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반성문(사과문) 하나로 용서해주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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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성문(사과문) 한 장으로 용서가 될 만큼, 세상은 호락호락하지 않다.


 어릴 적에 우리가 어떤 잘못을 저질렀을 때, 우리는 어른으로부터 '반성문'을 작성해서 제출할 것을 곧잘 요구받고는 했다. 특히 이런 반성문은 시도 때도 없이 나올 때가 있었는데, 반이 시끄러운 것을 트집 잡아 반 전체 애들에게 반성문을 작성할 것을 요구할 정도로 이 '반성문'이라는 건 체벌 이외에 다른 방식으로 아이를 처벌하는 방식이었다.


 반성문을 쓰는 의미는 반성문을 쓰면서 내가 무엇을 잘못했는지 뉘우치고, 다시는 그런 일을 반복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다. 그런데 이 반성문이 솔직히 그 의미를 제대로 가지는지는 의문이다. 그냥 몇 장의 반성문을 빽빽하게 쓰라고 하면서 형식적으로 '깜지'이라고 불리는 그런 종이를 만들어서 제출하게 되면, 그것으로 그냥 끝나버리기 때문이다.


 반성문을 쓰도록 지시한 선생님이나 부모님은 "다음부터 그러지 마라."하고 넘어간다. 이런 형식의 훈계는 정말 멋 모르는 어릴 적에는 이런 반성문이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지만, 좀 더 나이를 먹은 청소년이나 대학생을 비롯한 성인에게는 전혀 효과가 없다. 그냥 '이 순간만 넘기면 끝.'이라는 생각에 되지도 않는 말을 덧붙이며 진심이 담기지 않은 반성문을 써버리니까.


ⓒ인권으뜸


 우리가 사는 사회에서는 이 반성문의 모습을 흔히 볼 수 있다. 단순히 '반성문'이라는 이름의 글이 아니라 국회의원이나 연예인, 방송국 등에서 종종 게시하는 '사과문'이라는 글이 바로 그런 글이다. '내가 무엇을 잘못했으니 용서해달라. 다음부터는 조심하겠다'이라는 취지가 담긴 그런 사과문은 유명인이나 기업이 잘못했을 때, 항상 제일 먼저 하는 형식적인 사과 중 하나다.


 그러나 과연 그런 사과문에 얼마나 진심이 담겨 있을까? 정말 마음속으로부터 피해를 본 사람들에게 미안한 마음에 그런 사과문을 작성한 사람은 얼마나 될까? 혹시 "에이쒸, 다른 사람은 멀쩡한데, 괜히 나만 또 걸렸네. 야, 비서한테 시켜서 사과문 하나 작성해서 발표하라고 해."이라는 말로 명령해서 만들어진 사과문이 아닐까? 난 그런 의심을 종종 하고는 한다.


 물론, 나도 내가 세상을 너무 삐딱하게 보고 있다는 것을 잘 안다. (나를 욕해도 상관없다.) 그러나 한 번 생각해보자. 사과문이나 반성문이라는 건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는 글인 동시에 사람들에게 용서를 구하는 글이다. 그런 용서를 구하는 태도에서 진심이 없는 모습을 우리는 주변에서 너무 쉽게 볼 수 있지 않은가? '잘못했다.'고 하더니 딱 위기의 순간만 벗어나면 180도 태도를 바꾸는 모습을.


 대표적으로 그런 인물이 누가 있을까? 가장 대표적인 부류는 정치인이다. 그들은 "모든 사고의 책임은 제게 있습니다. 성역 없이 엄중히 수사하겠습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바꾸겠습니다. 도와주세요.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잘못했습니다. 다시 한 번 기회를 주십시오." 등의 말을 했지만, 딱 자신이 필요한 시기가 지나자 바로 태도를 돌변해서 "뭐야? 가만히 있어!"라며 폭력을 행사한다.


ⓒ오마이뉴스


 그런데 웃긴 건, 수차례 이런 일이 반복되고 있음에도 대한민국의 시민은 여전히 그들을 지지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들의 편을 들어주면서 "너라도 안 그럴 것 같아?", "이 정도 했으면 됐지. 뭘 더해?" 같은 말을 하면서 아무것도 진전된 것이 없음에도 마치 큰 진보가 있었던 것처럼 말한다. 그러니까 우리 대한민국은 늘 끄트머리에서 발전와 개선을 하지 못하는 거다.


 이런 모습은 정치인만이 아니라 연예인과 기업에서도 쉽게 볼 수 있다. 지금 가장 뜨거운 감자가 되어 있는 건 바로 MC몽을 비롯한 여러 연예인의 복귀와 '비정상회담'의 기미가요 논란이 아닐까 싶다. 역시 이 분야에서도 반반으로 의견이 나뉘어 지지하는 사람과 비난하는 사람이 있는데, 개인적으로 이 부분에 대해서는 솔직히 뭐라고 말해야 할지 모르겠다.


 난 조금도 반성할 줄 모르고, 매번 도박이나 다른 잘못을 반복하면서 '사과문'을 발표하고 잠시 쉬다가 다시 활동할 준비를 하는 빌어먹을 연예인은 응원할 마음이 없다. 하지만 정말 마음으로 아파하면서 용서를 구하고, 자숙하면서 오랜 시간 동안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자 노력하는 연예인은 그 재기를 응원해주고 싶다. 사람에게는 두 번의 기회가 있어야 마땅하니까.


 그 두 번째의 기회에서 그들이 또 한 번 실수를 저지르게 된다면, 그건 용서를 구하는 사람의 태도라고 인정할 수 없다. 다시는 그 분야에 발을 들여놓지 않는 게 정답이다. 그건 '실수'가 아니라 '그 사람의 인성이 어쩔 수 없는 것'이기에 이미 더 나은 개선을 기대할 수 없으니까. 그런 사람은 겉만 아니라 속도 썩어있을 확률이 높아 지지해주고 싶은 마음도 생기지 않는다.



 우리가 사는 세상이 이렇게 엉망진창으로 돌아가다 보니 그 밑에서 배우는 청소년도 똑같이 배운다. 어떤 잘못을 저질렀다가 사람들에게 걸리면, "죄송합니다."이라는 형식적인 말만 들어간 가식적인 반성문을 한 장 써서 올린다. 그럼에도 사람들이 계속 비판을 하면, "아, ○발. 반성문 써서 올렸잖아? 뭘 더 해야 해?"하며 오히려 적반하장으로 화를 낸다.


 이건 절대 용서를 구하는 사람의 태도도 아니고, 진심으로 반성하는 모습도 보여주지 않는다고 해석할 수 있다. 얼마 전에 페이스북을 통해서 퍼졌던 택시 요금을 내지 않고 도망친 양아치 청소년이 그런 모습을 보여주었다고 하는데, 이미 이런 모습은 우리 사회에서 너무 흔한 모습이라 기가 막히지도 않는다. 그저 '또 제대로 사람이 되지 못한 사람을 알게 되었군'이라는 느낌밖에 없다


 '용서'라는 건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한 잘못을 인정하고, 진심으로 사과하는 것이 아니다. 피해자가 그 사과를 받아줘야 비로소 '용서'가 되는 것이다. 그런데 많은 사람이 착각한다. 피해자의 마음은 생각하지도 않고, 내가 사과를 했으니 끝이라고 생각하거나 반성문 혹은 사과문 한 장을 썼다고 해서 해결이 되었다고 착각한다. 그건 용서도, 사과도 아닌, 그냥 가해자의 일방적인 폭력인데….


 진심으로 내 행동이 잘못되었다고 생각한다면, 진심으로 피해자에게 사과하고 싶다면, 진심으로 다시는 그런 일이 없으리라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면...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 두 번 다시 그런 잘못 없이 더 똑바로 살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사과했으면 됐지, 뭘 더 바래?"라며 화를 내는 게 아니라.


 나는 이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정말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고, 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는 나라가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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