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밋빛이 되지 못했던 잿빛 인생 2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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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생일을 맞아 다시 한 번 돌아보는 내가 걸어온 길 25번지


한 소년이 있었습니다. 그 소년은 가진 것이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아니, 가지고 있는 것이 있기는 했었죠. 다른 사람 눈에는 보이지 않는 커다란 어둠이라는 짐을 등에 짊어지고 있었습니다. 그 소년은 어디를 가더라도 매몰차게 거절을 당했습니다. "그냥 죽어버려!" 같은 험담을 듣기도 했었습니다. 그래도 소녀는 꾸역꾸역 하루하루 생명을 연명했습니다. 한때는 '그냥 죽어버렸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기도 했고, 잠들 때마다 '내일은 해가 뜨지 않는 멸망한 세계였으면 좋겠다'고 간절히 바라기도 했었습니다. 그래도 그 소년은 절망 속에서도 살아오고 있습니다. 비록 응원을 받지 못하더라도, 비록 이해를 받지 못하더라도, 비록 살아갈 것을 허락 받지 못하더라도 오늘을 살고 있습니다. 내일은 좀 더 웃을 수 있기를 간절히, 간절히 마음 속으로 바라면서….


 오늘 10월 1일은 국군의 날입니다. 하지만 오늘은 저에게 있어 좀 더 특별한 날이기도 합니다. 오늘 10월 1일은 바로 제 생일이거든요. 많은 사람에게 '생일'이라는 건 주변 사람으로부터 축복을 받는 날이기도 하고, 평범한 일상과 달리 좀 더 특별한 추억이 만들어지기도 하는 날입니다. 아마 이 글을 읽는 여러분도 그런 멋진 날을, 행복한 날을 보내지 않았을까 싶어요.


 친구들끼리 모여서 생일 파티를 하고, 부모님께 낳아주셔서 감사하다고 선물을 드리고, 연인과 함께 사랑을 나누는 시간을 보내고… 말입니다. 이런 게 평범한 생일을 보내는 방법일 것이고, 이런 게 생일이라는 '특별한 날'이라고 부를 수 있는 날에 허락된 크고 작은 행복의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그런 시간은 분명히 즐거울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러나 저는 오늘 제 생일이기에, 좀 더 저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가지고 싶었습니다. 아니, 오늘이 아니라 이미 몇 주 전부터 그런 시간을 가지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시간이 날 때마다 공원 벤치에 누워서 '나'를 마주 보면서 '나'에게 질문을 던지고,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긴 시간을 보내기도 했었습니다. 참, 웃기지도 않는 짓이지만, 저는 그렇게 시간을 보냈습니다.


 이건 잘난 체하는 것도 아니고, 진지한 척을 하는 것도 아닙니다. 그냥 요즘 문득 삶에 대한 회의가 많이 들었고, '나는 지금 인생을 똑바로 사는 건가? 아니면, 정말 다른 사람의 말대로 죽어야 마땅한 삶을 사는 걸까?'는 고민을 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아마 올해, 아니, 지난 2013년 생일로부터 오늘 2014년 생일까지 제가 들은 비난만 하더라도 연습장 수십 페이지가 되니까요.


 그래서 저는 생일이라는 특별한 날이기에 저를 다시 되돌아보고, 나는 어떤 삶을 살아오고 있으며, 내가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인지, 나는 정말 이 삶을 유지하고 싶은 것인지, 앞으로도 주변 사람으로부터 거부당할지도 모를 이 방식을 고집해야 하는지 한번 생각해보고 싶었습니다. 이 글은 그런 고민 속에서 작성하게 된 글입니다.


김해 문화의 전당에서, ⓒ노지


 색채 없던 제 인생에 색이 들어오기 시작한 건 책을 읽고, 블로그를 운영하기 시작했을 때였습니다. 블로그를 통해 다양한 색이 무채색이었던 제 인생을 색칠해주었고, 저는 이 블로그를 통해 하는 모든 활동이 즐거웠습니다. 행복했었죠. 하지만 이 블로그를 통해 꿈을 바라보고, 꿈을 이루기 위해 걷기 시작하는 저를 향한 시선은 솔직히 감당하기 힘들 때가 많았습니다.


 저는 어릴 적부터 사람들 앞에서 무엇을 하는 데에 상당히 어려움이 많습니다. 지금은 많이 나아졌습니다. 왜냐하면, 블로그를 통해 만날 수 있었던 정말 좋은 사람들 덕분에 힘을 얻을 수가 있었거든요. 비록 그 시간에도 꽤 많이 힘들기도 했었지만, 그래도 이제는 낯선 사람이 있더라도 모임 장소에서 짧은 말을 주고받을 수 있습니다. 대단한 진보이지요.


 그러나 여전히 어떤 테두리 안에서 인간관계를 형성하고, 유지해 나가는 데에는 힘이 부칩니다. 그래서 2013년과 2014년에는 그런 갈등 속에서 꽤 심한 꼴을 당하기도 했었습니다. 불과 얼마 전에 있었던 추석 명절에 있었던 친척과의 갈등도 그랬고, 지금은 일상으로 자리 잡고 있는 어떤 일에서도 그랬었습니다. 정말 욕을 많이 먹었습니다. 호로 새끼, 염병할 자식, 미친 새끼, 버르장머리 없는 놈, 시발 새끼…. (블로그에서는 빨갱이 새끼.)


 저는 그저 '저'로 있고 싶었을 뿐이고, 억지로 무엇을 하기보다 최선의 절충안을 통해 좀 더 원만하게 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그런데 제가 바라는 그것이 마음대로 되지 않자 저는 이성의 브레이크를 부숴버렸고, 큰 갈등으로 빚어질 수밖에 없었죠. 뭐, 제 잘못입니다. 적응하지 못한 제 잘못이고, 모난 돌이 되어야만 했던 제 잘못입니다. '다른 건 틀린 것'이라는 걸 인정하지 못한 제 탓이죠.


 그래서 삶에 대한 회의가 종종 들기도 합니다. 마냥 벤치에 누워서 하늘을 올려다보고, 지나가다가 하늘을 올려다보고, 음악을 듣다가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그리고 생각합니다. '도대체 나는 이런 세상에서 어떻게 살아가면 좋을까?'하고 말이죠. 블로그라는 공간에서는 그런 갈등이 없지만, 오프라인에서는 역시 사람들 사이에서 그런 갈등을 마주하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으니까요.


따뜻한 햇살이 비추고 있다

앞에서는 새소리가 들리고

뒤에서는 차소리가 들린다


이 따뜻한 세상은 마치 내게 묻고 있는 듯하다

지금 너는 무엇을 하고 있느냐고

왜 너는 혼자 그 좁은 공간에서 LED 모니터를 마주하고 있느냐고


나는 그 따뜻한 세상에게 대답을 들려주었다

이 세상에 내가 있을 곳은 없다고

여기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부정하는 일밖에 없다고


그러나 세상은 다시 내게 묻는다

지금 너는 무엇을 하고 있느냐고

왜 너는 혼자 그 좁은 공간에서 너만 보고 있느냐고


...

......

.........


나는 대답하지 못했다

나도 모르겠다

내가 왜 이 좁은 공간에서 혼자 나를 마주하고 있는지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


 생각에 잠겨 있다 보면, 어느새 저도 모르게 위와 같은 글을 머릿속에서 적고 있습니다. 그리고 작은 사진과 함께 그 글을 조금 정리해 사진 블로그(링크)에 올리면서 정리를 하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에게는 코웃음이 나오는 웃긴 일일 수도 있겠지만, 전 뜻밖에 정말 진지해요? 이런 생각을 하다 보면 저도 모르게 긴 시간이 흘러 있어 놀라기도 합니다. 참, 어쩔 수 없는 놈이죠. 저란 놈은.


바깥 풍경을 바라보다, ⓒ노지


 아마 블로그가 없었다면, 블로그를 알지 못했다면, 블로그를 하지 않았다면… 저는 이 모든 생각을 어디에 정리할 수 있었을까요?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저는 블로그를 운영하게 되어서 정말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비록 비웃는 사람도, 욕을 하는 사람도 있지만… 제 생각을 정리한 글을 다른 사람에게 보여주고, 공감해주시는 몇몇 분들로부터 힘을 얻을 수 있으니까요.


 그러나 블로그를 평생 직업으로 해서 나는 이 일을 하면서 살겠다고 말하면, 조금 회의적으로 말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네. 저도 잘 알고 있어요. 블로그로 먹고사는 일이 얼마나 터무니없이 어려운 일인 지를 말이죠. 지금도 전적으로 모든 수익을 블로그에 의존하고 있는데, 정말 딱 굶어 죽지 않을 정도로 벌고 있습니다. 어머니와 같이 생활하지 않았다면, 이미 굶어 죽었을지도 몰라요. 아하하.


 그래도 저는 이 길을 포기하고 싶지 않습니다. 무채색이었던 제 인생에 색감을 더해줬던 유일한 것이 블로그였고, 늘 부정당하기만 했던 저의 가능성에 대해 '나도 할 수 있다!'라는 자신감을 가질 수 있게 해준 것도 블로그였고, 정말 멋진 경험과 큰 배움을 얻을 수 있도록 해준 것도 블로그였으니까요. 비록 장밋빛이 되지는 못했더라도 잿빛 인생 속에서 가장 가치 있는 일이었습니다.


 아직 20대인 만큼, 섣부른 판단이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여러 특이점을 가지고 있는 저에게 이 일보다 더 나은 일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이 일은 절대 힘들겠죠. 하지만 세상에 쉬운 일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런 일을 해야 한다면, 최소한 제가 즐길 수 있는 방법으로 즐길 수 있는 일을 하는 게 정답이라고 확신합니다. 그래서 계속 이렇게 걸어가고자 합니다.


 블로그만 하겠다고 말했지만, 그래도 아직은 하고 싶은 일이 정말 두 팔 벌려서 크게 원을 그릴 정도로 많이 있어요. 피아노도 다시 배워서 좋아하는 곡 10곡 정도는 칠 수 있게 되고 싶고, '바람처럼'이라는 닉네임을 가진 블로거 김동범 님처럼 세계 여행도 해보고 싶고(링크), 여전히 말만 하는 종이책도 꼭 내보고 싶고… 그래요. 가슴에 품은 건 많지요.



 그러나 제가 할 수 있는 게 과연 몇 개나 될까요? 지금까지 걸어온 것처럼 걸어갈 인생 속에서 과연 얼마나 가능할까요?


 이건 제가 어떻게 하는지에 따라 달렸다고 생각합니다. 비록 다른 사람처럼 활기찬 장밋빛으로 살 수 없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잿빛 속에서 '내가 내 삶의 주인공'이 되는 삶을 살기 위해 노력하고 싶으니까요.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들 때마다 저는 다시 제가 걸어온 길을 곱씹으며 주변을 둘러보며 앞으로 나아갈 수 있어야 하겠죠. 오늘처럼 말입니다.

(피아노도 무작정 도전해볼 거에요!)


 제가 걷고 있는 25번지의 길은 여전히 개발되지 않았습니다. 개발해야 하는 건 제 몫이겠죠. 블로그로만 먹고 살면서 여기저기 투자를 하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일은 분명히 무모한 일입니다. 한때는 다른 사람들처럼 '후원이나 기부를 받아보면 어떨까?'하고 생각도 해보았지만, 지금의 저에게는 그건 그냥 욕심입니다. 누가 이런 저를 위해 꾸준히 도움을 주겠어요? 하하.


 제가 할 수 있는 건 오직 글을 쓰고, 사진을 찍고, 이야기하는 것뿐입니다. 비록 간혹 사는 복권에 실낱 같은 희망을 품어야 하겠지만, 비록 옳지 못한 방법으로 오늘과 내일을 걷고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이게 제가 갈 수 있는 유일한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길을 마냥 걷다 보면 분명히 지름길도 있을 것이고, 진흙탕도 있을 것이고, 행복도 있지 않을까요? 넘어져서 울더라도 다시 일어서서 꾸준히 간다면 말이죠!


 어떤 사람으로부터는 입에 쉽게 담지 못할 욕을 먹을 수도 있고, 어떤 사람에게도 이해를 받지 못할 수도 있고, 어떤 사람으로부터는 조롱을 받을 수도 있고, 어떤 사람에게는 뺨을 맞을 때도 있겠지요. 원래 인생을 산다는 게 그렇게 다사다난(多事多難)한 것이니까요. 오늘 생일을 맞아 다시 걸어온 길을 돌아보며, 내일을 생각하며, 오늘을 즐기고자 합니다.


 오늘 낮, 제 앞에는 얼마 전에 잡은 돼지 저금통에서 얻은 5만 원으로 시킬 피자 한 판이 있을 것 같아요. 피자를 먹으면서 좀 더 생각해보아야 하겠습니다. 앞으로의 길을, 지금까지 걸어온 길을, 그리고 지금 걷고 있는 길을. 오늘 하루는 더 웃을 수 있는 날을 만들기 위해서 무엇을 해야 하는 지를 말이죠. 이것이 대한민국의 20대로 사는 제가 할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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