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고민을 나미야 잡화점에 넣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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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가시노 게이고의 최신작,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읽어보세요


 "나, 추리 소설 좀 읽어봤어."라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이름은 낯선 이름이 아니다. 《용의자 X의헌신》을 비롯한 《악의》, 《새벽거리에서》 등 다양한 추리 소설이 많은 사람에게 '재미있는 책'으로 익히 알려졌기 때문이다. 가가 형사가 꼭꼭 숨겨진 살인의 목적을 추리하는 이야기는 히가시노 게이고라는 작품의 팬이 되게 만들었다.


 라이트 노벨 블로그에 감상 후기를 올리는 라이트 노벨을 구매하기 위해서 인터넷 서점을 기웃거리다 그 히가시노 게이고의 새로운 신작이 나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그 작품의 이름은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었는데, 왠지 딱 제목만 보더라도 그동안 내가 읽은 그의 작품과 조금 느낌이 다른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바로 인터넷 서점에서 그 책을 함께 구매했다.


 이 책을 펼쳐서 읽기 시작했을 때, 나는 나도 모르게 얼굴에 웃음을 띠며 '재미있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다. '잡화점'이라는 단어에서 최근에 읽고 있던 《비블리아 고서당 사건수첩》 시리즈를 연상하게 했었는데, 이번에 읽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의 내용은 언뜻 그 시리즈와 비슷한 느낌이 있었다.


 왜냐하면,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에서는 히가시노 게이고의 추리 소설 작품에서 아주 익숙한 살인 사건이나 가가 형사가 진실을 좇는 이야기가 아니라 평범한 작은 고민 상담을 하는 이야기 속에서 조금씩 흩어져있는 작은 선을 연결하는 책이었기 때문이다. 비록 한 권의 책이지만, 한 권을 읽는 동안 많은 이야기를 읽으며 '책을 읽는 한순간, 한순간이 너무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글쎄, 내가 느낀 그 감정을 어떻게 설명해야 좋을까. 어쨌든, 이야기 속에서 또 다른 이야기가 있는 그런 형식을 취한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라는 작품은 마지막에 그 '기적'이라는 말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좋은 결말이었다. 비록 열린 결말이기는 했지만, 주인공 세 명의 이야기를 독자가 자신의 머릿속에서 상상해보는 것도 정말 좋은 일이었으니까.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노지


 좀 더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이 이야기는 별장에서 도둑질을 했던 세 명의 청년이 우연히 나미야 잡화점에 숨어들었다가 그곳에서 기이한 체험을 하는 것에서 이야기가 시작한다. 그들이 숨어들었던 '나미야 잡화점'은 과거와 현재가 이어진 그런 신기한 공간이었던 거다! 과거와 현재… 쉽게 상상이 되지 않겠지만, 잡화점은 그런 곳이었다.


 그러나 과거와 현재가 이어져 있다고 해서 문을 열고 나가면 과거로 가고, 문을 닫고 나가면 현재가 되는 것이 아니다. 나미야 잡화점의 원래 주인이었던 할아버지는 고민 상담을 해오는 편지에 답을 해주는 일을 하셨었는데, 그 고민 상담을 하는 편지는 우편함 투입구로 들어와 자신이 답장을 써서 우유 통에 넣는 식으로 전달되었다. 바로 그 우편함 투입구와 우유 통은 과거에서 현재로 배달되는 편지통이었던 거다.


"아하, 알았다. 유령이네, 유령. 이 집이 유령의 집인가 봐." 고헤이가 등을 움츠리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쇼타는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투명인간도 아니고 유령도 아니야. 그 누군가는 이쪽 세계의 사람이 아닌 거야." 세통의 편지를 가리키며 쇼타는 말을 이었다.

"과거의 사람이야."

"과거의 사람? 야, 그게 뭐야?" 아쓰야의 목소리가 날카로워졌다.

"내 생각에는 일이 이렇게 된 거 같아. 가게 앞 셔터의 우편함과 가게 뒷문의 우유 상자는 과거와 이어져 있어. 과거의 누군가가 그 시대의 나미야 잡화점에 편지를 넣으면, 현재의 지금 이곳으로 편지가 들어와. 거꾸로 이쪽에서 우유 상자에 편지를 넣어주면 과거의 우유 상자 속으로 들어가는 거야. 어떻게 그런 일이 일어나는지는 모르겠지만, 어쨌거나 그런 식으로 생각하면 앞뒤가 딱 맞아."

즉 달 토끼 씨는 과거의 사람이야, 라고 쇼타는 이야기를 마무리했다. (p49)


 나미야 잡화점에 숨어든 세 명의 청년이 발견한 첫 고민 상담 편지 달 토끼 씨의 편지를 보며 그들은 어떻게 해야 할지 당황했지만, 결국 답장을 해주자는 이야기가 되어 답을 해준다. 그리고 그 편지를 주고받다 '이 편지는 과거로 전해지는 편지'라는 사실을 알게 되고, 부족한 세 명은 열심히 고개를 모아 나미야 잡화점으로 배달되어 오는 편지에 답장을 적어준다.


 이런 형식을 반복하며 이야기는 몇 개의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하나부터 열까지 조금씩 이어지는 그 이야기는 책을 읽는 내내 '우와 대단해! 어떻게 이런 식으로 연결할 생각을 했을까!'라는 감탄을 하게 했다. 무엇보다 그 고민 상담을 요청했던 한 인물의 이야기는 따뜻하면서도 여러 가지로 공감하는 이야기라 정말 좋았다.


 한 올림픽 선수, 아마추어 뮤지션의 <재생>이라는 음악과 세라라는 아이돌 가수, 그 이외에 많은 사람의 이야기. 분명히 히가시노 게이고의 작품을 좋아하는 사람, 책 읽기를 좋아하는 사람에게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이라는 책에서 읽을 수 있는 이야기는 아주 매력적인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읽는 동안 즐거움을 주체할 수 없을 것이다!



 이 작품의 마지막 장을 덮으며 나는 역시 《비블이라 고서당의 사건 수첩》과 많이 닮은 이야기, 《고전부》와 닮은 이야기, 왠지 이사카 코타로의 그 기묘한 연결을 볼 수 있었던 이야기였다고 생각했다. 히가시노 게이고가 만든 기적과 감동을 추리하는 소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은 내가 느꼈던 것처럼 다른 사람에게도 '책을 읽는 이 순간이 너무 즐겁다'는 기분을 만끽할 수 있게 해줄 것이다.


 나는 가끔 생각한다. 내가 길을 잃어서 헤매고 있을 때, 누군가나 내게 직설적이더라도 작은 충고를 해주면 좋겠다고…. 그저 내 이야기를 누군가가 온화한 미소를 지으며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분명히 나는 힘을 얻을 수 있다고…. 나미야 잡화점 할아버지의 고민 상담은 그런 것을 보여주었고, 잡화점에 숨어들었던 3명이 했던 나미야 잡화점은 그런 이야기였다. (많은 사람에게 울림이 전해지기를.)


 히가시노 게이고의 원래 작품에서 볼 수 있던 살인과 추리는 아니지만, 이 작품은 분명히 명작이라는 말이 아깝지 않은 작품이다. 정말 재미있다. 그리고 감동적이다. 아직 이 책을 읽어보지 않았다면, 강력하게 추천해주고 싶다. 마지막으로 책에서 읽을 수 있었던, 나미야 잡화점 할아버지가 나미야 잡화점을 대신했던 세 명에게 보내는 답장을 남긴다.


이름 없는 분에게.

어렵게 백지 편지를 보내신 이유를 내 나름대로 깊이 생각해보았습니다. 이건 어지간히 중대한 사안인 게 틀림없다. 어설피 섣부른 답장을 써서는 안 되겠다, 하고 생각한 참입니다.

늙어 망령이 난 머리를 채찍질해가며 궁리에 궁리를 거듭한 결과, 이것은 지도가 없다는 뜻이라고 내 나름대로 해석해봤습니다.

나에게 상담을 하시는 분들을 길 잃은 아이로 비유한다면 대부분의 경우, 지도를 갖고 있는데 그걸 보려고 하지 않거나 혹은 자신이 서 있는 위치를 알지 못하는 것이었습니다.

하지만 당신은 그 둘 중 어느 쪽도 아닌 것 같군요. 당신의 지도는 아직 백지인 것입니다. 그래서 목적지를 정하려고 해도 길이 어디 있는지조차 알 수 없는 상황일 것입니다. 지도가 백지라면 난감해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누구라도 어쩔 줄 모르고 당황하겠지요.

하지만 보는 방식을 달리해봅시다. 백지이기 때문에 어떤 지도라도 그릴 수 있습니다. 모든 것이 당신 하기 나름인 것이지요. 모든 것에서 자유롭고 가능성은 무한히 펼쳐져 있습니다. 이것은 멋진 일입니다. 부디 스스로를 믿고 인생을 여한 없이 활활 피워보시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상담 편지에 답장을 쓰는 일은 이제 더 이상 없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지막으로 멋진 난문을 보내주신 점, 깊이 감사드립니다.


나미야 잡화점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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