 없구나.'라는 씁쓸함이 들었다.
2014년이 지나고, 2015년이 되면 정말 20대 중반의 시기이다. 부원역에 새로 생기는 'e편한세상을 보면서 엄마와 나는 '우리가 저 아파트가 지어질 때까지 돈을 모을 수 있을까?'는 말을 하면서 심각해지기도 하지만, 나와 엄마는 '우리가 집을 살 수 있는 방법은 복권에 당첨되는 방법밖에 없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열심히 살고 있지만, 방법이 복권뿐이라는 사실이 참 기가 막힌다.
가진 빚을 다 청산하고, 플러스는 아니더라도 0에서 시작할 수 있는 그런 생활이 언제 가능해질 수 있을까? 가을이 깊어가는 11월 28일. 나는 그런 생각을 해본다. 내 꿈을 위해서 돈은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지만, 그럼에도 돈은 현실적 문제로 연결되기에 꿈을 좇는 이 와중에도 발이 걸린다. 어휴.
오늘도 열심히 살고 있을 모든 대한민국의 20대에를 응원한다. "아자! 아자!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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