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 학벌 카스트 논란, 과잉 경쟁이 부른 참사
- 시사/사회와 정치
- 2014. 7. 11. 07:30
연세대 학벌 카스트 차별 논란은 한국 특유의 과잉 경쟁이 부른 참사
우리 한국 사회 전체를 일컬어 경쟁 사회라고 말하는 건 모두에게 아주 익숙한 일이다. 지금 당장 이 글을 읽는 사람도 '뒤쳐처면 실패자 취급을 받는 곳이 바로 한국이다.'는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우리는 어릴 때부터 이런 경쟁 사회 속에서 경쟁하며 부작용이 만든 여러 문제를 직면하면서도 '그냥 무조건 좀 더 앞으로, 좀 더 위로!'라는 말만 들으며 자랐기 때문이다.
과잉 경쟁이 만든 부작용이 만든 문제는 정말 일일이 다 언급할 수 없을 정도로 많지만, 가장 대표적인 문제는 바로 '인간성 결여'라는 문제이지 않을까 싶다. 단순히 경쟁심을 기르기 위해 차별을 서슴지 않은 어른들의 손 아래에서 아이들은 사람의 선한 마음이라고 말할 수 있는 인간성, 당연히 옳은 도리를 똑바로 배우지 못했다.
뭐, 우리가 사는 사회에서는 대학생을 비롯한 젊은 세대가 정부의 적절하지 못한 행동과 책임 회피에 분노하며 목소리를 높이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기에 '그래도 그렇게 심각하지는 않다'고 생각할 수 있는 사람도 있을 거다. 하지만 그런 일에 참여한 사람 중에서 그저 '다른 사람이 하니까 나도 해보자!', '왜 이래야 하는지 모르겠지만, 분위기가 그러니 동참하자!'… 등의 기분으로 오는 사람도 많지 않을까?
세월호 침몰 사고 이후 봉사활동을 간 사람 중에서 와서 인증샷만 찍고, 유가족과 진짜 고생하시는 분을 위해 마련한 음식을 먹으면서 피크닉 기분으로 즐기고 가는 사람이 많다는 논란이 이를 증명해준다고 생각한다. 그냥 주변 분위기를 보아하니 '이 일을 하면 좋은 이미지를 가질 것 같고, 해야 할 일인 것 같다.'는 생각에 그저 하는 척만 하는 사람이 분명히 있었을 거다.
월드컵 응원을 위해 광화문 광장에 모인 사람의 수가 세월호 진실 규명, 정부의 책임 회피에 분노하는 사람들이 모인 수보다 훨씬 더 많다는 것도 이를 증명해주는 하나의 사례다. 겉으로는 그저 관심이 있는 척을 하고 있지만, 속은 그냥 빈 깡통이나 다름 없는 거다. '왜?'라는 이유를 모르기에 똑바로 잘못을 보지 못하고, '어쩔 수 없어.'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마는 게 아닐까?
그저 한 명의 20대로서 성장하기까지 우리가 학교와 학원, 부모님으로부터 배운 건 '그냥 시키는 대로만 해라!'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간다!' '꼴찌만은 하지 마라!' 등의 말에서 나온 경쟁에서 이기는 것이 전부인 세상이었으니까 말이다. 나라가 엉망이 되더라도, 옆 사람이 배고파 죽어도 나만 잘살면 된다고 배운 시점에서 선한 마음과 당연한 도리를 기대하는 게 이상한 일이다.
연세대 카스트 검색, ⓒ다음 검색 이미지
이런 사회가 우리에게 보여준 건 어릴 때부터 잘못을 배우지 못한 채 학교 폭력을 '그저 장난인데요?' 하면서 휘두르며 친구를 죽게 했음에도 잘못을 뉘우치지 못하는 청소년과 20대 성인이 되어서도 줄을 세우며 잔인한 폭력을 정당화하는 소인(小人)이다. 가장 가깝게 일어난 임 병장 총기 난사 사고도 여기에서 그 이유를 찾을 수 있다. 사람의 인간성을 더 메마르게 하는 군대에서 뭘 할 수 있을까.
그렇게 어릴 때부터 우리에게 주입된 과잉 경쟁 시스템은 어른이 되어서도 쉽게 바뀌지 않는다. 이 과잉 경쟁 시스템은 청소년 시절부터, 아니, 요즘에는 유년 시절부터 줄을 세우는 시스템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지금은 우리가 사는 사회에서도 줄을 세우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지며 대학교부터 시작해 갖가지 직업 속에 스며들어있다. 참, 웃긴 일이라고 생각하지 않는가?
위에서 볼 수 있는 다음 뉴스 검색화면은 며칠 동안 상당히 화제가 되었던 '연세대 카스트제도 논란'에 대한 기사 목록이다. 카스트제도는 사람을 계급으로 나누는 비인간적인 지배를 위한 제도였다. 세계의 수많은 전근대 사회에서 나타났던 현상이지만, 아직 풍습이 남아있는 국가가 있어 약 2억 5,000만 명 정도의 세계 인구가 카스트제에 인해 차별을 받고 있다고 한다. (위키백과 참고.)
그런 카스트제도가 도대체 연세대와 무슨 상관이 있는 건지 궁금해 나도 기사를 읽어보았었다. 그 기사의 내용이 참 가관이었다. 입시 결과별 골품을 매겨 특정 전형을 깔보거나 신촌캠퍼스가 아니라 원주캠퍼스인 경우에는 같은 연대생으로 취급하지 않는다는 그런 이야기였다. 뭐, 일부 학생들에 의해서 이런 문화가 형성되었던 것이겠지만… 이런 논란이 있는 그런 문화가 존재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다.
지난번에도 우리나라에서는 대학에서 서열을 나누어 군기를 잡는다는 이유로 얼차려를 시키거나 폭행을 하는 일이 보도되어 한동안 시끄럽기도 했었다. 그 당시에는 선배 어쩌고저쩌고하면서 그저 '괴롭히는 이유'를 정당화하는 것이었다면, 연세대 학벌 카스트 제도 논란은 '차별과 멸시하는 이유'를 정당화하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는 절대적으로 똑바른 인간성을 가르치지 못한 교육의 문제다. 그저 '좋은 대학만 가면 된다', '너보다 성적이 낮은 애랑은 놀지 마', '공부도 못하는 애는 상대할 가치가 없다', '공부 못하는 놈이 왜 공부 잘하는 애 발목을 잡으려고 하느냐?'는 말을 하며 아이의 가치관 형성에 큰 영향을 미친 선생님과 부모님을 비롯한 주변 어른의 문제다. 사람을 사람으로 가르친 게 아니라 사람을 괴물로 가르친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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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웃기지 않는가? 같은 이름의 대학에서도 입학 유형에 따라 사람을 차별하고, 캠퍼스가 지방에 있다고 해서 차별하고…. 그냥 웃기에는 너무 어이가 없어서 말이 나오지 않는다. 이는 일부 대학에서만 볼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 초·중·고등학교에서 벌어지는 학교 폭력에서도 쉽게 엿볼 수 있고, 우리가 사는 사회생활 내에서도 엿볼 수 있는 문제라는 점에 우리는 주목해야 한다.
난 도대체 누가 그런 바보 같은 짓을 열등감 속에서 만들어냈는지 궁금할 지경이다. 저런 식으로 사람을 차별하며 누군가를 악랄하게 괴롭히거나 욕하고 싶은 건 악플을 다는 사람과 마찬가지로 자신에게 자신감이 없기에 '다른 사람보다 그래도 내가 낫다'는 식으로 열등감을 외면하려고 해서 일어나는 일이다.
처음부터 끝까지 경쟁을 부추기고, 그냥 결과만 좋으면 된다는 그런 교육 풍습과 사고방식이 이런 일을 계속해서 만들어 내고 있는 거다. 특히 우리 한국에서는 과잉 경쟁만이 아니라 인맥 사회라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사회생활에서 어느 학교 출신인지, 어느 지역 출신인지, 어느 부대 출신인지가 정말 중요하게 영향을 미친다. 그래서 사람 같지도 않은 사람이 사람인 척하는 밥버러지를 쉽게 볼 수 있다.
도대체 어디서 그런 사람을 볼 수 있느냐고? 두 눈 크게 뜨고 주변을 둘러보라. 그리고 세상에서 일어나는 문제를 똑바로 바라보라. 그러면 정말 손쉽게 어디서든 그런 사람이 판을 치면서 그 이름표 하나 가지고 인간성을 다 버린 사람을 쉽게 찾을 수 있을 거다. 유가족을 향해 '가만히 있으라'고 외치는 사람이나 선거 기간에 허리를 숙이다 선거 이후 시민을 향해 손가락질하는 놈이 정치를 하고 있으니까!
연세대 학벌 카스트 논란은 우리가 사는 한국의 과잉 경쟁이 부른 참사다. 그리고 한국 사회가 얼마나 병들어 있는지를 잘 보여준 사건이다. '내 주변에는 그런 일이 없을 거야.'라고 생각하지만, 우리 주변에는 언제나 이런 일이 있다. 그리고 우리도 모르게 어쩌면 우리도 저런 일을 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사람의 욕심이 지나치게 경쟁하는 사회는 무서운 거다.
우리나라의 교육은 이런 문제를 너무 많이 양산했고, 그 부작용이 끊임없이 노출되며 사람들에게 피눈물 흘리게 했다. 그래서 지금은 조금씩 교육이 바뀌고 있다. 경쟁과 결과 중심의 교육에서 사람과 과정 중심의 교육으로 말이다. 많은 사람이 대안 교육을 찾고, 대안 학교를 찾고, 아이를 학원에 보내는 것보다 함께 웃을 수 있는 일을 찾는 부모가 늘어나는 것도 여기에서 이유를 찾을 수 있다.
비록 아직 과잉 경쟁이 부른 참사는 현재진행형이지만, 미래형은 되지 않으리라고 믿고 싶다. 반드시 우리나라는 더 나은 세상으로 바뀔 수 있을 거다. 역사 왜곡 교과서를 이용해 현실을 왜곡하려고 해도 이미 그게 거짓말인 것을 모두 알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더 나은 교육을 통해 점점 더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세상으로 가는 길을 다질 수 있을 것이다. 난, 그렇게 확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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