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사고가 반복되어도 여전히 안전불감증인 나라
- 시사/사회와 정치
- 2014. 10. 29. 07:30
안전사고 이후 원인 규명과 사후 대책 논의보다 단지 책임 공방만 벌이는 나라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우리나라는 '안전불감증의 나라'이라는 이름표를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세월호 사고 이후 우리나라는 이 안전불감증을 해소하고자 안전대책에 대한 필요성이 대두하였고, 사람들은 정부가 민간 기업의 비리를 눈감아준 것에 대해 크게 분노했다. 세월호 사고도 정부 산하기관이 제대로 조사를 했더라면 일어나지 않을 수 있었던 사건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세월호 사고 이후 많은 시간이 흘렀음에도 우리나라는 여전히 제자리걸음을 하고 있다. 얼마 전에 일어난 판교 옥외 공원 환풍구 추락사고도 그 대표적인 예 중 하나다. 이 사건은 단순히 행사 주최 측의 과실만이 아니라 우리나라 시민 개개인이 가지고 있는 안전불감증이 여전하다는 모습을 보여준 사건이기도 했다. '설마'하는 생각이 '재앙'으로 번진 사건이었으니까.
아마 현재 이 글을 읽는 사람 중에서도 지금 우리가 평범히 걸어 다니는 육교를 비롯한 다리와 아스팔트 도로가 갑자기 땅 밑으로 꺼지는 일이 생길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하지 않을 거다. 하지만 '싱크홀' 사고 이후 우리는 그런 걱정을 가슴 한편에 새길 수밖에 없게 되었고, 성수대교 이후 우리나라는 여러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했지만, 부실 공사는 여전히 현재진행형이었다.
판교 옥외 공원 환풍구 추락사고 이후 'JTBC 뉴스룸'에서는 우리가 일상에서 이용하는 대교를 비롯한 시설들의 안전성을 점검해 보도하기도 했었다. 그런데 뉴스 보도를 통해 우리가 볼 수 있었던 사실은 '안전하다'가 아니라 '안전하지 않다'는 사실이었다. 보수 공사가 필요함에도 방치되고 있거나 애초 공사부터 건설사의 비리가 의심되는 부분도 있었다.
안전 제일은 바닥에, ⓒ노지
우리나라의 상황은 지금도 전혀 개선되지 않은 채, 여전히 이런 상황만 지속하고 있다.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수정된 안전대책이 강구되고, 안전불감증에 걸린 기업과 정부 기관에 대한 감사가 필요한 시점에서 그런 과정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 거다. 여기에는 큰 이유가 없다. 그냥 정부 측에서는 서로 책임공방만 벌이면서 '진상규명'을 하려고 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한, 시민들도 크게 이런 진상 규명에 대한 관심을 크게 가지고 있지 않은 것도 이유 중 하나다. 사고가 발생해서 언론에 보도될 때 시민들은 '위험하잖아! 도대체 왜 안전성을 더 추가하지 않는 거야?' 같은 반응을 하지만, 조금만 시간이 흘러도 시민들은 이런 기사에 대해 시큰둥한 반응을 내놓는다. 자극적인 뉴스에 중독된 시민들은 연예인 스캔이 터지면, 바로 거기로 몰려 가버리니까.
대구 지하철 방화 참사 사건을 많은 사람이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그 사건은 세월호 사고만큼 많은 사상자를 낸 안전불감증 대한민국을 대표할 수 있는 하나의 사건이었다. 그 사고 당시에 많은 사람이 연기 질식사로 사망하거나 큰 피해를 당하였었는데, 이는 '뭐야? 무슨 일이야? 설마 심각한 건 아니겠지?' 하면서 심각한 위기 상황을 똑바로 받아들이지 못한 것에 있었다. 그만큼 둔감했다는 거다.
지하철 참사 사고 이후 많은 시간이 지나고 발생한 세월호 사고도 마찬가지였다. '도대체 무슨 일이야? 설마 가라앉거나 우리가 죽는 거야?' 같은 생각을 할 정도로 심각한 위기 상황을 똑바로 직면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세월호 청해진 해운 측은 '설마 배가 가라앉겠느냐?'는 생각을 하지 못했고, 그 기업의 비리를 눈감아준 정부기관은 '설마 무슨 일이 있겠어?'라는 생각을 했던 거다.
그리고 한 사람, 한 사람의 그런 안전불감증은 커다란 안전불감증이 되어 우리나라에 안전사고가 끊임없이 반복되도록 하고 있다. 이쯤 되면 철저한 진상규명과 함께 사후대책 논의가 빠르게 진행되어도 이상하지 않은데, 우리나라는 그저 '책임공방'만 벌이면서 사건이 가진 진실을 흐리게 하고 있을 뿐이다. 왜냐하면, 책임공방에 따라 옷을 벗거나 보상을 해줘야 하는 일이 발생하니까!(혹시 나중에 또 일어날 일보다 지금 내 밥그릇의 안전이 더 중요한 거다.)
|
우리나라는 북한이 도발하면, 시민들에게 우리나라가 어떤 무기를 새로 도입하였다거나 해군이나 육군이 어떤 훈련을 하고 있다는 모습을 보여주며 안정시키려고 한다. (거기에도 납품 비리가 있었다.)이건 경찰이 은행 강도에 똑바로 대처하지 못해 많은 질책을 받자, 은행 강도 체포 퍼포먼스를 벌이면서 '앞으로 우리 경찰은 강도를 신속하게 체포하겠습니다'고 홍보하는 것과 똑같은 쓸데없는 짓이나 다름없다.
"훈련이요?" 구온이 묻는다.
"은행 강도 대책 훈련." 나루세는 새어나오는 웃음을 참고 있다. "그것도 아주 대대적으로."
"언제?" 교노.
"얼마 안 있어서. 우리의 작업이 끝나고 2주쯤 있다가."
"설마, 고요은행에서 해?"
"아니. 그 근처 은행에서." 그렇게 말하고 나루세는 유명한 도시 은행의 이름을 입에 올렸다.
"훈련을 한단 말이지." 교노가 재미있다는 듯 입을 실룩거렸다. "아하, 뻔하네. 몇 년 전에 현(懸) 경찰청에 연이어 불상사가 일어났었잖아. 그러니 이제 와서 '사실 알고 보면 우리들도 꽤 믿을 만합니다. 우리도 할 땐 한다고요' 하고 사람들한테 보이고 싶은 거야. 이제 곧 러시아 대통령도 요코하마를 방문할 때가 됐고 말이야."
구온은 천장을 올려다보면서 러시아를 상상해본다. "대통령이 온다고 현 경찰청이 그렇게 의욕적이 되나?"
"러시아에서 테러가 있었잖나. 인질을 잡고 농성을 벌인 사건 말이다. 그런 사건의 모범적인 대응이 어떤 것인지 보여주자 이거지." 나루세가 말한다.
"모범? 에이, 말도 안 돼. 일본 경찰이 다른 나라를 가르친다고요? 만약 그런 훈련을 공개하면 이 세상에 깔린 강도란 강도는 죄다 요코하마로 모여들걸요? 바로 저곳이 왕구멍이었구만, 하고 말이에요." (p63_명랑한 갱이 지구를 돌린다)
지금도 보라. 안전대책과 규정이 미흡해 일어난 여러 사고를 두고 여야가 하는 건 오직 책임공방밖에 없고, 진상규명이나 사후 대책에 대한 논의는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또한, 여기서 시민들의 불신을 타개하기 위해 위급한 상황에 대처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퍼포먼스를 벌이면서 '우리는 앞으로 안전합니다.'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체면유지를 하려고 할 뿐이다.
실제로는 오래되어 제대로 작동하는지도 모르는 소화기가 덜렁 한두 개 놓여있을 뿐이고, 소방차가 들어오는 골목은 불법 주차 차량으로 막혀있을 뿐이고, 구급차가 응급 사이렌을 올리면서 양보를 요구해도 끼어들기로 앞길을 가로막는 차가 있을 뿐이고, 건설사는 여전히 뒷돈을 챙기면서 부실 공사를 할 뿐이고, 시민들은 '위험하니 올라가지 마세요'를 들어도 '에이, 그런 게 어딨어?'할 뿐이다.
안전사고가 반복되어도 여전히 안전불감증인 나라 대한민국. 정부기관과 기업 간의 유착 관계를 바로 해결할 수 있는 본격적인 감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한, 철저한 진상 규명과 원인 규명을 하지 않는 한, 조사 결과에 따른 강력한 처벌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설마' 하는 생각으로 현상 유지를 고집하는 한, 우리나라는 바뀌지 않을 것이다.
오늘도 우리는 이 안전불감증을 극복하지 않는 나라의 시민으로 살고 있다.
이 글을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