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소풍으로 영화관, 어떻게 생각하세요?
- 시사/학교와 교육
- 2014. 10. 13. 07:30
문화 체험 학습으로 떠나는 야외 학습, 어떤 선택지가 가장 좋을까요?
가을은 여러 가지 별명이 많이 붙는 계절인데, 그 중 많은 사람이 일반적으로 즐기는 건 '소풍의 계절 가을'이 아닐까 싶다. 벚꽃이 피기 시작하는 봄과 마찬가지로 낙엽이 우수수 떨어지기 시작하는 가을을 맞아 공원 같은 곳을 가게 되면 소풍을 온 사람들을 정말 쉽게 볼 수 있다. 덕분에 나는 혼자 벤치에 누워 하늘을 바라보며 생각에 빠지는 조용한 시간을 잘 갖지 못하게 되었지만 말이다.
아마 지금 이 글을 읽는 사람 중에서도 지난 주말에 가을 소풍으로 가족과 함께 여행을 다녀왔거나 학교나 개인적인 모임에서 가을을 맞아 산행을 즐기는 크고 작은 일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비록 우리가 사는 나라 한국은 여전히 많은 다툼 속에서 '살아갈 권리'를 쟁취하고자 하는 싸움이 멈추지 않지만, 날씨가 좋은 가을 하늘 아래에서는 그냥 소박한 일상을 보내는 게 가장 좋은 일이니까.
많은 사람이 점심을 먹는 오후 12시부터 2시 경에 근처에 있는 공원을 가게 되면, 도시락을 싸서 들고 오거나 다른 곳에서 치킨 같은 먹을거리를 가져와서 먹는 사람의 무리를 쉽게 볼 수 있다. 그 사람들의 모습을 보면서 한편으로 '저런 소박한 일상을 즐기는 게 인생을 산다는 거지.' 같은 생각을 하면서도 '나는 그저 혼자 김밥 한 줄을 사와서 벤치에서 먹는 게 다구나' 같은 생각을 하기도 한다.
조금 불편한 감정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런 과정을 통해 자연의 소리를 들으면서 잠깐의 여유를 만끽하는 것도 상당히 좋은 일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요즘처럼 따분해지는 일상 속에서 '왜 살아야 하는 건지 모르겠다. 이런 일상이 재미있나?' 등의 질문 속에서 헤매고 있을 때에는 그저 우리 머리 위로 볼 수 있는 파란 가을 하늘에 그림을 그리는 구름을 관찰하는 게 제일이니까.
연지공원, ⓒ노지
그런데 이 가을 소풍에 대해 오늘은 조금 다른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우리가 아는 '소풍'이라는 건 크고 작은 음식을 구매하거나 집에서 만들어 어디 공원이나 테마파크 같은 곳에 방문해 즐기는 거다. 보통 이게 일반적인 상식이다. 특히 학교에서 선생님이 아이들을 데리고 가는 '소풍'이라는 개념은 보통 그런 식으로 사용할 수 있는 단어라고 생각한다. (아닌가?)
그러나 요즘 학교에서는 '소풍'이라는 단어가 조금씩 바뀌고 있다. 초등학교 때까지는 '소풍'이라는 단어는 말 그대로 지역에 있는 어느 박물관을 가거나 공원을 가거나 산을 가거나 한다. 그러나 중학교로 올라가고, 고등학교로 올라가는 순간에 '소풍'이라는 건 조금 소풍답지 않은 소풍으로 변해버린다. 뭐, 슬픈 일이라면 슬픈 일이겠지만, 그게 하나의 추세인 것 같다.
내가 고등학교 시절에 갔던 '가을 소풍'은 버스를 타고 모두 함께 어디로 가는 것이 아니라 자발적으로 한 '영화관'에 모여서 영화를 감상하는 일이었다. 영화를 다 보고 나서 인원을 체크하기 위해서 가까운 연지공원을 한 바퀴 돌고 해산하는 게 소풍이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왜 굳이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아야 하는 것인지 의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던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당시에 나는 어디 장시간 이동해서 크고 작은 갈등과 하고 싶지도 않은 스케줄대로 움직이는 것보다 차라리 영화 한 편을 보는 게 더 좋았다. 지금도 어느 쪽을 선택하라고 요구 받는다면, 망설임 없이 나는 영화관 쪽을 선택하지 않을까 싶다. 비록 그게 '소풍'이라는 개념에 조금 어울리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여러 가지 편의 사항'에서는 이게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으니까.
최근에도 그 공원 근처에 있다 보면, 나와 똑같은 식으로 소풍을 온 것 같은 아이들의 무리를 쉽게 볼 수 있다. 지난주만 하더라도 '소풍'을 온 그 아이들은 영화관을 향했고, 영화관에서 나와 김해 문화의 전당 혹은 김해 연지공원에서 조금 걷다가 해산하는 모습을 몇 팀이나 볼 수 있었다. 역시 문화 체험 학습이자 교육 연장선에 있는 그 '소풍'이 이제는 도시에서 즐기는 것으로 변한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묻고 싶다. 가을 소풍으로 떠나는 곳이 영화관이라는 사실을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은 이 일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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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가지의 답이 나올 것으로 생각한다. '그래도 소풍인데, 영화관 같은 곳보다는 산이나 다른 역사 유적지를 방문하는 게 더 좋지 않을까?' 하는 사람과 '소풍은 결국 문화 체험 학습의 일환이니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것도 좋은 학습이 될 수 있다' 하는 사람 등으로 말이다. 이 질문에 대해 교육적 영향력과 가치를 입혀서 고민해보면, 답이 쉽게 나오지 않는다. 그게 정상이다.
그런데 나는 솔직히 아쉽다는 생각이 든다. 이왕 소풍, 아니, 문화 체험 학습의 일정과 시간, 비용을 이용해서 아이들에게 어떤 경험을 만들어 주고자 한다면… 영화관에서 영화를 보는 것보다 멘토가 될 수 있는 사람과의 만남을 주선해 좀 더 가치 있는 것으로 만들 수 있을지도 모르니까. 이건, 절대 내가 영화 감상이 가치 없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좀 더 생각해보자는 거다.
오래 전 교육에 관한 글을 열심히 발행하고 있을 때, 나는 《아이들에게 문화 체험 행사가 필요한 이유》이라는 글을 작성했었다. 그 글에서는 다양한 활동을 통해, 멘토와의 만남을 통해, 직접 자신이 호기심이 있는 일을 둘러보는 일을 통해 자신의 인생에 좀 더 유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했었다. 지금도 난 그렇게 생각한다.
그냥 겉치레만 문화 체험 행사라는 이름으로 일정을 소비하는 게 아니라 좀 더 유익할 수 있는 시간을 보내거나 정말 조금 쉬면서 여유로운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게 정답이 아닐까?
봉화마을, ⓒ노지
가을 소풍으로 영화관을 찾아 영화를 보는 일이 그런 일이 될 수도 있다. 그저 매일 책상 앞에 앉아서 문제집만 풀던 아이들에게는 그것으로도 충분히 휴식을 취할 수 있는 멋진 시간이 될 테니까. 그러나 그것보다 한 발자국 더 나아가서 좁은 세계가 아니라 더 넓은 세계를 경험할 수 있는 게 더 멋진 시간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시험공부와 스펙이 전부가 아닌, 진짜 삶이 어떤 건 지 볼 수 있는.
이 일을 실천하기 위해서는 시간과 비용(예산)이라는 문제와 함께 아이의 의지와 부모의 생각도 많은 변화가 필요할 것이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이런 길로 조금씩 그 문화 체험 활동의 시간을 바꿔가는 게 장기적으로 아이의 행복과 발전을 위해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매번 형식적으로 보내는 시간이 아니라, 기억에 남을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을 말이다.
뭐, 이건 어디까지 내 개인적인 의견이다. 학교에 다닐 때에 어디로 단체로 가서 행동하는 게 정말 싫었던, 아무런 의미와 가치도 없는 시간을 보냈던 그 시절을 되돌아보며 '이랬으면 어땠을까?' 하는 마음이다. 전문가의 의견이 아니기에 다른 사람에게 뭐라고 말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한 번쯤 생각해보았으면 한다. 정말 그 시간에 필요한 게 무엇인 지를.
그 시기에 내게 필요했던 것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지금 내가 부모(혹은 교사)라면 내 아이에게 무엇을 해주고 싶은 지를 생각해보자. 단지, 이 작은 행동만으로 우리는 더 나은 교육과 함께 아이의 성적이라는 결과 중심에서 벗어나 아이의 행복이라는 가치 중심으로 교육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글을 읽는 당신에게 묻고 싶다. "가을 소풍으로 떠나는 영화관, 어떻게 생각하세요?" 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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