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동네는 외면하고, 밤하늘의 달만 보는 바보 정부

옆에 있는 소외된 사람을 외면한 채, 달만 쳐다보는 바보 같은 나라

"자기야, 나 사랑해?"

"응, 그럼 당연히 사랑하지."

"얼마만큼?"

"저 밤하늘에 수 놓인 별들의 수만큼."

"그럼 저 달도 따 줄 수 있어?"

"물론이지!"

 위에서 읽을 수 있는 대화는 과거 연애 소설과 드라마에서 종종 볼 수 있었던 대화다. 사랑하는 연인끼리 서로의 사랑을 표현하기 위해서 '과장법'을 사용해서 감정을 표현하고,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을 표현하면서 서로에 대한 사랑을 표현하는 대화다. 우리는 이 대화에서 단지 순수함과 낭만을 엿볼 수 있는 문학적인 요소만이 아니라 좀 더 현실적인 요소를 찾아볼 필요가 있다.

 "저 달도 따 줄 수 있어?"이라는 질문에 "물론이지!"이라는 대답은 명백한 사기죄로 판단할 수 있다. 저렇게 "물론이지!"이라며 당당히 할 수 있다고 구두 약속을 하는 것만으로도 계약이 성립되기 때문이다. 이 계약에 따른 신의성실의 원칙을 어기는 건 명백한 계약 위반이고, 애초에 이행이 불가능한 계약이기에 사기죄일 수밖에 없다. 문학은 낭만이지만, 현실은 시궁창인 거다.

개기월식 사진, ⓒ노지

 갑작스럽게 내가 이런 말을 한 이유는 지금 저 대화에서 볼 수 있는 모습이 지금 우리나라에서 볼 수 있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에 시민들에게 마치 달이라도 따줄 수 있는 것처럼 많은 공약을 내세웠고, 현실성이 없다는 문재인 후보의 비판에 "그러니까 제가 대통령이 되면 한다니까요!"이라고 반박하며 증세 없는 복지를 약속하며 대통령으로 당선되었다.

 그러나 박근혜 대통령은 명백히 그 약속을 어기고 있다. 아니, 어기고 있다고 말하기보다 아예 하나도 지키지 않고 있다고 말하는 게 더 옳은 표현일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부자들의 돈을 지켜주기 위해 증세 없는 복지를 하겠다고 하더니 서민 증세를 시행해 세금을 거두기 시작했고, 그녀가 약속했던 여러 복지 정책은 후퇴를 거듭하며 이루어지고 있던 복지 정책도 폐지 위기에 처했다.

 상황이 이 지경으로 악화하고 있음에도 박근혜 대통령은 여전히 허언만 주야장천 떠들고 있다. 그녀는 달 탐사에 410억 원의 예산을 투자하려는 모습을 보이면서 무리한 투자를 하려고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 예산으로 지금 위기에 처해 있는 무상급식과 무상보육을 지원할 수 있는 예산으로 편성하게 되면, 지금 말이 많은 복지 정책을 지킬 수 있는데, 그것을 하려고 하지 않은 채 말이다!

박근혜 풍자, ⓒ구글 검색

 대통령 후보 시절의 박근혜 대통령이 한 허언에 속은 한국의 시민들은 그냥 멍청한 바보가 되어 버리고 말았다. 과거 이명박 정부 시절에 이명박 대통령은 '로봇 물고기 사업'과 '4대강 사업'으로 자연 생태계를 회복함과 동시에 많은 경제 성장을 할 수 있다고 호언장담했지만, 시간이 흐르고 보니 로봇 물고기는 불량품이었고, 4대강 사업은 4대강 생태계를 엉망으로 파괴해놓았다.

 이게 우리 한국의 현실이다. "그럼 저 달도 따 줄 수 있어?" / "물론이지." 그런 대사는 문학 작품 내에서나 낭만적으로 보이는 대사다. 그런데 현실성이 없는 그런 대사를 현실의 정치판에서 해버렸고, 어리숙한 시민들은 그 말에 속아 넘어가 대통령으로 뽑아주었다. 그랬더니 달도 따 주겠다는 그 사람은 강하게 뒤통수를 치며 "속았지? 어떻게 달을 따니?"이라며 당당해 한다.

 결혼 사기꾼이 이만큼의 일을 벌였다면, 얼마나 강한 처벌을 받을 수 있는 걸까? 박근혜 대통령을 지지하는 세력은 박근혜 대통령을 가리켜 '국가와 결혼했다.'이라며 우상화를 시키고 있는데, 그런 말을 인정하려고 한다면 당연히 그 책임도 인정할 줄 알아야 한다. 국가와 결혼하기는 했는데, 사기로 국가와 결혼을 했으니 당연히 사기 결혼이고, 그 결혼은 무효가 될 수밖에 없다. 그렇지 않은가?

 박근혜 대통령의 행보는 많은 두려움을 남기고 있다. 서민 증세는 늘어나 살기 힘들어지고, 부자들의 영역 확장을 위한 규제 완화는 이루어지고, 갑과 을의 관계는 골이 깊어지고, 국정원의 불법 개인 사찰이 기업의 불법 개인 사찰로 이어지고, 달동네에 거주하는 약자를 위한 정책이 아니라 밤하늘의 달을 따기 위한 예산 편성으로 소외된 시민들이 추운 겨울을 더 구슬프게 맞이하게 하고 있다.

 이게 현실이다. 가계 부채가 늘어나고 있는 현실 속에서 정부가 추진하는 서민 구제대책은 '돈을 더 쉽게 빌릴 수 있도록 해줄 테니, 빚을 더 내서 살라'고 말하는 정책이다. 문제의 본질은 외면한 채, 자신 임기 기간 동안 화려해 보이는 결과를 만들려고만 하는 모습에 우리는 분노해야 한다. 약속한 반값 등록금과 복지 정책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강하게 건의해야 한다.

신용대출 대학생, ⓒ뉴스룸

 시민이 정치에 무관심하면, 정치는 산으로 가는 법이다. 그런데 지금 정치는 산이 아니라 달로 가고 있다. '국가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헌법으로 명시되어 있지만, 표현의 자유성을 제약하며 "표현의 자유성이 지나치다."고 말하는 정부는 그것을 부정하려고 한다. 잘못을 감추기 위해, 거짓말이 들통 나지 않기 위해 오늘도 거짓말을 하고 있다.

 국민이 세금을 낼 의무가 있다면, 국민은 그 세금으로 복지 혜택을 받을 권리가 있다. 계약이라는 건 본디 서로의 이해관계가 상충해서 이루어지는 거다. 만약 한쪽이 일방적으로 그 이해관계를 위배한다면, 그건 계약이 성립되지 못했다고 보아야 한다. 아니, 그 이전에 거짓말이었다면, 그건 명백히 사기죄에 해당한다. 과연 박근혜 대통령과 정부는 이 잘못을 언제쯤 바로 잡을 수 있을까?

 옆에 있는 약자의 목소리를 외면한 채, 약자의 모습을 돌아보지도 않은 채, 내부의 썩어가는 모습은 모른 채, 시민의 울분이 섞인 밤하늘에 떠 있는 달을 쳐다보며 "저 달을 따는 데에 필요한 돈을 어떻게 뜯어낼까?"는 궁리만 하는 정부와 대통령은 우리와 약속(계약)했던 정부와 대통령이 아니다. 나는 그런 약속(계약)을 하지 않았다. 혹시 이 글을 읽는 사람 중 그런 약속을 했던 사람이 있을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