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또 복권을 두고 엄마와 나눈 덧없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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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또 복권 세 장을 구매하면서 엄마와 나눈 사는 이야기


 우리나라에서 복권을 구매하는 사람을 보는 건 드문 일이 아니다. 그냥 장난삼아서 복권을 구매하는 사람도 있지만, 대체로 많은 사람이 '어떻게 방법이 보이지 않는 현실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복권에서 찾고 싶다.' 같은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복권을 구매한다.


 우리나라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는 빚 없이 살 수 없는 나라다. 부동산 가격 하락을 막고자 정부가 선택한 건 빚을 더 내서 집을 사라는 건데, 사람들은 그 주택담보대출금으로 신용카드 빚을 갚는 데에 모두 소비하고 있다. 신용카드를 쓸 수 있어야 다시 빚내서 생활할 수 있으니까.


 대학생 때에 받는 학자금 대출은 직장인이 되어서도 꾸준히 갚아야 하는 빚인데, 대학생 때 꼬박꼬박 빚을 갚지 못한 경우에는 신용불량자가 되어 취직도 어려워 빚이 더 늘어만 간다. 정상적인 직장 생활을 하더라도 집값을 비롯한 다양한 분야에서 빚을 만들 수밖에 없다.


 이건 절대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이 글을 읽는 사람 중에서 빚이 하나도 없는 집에서 사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삼성도 부채가 있고, 국가도 부채가 있다. 그러나 우리가 가진 부채는 우리가 버는 소득으로 해결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아 늘 빚에 시달리게 된다.


 우리 집도 마찬가지다. 엄마는 언제나 "돈 때문에 죽겠다."라는 말을 언제나 입에 달고 사신다. 분명히 우리 집도 버는 건 있지만, 어느 정도 생활을 해나갈 수준은 되지만, 쌓이기만 하는 빚이 여전히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있는 거다. 많은 자영업자가 비슷하지 않을까?


복권 판매점, ⓒ노지


 그래서 엄마는 자주 복권을 구매한다. '복권이라도 당첨돼서 빚을 갚고 싶다'고 말씀하시면서 당첨이 잘 된다는 곳을 찾아다니며 복권을 구매하신다. 뭐, 확률상으로 어디를 가더라도 로또 복권에 당첨될 확률은 비슷하겠지만, 소문을 믿고 조금이라도 더 가능성을 높이고 싶으신 거다.


 그런 엄마의 영향인지 모르겠지만, 나도 자주 로또 복권을 구매하고 있다. 일주일에 5천 원씩 구매하면서 "로또 1등만 당첨되면, 집에 있는 빚부터 다 갚고 새집으로 이사 가고 싶다." 같은 덧없는, 아니, 어쩌면 간절한 바람을 복권에 불어넣는다. 그리고 두 손을 모아 간절히 기도한다.


 정말 오늘 하루 열심히 살면서 메마른 땀을 흐리는 사람들에게 나와 엄마의 행동이 기가 막힐지도 모른다. 아니, 어쩌면 왜 더 벌려고 하지 않은 채 그런 요행을 바라느냐며 손가락질을 할지도 모른다. 이렇게 복권에 기대하는, 기대는 모습이 게을러서 그런 것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으니까.


 그러나 이건 절대 게을러서 그런 게 아니다. 정말 복권이 아니면 다른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쌓여있는 빚을 갚기 위해서, 조금씩 밀리는 거래 대금을 갚기 위해서 그 방법밖에 없다. 평소 하는 소비를 줄이더라도 한계가 있고, 일하더라도 빚이 함께 늘어나니…. 어떻게 하면 좋단 말인가.


로또 복권, ⓒ노지


 얼마 전에 나는 엄마의 일을 도와 납품을 다니면서 복권을 사고, 복권에 대해 아래와 같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엄마 : 복권 당첨되면, 빚부터 다 갚고 이모들한테 1,000만 원씩 줄 거다. 전부 먹고 살기 어려워서 어떻게 살겠나?

 나 : 무슨 소리야? 당첨되면 빚부터 다 갚고, 일단 집부터 사야지. 먼저 집부터 사고, 다른 이모한테 조금 나눠주던가 혹시나 있을 지도 모를 일에 돈을 보관해둬야지.

 엄마 : 1등이 얼마 정도 되노?

 나 : 인터넷에 보니까 지난주에 당첨된 게 16억이라고 하더라. 이거면 빚 갚고, 집 사고, 수리하고, 가구 새로 사고, 피아노 사고, 책 사고, 몇 가지 하면 남는 것도 없겠다.

 엄마 : 16억밖에 안 되나? 그러면 남는 것도 없겠네.

 나 : 그러니까. 20년이 넘도록 계속 쓰는 가구를 계속 쓸 수도 없잖아. 집도 오래돼서 여기저기 문제가 많고.

 엄마 : 16억이면 엄마 친구 재산의 절반도 안 되네. ○○ 집은 가진 재산만 36억이라고 하던데, 그 집 애 □□와 △△ 앞으로도 벌써 1억씩 있단다. 할아버지가 줬다던데 상속세만 5천이라고 하대?

 나 : 아이고, 그 많은 재산 중에서 딱 우리한테 5억만 주면 좋겠다. 그러면 빚 다 갚고,  집에서 플러스로 시작할 수 있을 텐데.


 복권에 당첨도 되지 않을 거면서 벌써 복권 당첨금을 가지고 어떻게 나눌지 이야기를 하고 있자니 웃음이 나왔다. 하지만 그냥 막 웃긴 게 아니라 '웃프다'는 말이 들어맞는 그런 웃음이었다. 이렇게 구매한 복권은 역시 당첨되지 않았고, 꿈 같은 희망을 다음으로 미루게 되었다.


 똑같은 한국에 살더라도 누구는 상속으로 30억에 이르는 재산을 받고, 누구는 상속으로 빚만 받게 되는 이 모습이 참 처량하다. 그리고 언제나 돈 독촉 때문에 미치겠다고 하는 엄마의 이야기를 들으면, 그저 제대로 무엇을 할 수 없는 내가, 크게 벌 수 없는 내가 정말 싫어진다.



 오늘도 나는 복권 판매점에서 열심히 궁리하면서 볼펜으로 번호 하나하나를 체크한 용지를 두고 돈을 내고 있다. 그리고 복권 판매점에서 많은 사람을 본다. 모두 저마다 지나가다 "자동 5천 원이요.", "자동 만 원이요." 등의 말로 복권을 구매한다. 안색이 창백한 사람도, 보기 좋은 사람도 있다.


 아마 저 사람들도 나와 엄마처럼 복권을 가지고 덧없는 이야기를 나누고, 당첨되지 않은 복권에 허탈해 하며 '어디 돈벼락 떨어지는 곳 없나?' 하며 하루를 마무리할지도 모른다. 지나가는 평범한 사람과 평범한 거리 사이에 서서 하늘을 올려다보며 '염병, 오늘도 하늘은 새파랗다. 빌어먹을!' 말을 내뱉을지도 모른다.


 우리는 그냥 이렇게 살 수밖에 없는 것 같다. 오늘도 복권 한 장에 꿈과, 희망과, 살아가고자 하는 의지를 담는다. 복권에서 밤하늘을, 파란 하늘을 바라보며, 꽃 피는 내일을 꿈꾼다. 참, 볼품없는 인생이지만, 많은 사람이 똑같이 살아간다. 그게 우리가 가지지 못해 돈에 힘없이 메말라 가는 사회다.


(로또 복권 당첨금 미수령액이 엄청나다던데, 그 돈 좀 가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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